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설명: 왓트만 종이에 수채 물감으로 그린그림. ◎◎ 천리포와 누렁이. 서해의 천리포에서 만리포로 가는 길. 해변의 모래와 젖은 자갈 길을 길 안내라도 해 주듯 내 앞장 서서 걷던 누렁이. 누렁이라는 이름은 내 마음대로 불렀다. 내 앞을 미리 밟아주는 개가 누렁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내 마음에서 부르는 "누렁아!!!"하는 부름에 가다 서기를 가다 서기를 반복하고 나를 기다리며 빠꼼하게 바라보는 누렁이는 나에게만 의미있던 셀파였으니... 바닷물로 축축하게 젖은 자갈 밭도 자리 가리지 않고 나를 바라보고 있던 누렁이. 천리포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누렁이. 줄래줄래 혼잣길을 가는가 했더니 슬쩍 나를 따라 왔다. 내가 걷기를 멈추면 누렁이도 멈추어 섰다가 다시 움직이고, 찬 바닷바람을 즐기기라도 하듯 한 쪽귀는 모래밭으로 쳐져있었고, 다른 쪽의 귀는 바다의 파도소리를 들으려는 듯 바다를 향해 종끗 서있었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누렁이와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함께 살아온 식구처럼 천리포에서 만리포 해변으로 걸었다. 한참을 걷다가 만리포로 넘어가는 작은 숲에서 인사도 없이 슬그머니 사라진 누렁이. 나와 함께 바닷가를 걷고 뛰던 누렁이가 허상이였던가....? 인사라도 건낼 요량으로 주위를 아무리 둘러 보아도 누렁이는 없었다. 아마 사진을 찍어 두지 않았다면 내가 꿈을 꾸었다고 했을지도... 누구였을까??!!! 나와 함께 바닷가를 거닐던 누렁이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