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설명; 연두색 왓트만 종이에 아크릴 물감과 특수 물감. 천여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살아내온 고목나무. 어느날 시름시름 앓는 듯 고개를 떨구고 있더니 봄 기운이 찬연한 날 고목의 나무 밑으로부터 작고 여린 새 싹이.... 우리가 살아 가는 일도 이러하지 않는가..! 긴 고통의 터넬을 만나면 한 줄기의 빛을 따라 허우적 거리기를.. 그러나 우리에게 주어지는 고통과 행복의 무게는 늘 같다고 하지 않았는가? 행복의 순간은 빨리 지나가기에 하지 날의 밤처럼 느껴지고, 고통의 순간은 암울하고 길게 느껴지기에 동지 날의 밤처럼 느껴지고... 적당한 고통은 삶을 더 값지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밤 새 내린 비가 거두어 진 날 아침 고목 밑에서 피어 오르는 여린 싹의 인사처럼. ************************************************************************** ★겁쟁이 내 동생. 나에게는 동생이 둘 있다. 내 밑으로 세살 아래인 여 동생과 다섯살 아래인 남 동생이. 여동생은 어릴 때부터 예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랐다. 그랬음에도 여동생은 우리 집 귀한 4대 독자 남동생의 그늘에 눌려 늘 어머니의 등 뒤에 숨어서 지냈다. 엄마의 마음을 누구 보다도 잘 헤아리는 딸이 동생이라 엄마와 동생이 단짝이였고, 그리고 아들처럼 늘 든든한 어깨를 지닌 장녀인 나와 아버지가 단짝이였다. 남 동생은 언제나 자유로운 짝 놀이의 주역이 되었다. 우리 형제 중에서 공부를 제일 잘한 여 동생. '언니는 그림으로 주목을 받고, 남 동생은 독자라는 귀함으로 주목을 받으니 자기는 할 수 있는 것이 공부 밖에 없었다는 동생의 말 그러나 동생은 엄마와 내 앞에서는 언제나 아주 연약한 민들레 홀씨처럼 흔들렸다. 엄마가 세상을 버리고 가신 날. 까무라치듯 가슴을 뜯고 울어대던 동생. 엄마의 꿈을 생시처럼 꾸고 나면 언제나 긴 한숨으로 전화를 걸어와 끝내는 눈물을 뿌리고 마는 동생. 그런 동생이 수술을 했다.(난소 종양으로...) 세상의 일로 바쁜 동생에게 잠시 쉬라는 계시라고 위로를 했지만, 마음은 끝끝내 우울했고 불안했다. 낮 부터 시작 된 수술이 여러시간을 걸쳐 동생을 무의식의 나락으로, 비가 오는 길을 단숨에 달려 병원으로 갔다. 저녁이 다 되었어도 마취와 수술 통증에서 벗어 나지 못하고 핏기없는 파리한 모습으로 누어있는 동생을 보니 눈물이 났다. 동생의 곁을 쭉~~지키고 있던 제부. 제부는 나를 보자 안심을 했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토해냈다. 동생의 마르고 가느다란 손을 잡고 앉져 있으려니 엄마 생각이. 의식이 돌아 오면서 제일 먼저 하는 말. "엄마가 보고 싶어!! 언니....."하며 눈시울을 적셨다. "얘는 니가 몇 살이라고 엄마 타령이니? 언니가 있잖니?" 평소에는 씩씩하고 늘 바쁜 시간을 쪼개어 사는 동생에게 수술은 나쁜 일이기는 하지만 잠시 쉬어가라는 신의 뜻이겠지. 우연히 알게 된 병을 제거 해 더 오래살기 위한 처방이겠지. 병실에 마주 앉은 나와 동생. 어릴 적엔 한 자락의 이불을 놓고 투닥거렸고, 어릴 적엔 날 따라 다니겠다고 졸라서 길 모퉁이를 돌면서 따 돌리기도 했던 동생. '언니 보다 먼저 시집을 가게 되어서 미안하다며' 숨 죽인 결혼식을 치룬 동생. 나 보다 사회에 먼저 나가 이름을 얻어 당당한 일하는 여성으로 자릴를 잡았어도 언제나 나에게 묻는 말." 언니 나 괜찮았어...?" "언니 아퍼~~~" "그럼 수술을 했으니 당연히 아프지.." "언니 가지마!!" "니 남편이 잘 돌 보고 있으니 언니는 가야해!!" "그래도 언니 가지마.!!' 조금씩 의식이 돌아 오면서 동생은 7살의 어린 아이처럼 응석을 부렸다. 나는 어느새 10살로 돌아 갔고, 동생은 눈이 동그랗고 노란 머리의 예쁜 동생으로.. 후두둑~ 비를 맞으며 집으로. 밤새도록 잠을 설쳤다. 첫 새벽에 병실로 전화를 해 동생의 목소리를 들었다. "잘 잤니?" " 응 어제 보다는 많이 안 아픈 것 같아" "그래 오늘은 병원에서 하라는대로 하고 기운 차려라." "응 언니 고마워~~~~!!" 겁쟁이 내 동생이 수술을 해서 아프다. 작은 벌레만 보아도 다락으로 뛰어 올라가던 동생이. 어둑해지면 화장실에도 못 가던 동생이. 몸은 학교에 있어도 마음은 동생 곁에 있다. 날은 쾌청한데 괜시리 눈물이 난다. 겁쟁이 내 동생을 생각하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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