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준비를 하면서 아침마다 화장하는 시간은 5분도 걸리지 않지만
라디오를 듣느라고 20분을 넘게 화장대 앞에 앉아 있다.
내 화장대엔 53년의 세월을 나와 함께 한 작은 라디오가 있다.
아버지께서 해외 출장을 다녀오시면서 나에게 선물 해 주신 일본제 라디오.
<JVC> 일본제라고 써 있는 상표가 오래되어 잘 보이지는 않지만
내 청소년 시절의 수많은 사연이 고스란히 담겨진 라디오다.
라디오와 테이프에 녹음까지 되는 라디오를 구경하기도 어려웠던 시절
아마도 중학교 입학 기념으로 선물 받은 것 같지만
아주 오래 된 기억이라 생각의 끄트머리나 시작이 가물거린다. ^^*
밤마다 이불 속에 넣어 밤이 새도록 음악을 듣고 또 듣고
친구들과 어디 놀러 갈 일이 생기면 친구들은 <라디오 꼭 가져와~~>했기에
손가락만한 건전지 보다 도시락 폭탄만한 건전지를 라디오에 매달던 일.
세월이 오래 되어 안테나도 사라졌고, 테이프 들어가는 문짝이 떨어졌어도
아직까지 라디오로 흘러나오는 방송은 카랑카랑하게 잘 들린다.
우리 집 식구들은 내가 아침마다 고물라디오에서 추억 낚시질하는 것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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