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목요편지

임인년 5월의 넷째 목요일에~~

유쌤9792 2022. 5. 26. 10:14

 

★ 그림설명 : 종이에 복합재료로 그린 그림

 

여름을 맞이하기 위해 소나기가 지나가다.

 

콘크리트바닥을 세게 치고 올라오는 빗방울들에서

봄이 왔다 가고 있다는 그리움의 냄새가 나다.

 

예전에는 우산이 없으면 그냥 비를 맞기도 했다.

나이가 드니 비로 몸이 젖으면 허약하게도 감기에 걸리다.

그래서 요즘엔 언제나 작은 우산 한 개가 가방에 있다.

 

비가 많이 오면 머리만 겨우 가려지는 작은 우산인데도

늘 마음이 든든하다.

 

반짝 더위에 처진 몸인 나무들에게 하늘이 선물을 주다.

나만 비를 가다린 것이 아니고 세상의 모든 것이 비를 환영하다.

 

 

 

임인년 5월의 넷째 목요일에~~

 

 

안경을 쓰고 산지가 60년이 되다.

 

평소의 나쁜 자세가 눈의 시력을 떨어뜨렸다는 진단과 함께

눈의 시력이 나빠 초등학교 3학년에 안경을 썼다.

그러나 안경을 쓴 아이가 없던 시절이라 학교 친구들도

내 안경에 관심이 많아 체육 시간에는 서로가 내 안경을 맡으려 했다.

 

내가 살던 성북구 삼선동 동네에는 안과도 안경점도 없었다.

예전에는 안과에서 시력 검사를 하고 안경을 맞춰줬다.

 

안경을 맞추려면 버스를 타고 종로에 있는 <공안과>까지 나가야 했다.

서울에서는 <공안과>가 제일 유명한 곳이었기에 사람이 늘 많았다.

 

엄마와 함께 안과 가는 날은 아주 특별한날이기에 신이 났다.

적어도 일 년에 한 번씩은 시력검사를 하고 안경을 새로 맞춰야 했다.

 

안경을 맞추고 찾으러 갈 때까지도 열흘 이상이 걸렸다.

 

종로 2가 <공안과>엘 가는 날엔 엄마와나 둘만의 나들이였기에

동생들이 나의 외출을 많이 부러워했다.

 

그동안 안경 때문에 불편하고 힘들었던 일들은 수없이 많았다.

 

나이가 들고 노안이 시작되면서부터는 <다 초점렌즈>의 안경을 쓰다.

<다 초점 안경>도 일 년에 한 번씩은 바꿔줘야 한다고 하는데

학교를 그만 두고는 안경에 신경을 쓰지 않았더니 잘 보이지 않아

동네 안경점엘 가서 시력을 다시 재고 안경을 맞췄다.

 

나이가 많아지면 예전보다 한 두 단계 도수를 내려 써야 편안하단다.

 

친구들은 백내장 수술을 하면서 노안수술도 함께 했다고 귀 뜸해왔다.

눈이 우리의 몸에서 너무나 중요한 곳인데 종종 잊고 지낸다. ^^*

 

 

오늘은 5월의 마지막 목요일입니다.

 

어제 비가 뿌리고 나니 공기도 시원해져 좋습니다.

 

여름을 준비하면서 쉽게 지치지 않은 날들이 되길 소망합니다.

언제나 건강먼저 챙기시는 것 잊지 마셔요.

 

당신을 사랑합니다.

 

 

 

대학교에 입학을 한 후 첫 축제에 입고 가라고 엄마가 마련해주신 옷감이 있었다.

투명한 하늘색 바탕에 점처럼 작은 빨강 동그라미가 촘촘했다.

 

아주 얇고 부드러운 면 아사에 5월의 줄장미를 닮은

붉은 땡땡이 무늬는 비단실로 수를 놓은 듯 강물위의 연등처럼 반짝였다.

 

1973 년에는 요즘처럼 바로 사 입을 수 있는 옷이 거의 없었다.

그리고 똑같은 디자인의 옷을 바로 사 입는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기에 딸들이 여럿 있는 사람들에게는 단골로 다니는 양장점이 있었다.

우리도 단골 양장점이 있었고 그곳에 우리 가족의 옷본도 있었다.

그래서 옷감만 보내면 언제나 알아서 옷을 만들어 줬다.

 

나는 평범한 옷보다는 조금씩 독특한 디자인의 옷을 요구했다.

옷 디자인을 그려서 보여 줬기에 양장점 아줌마가 많이 힘들어 하셨다.

그래서 내 옷은 꼭 가봉이라는 것을 하러 오라했다.

가봉이라 하는 것은 옷감을 조각조각 잘라내 몸에 맞춰서 실로

듬성듬성 꿰매서 옷 모양의 틀을 잡거나 침핀을 꼿아 위치를 잡아

내 몸이 맞게 해 주는 섬세한 작업이었다.

 

하늘색 바탕에 붉은 땡땡이 무늬의 옷도 중국식 옷깃에

어깨부분을 과감하게 안으로 들여서 팠기에 상체가 길어 보이는

아주 특이한 윗옷이었기에 옷이 완성되고 나서 쇼윈도에 걸리면

그 옷과 같은 디자인의 옷을 사람들이 맞추러 온다고 했다. ㅋㅋㅋㅋ

 

거리에 붉은 들장미가 피기 시작하면 생각나는 일들이 많다.

대학의 5월 축제와 첫 미팅과 새 다리처럼 가늘던 하이힐.

 

시간은 우리의 허락 따위는 염두에 두지 않고 쾌속으로 달린다.

 

순간의 일이 반복되다가 순간을 멈추는 것이 삶의 끝이라는 것을

말로는 이해한다고 하면서도 감각 없이 살아간다.

 

올 초여름에도 거리의 붉은 담장 너머의 붉은 장미가 유혹적이다, .

 

나에게 주택이 생긴다면 장미 정원을 만들고 싶다.

줄 장미가 담을 타고 안과 밖을 기웃거리는 것을 허락하고 싶다.

 

추억으로 남겨져 빠르게 잊혀 지려는 여러 기억들을 소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