마음의 목요편지

● 경자년 9월의 둘째 목요일에~~~

유쌤9792 2020. 9. 10. 11:49

 

그림 설명 : 종이에 복합재료로 그린 그림

 

바람이 어두운 하늘로 가득하다.

 

바람이 제 멋대로 밤하늘을 움직이려 하는데

둥근 보름달이 하늘호수 가득하게 두둥실 떠 있다.

 

달이 얇은 조각으로 작아지면 작아진 만큼 허전함이 많고

달이 꽉 채워지면 나도 모르게 소망 한 개씩을 꺼내 본다.

 

달빛에 나무들도 생기가 돌고

나도 달님을 바라보느라 시선을 거둬들이지 못한다.

 

다시 한 번 보름달이 되면 추석이 되는데~~!

올 추석엔 여전히 집 콕으로 그리움에 그리움을 더 보태게 되겠다.

 

 

 

경자년 9월의 둘째 목요일에~~~

 

 

학교 다닐 때 머리를 감고 말리는 것이 큰 숙제 중의 숙제였다.

 

그것도 매일 감는 것도 아니고 이 삼 일에 한 번씩

양은 솥 가득하게 더운물을 덥히고 그 물을 덜어 내어 머리를 감는 일.

 

머리 한 번 감는 날을 시집가는 날 받아내기라도 하는 듯

엄마에게 물을 덥혀 달라고 미리부터 당부에 당부를 해야 했다.

 

샴프가 있던 시절이 아니었기에 누구나 다 빨래 비누로 머리를 감았다.

나는 엄마 몰래 <다이알 세수 비누>로 머리를 감았다.

그리고 완전 범죄를 위해 세수 비누에 엉킨 머리카락을 흔적 남지 않게

떼어내는 일도 힘든 일 중의 한가지였다.

 

세수 비누도 흔하게 잘 사용하던 시절이 아니었기에

세수 비누가 물에 닳아 쉽게 없어질까 봐 비누 한 면에 세수 비누의

포장지 일부를 떼어서 비누에 딱 붙여 사용하기도 했다.

 

다이알 비누는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비누로 구하기가 더 힘들었다.

노란색 개나리 빛의 다이알 비누는 냄새부터 고급스럽게 느껴졌다.

 

다이알 비누로 머리를 감고 머리를 펄럭거리면 비누 향기가 솔솔 퍼지는 듯했다.

그러니 미팅이 있기 전엔 엄마 몰래 다이알 비누를 내 머리에 두발을 했다.

 

머리숱이 많은 내 머리를 한 번 감고 나면 비누가 눈에 띠게 줄어들었다.

엄마는 내 행각을 아시면서도 모른 척 하시면서

<다이알 비누는 우리나라 세수 비누보다 더 해프 네~~~!!!> 하셨다. ^^*

 

요즘에도 추억으로 <다이알 상표 세수 비누>를 종종 사용한다.

손에 딱 잡을 수 있게 비누의 허리를 실패처럼 가늘게 만든 비누.

 

다이알 비누를 사용 할 때마다 머리 감던 생각이 나서 숱이 푹 줄어든

내 머리를 감아 보았더니 비누 때문인지 내 머리카락 때문인지

머리카락이 뻣뻣해져서 빗질이 잘 안 된다. ^^*

 

요즘엔 숱이 반의반으로 줄어 든 머리이기에 매일 감아도 쉽게 마른다. ^^*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한 기억들을 아직은 공감해주는 이들이 있어서 좋다.

 

 

오늘은 9월의 둘째 목요일입니다.

 

아침저녁 바람이 찹니다.

창문과 이불 단속하지 않으시면 감기 걸리기 딱 입니다.

 

오늘도 평안한 좋은 날이 되셔요.

 

당신을 사랑합니다.

 

 

 

해마다 여름이 끝날 무렵

양수리에 있는 연꽃과 수련 마을엘 갔다

 

작년엔 내가 영국에 있었기에 양수리의 선물을 보지 못했다.

올 해엔 코로나바이러스가 나의 시간을

아니 우리들의 시간을 멈추게 했다.

 

아무리 염원하고 빌어도 아니 돌아오는 우리의 일상.

 

평범한 것이 비범한 것보다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게 하는 요즘이다.

 

저녁 산책 중.

차로 한 길가에서 본 작은 그릇 속의 수련 꽃.

 

양수리의 연 꽃이나 수련보다 늦게 입을 벌리겠지만 기특하다.

아마도 이 삼 일 안에 매연 속에서도 꽃을 피우겠지. !

 

자연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제 할 일만 묵묵히 해 내기에

또 다른 위로가 되어 눈물겹도록 기특하고 고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