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적체험하기/알아서 좋은 것들--펌

그남자--그여자(펌)

유쌤9792 2007. 2. 25. 22:02
『그 남자』
─ 나 군대 오고 난 후에 알게 된 열가지 ─
하나, 눈은 나쁘다. 함박눈일수록 나쁘다. 
그녀와 팔짱 끼고 눈 맞을땐 천사의 설탕 가루였지만 
허리휘게 삽질하는 지금 눈은 악마의 비듬이다.
둘, 컴퓨터는 없어져도 된다. 
우체국은 없어지면 세상이 끝난다.
셋, 전화국도 없어지면 안 된다. 
특히 콜렉트콜 제도는 정말 위대하다.
넷, 그녀의 글씨가 생각보다 참 엉망이다. 
밖에선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았으므로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다섯, 편지에서도 열이 난다. 그녀의 편지를 품고 자면 
핫팩을 품은 것보다 훨씬 더 뜨듯하다.
여섯, 나도 편지란 걸 쓸 줄 안다. 
초등학교 때 위문 편지 이후 십여 년 간 한통도 쓰지 않던 편지, 
하지만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씩 편지를 쓴다.
일곱, 그리움과 간절함은 비슷하고도 다른 감정이다. 
부모님은 그립다.
여자친구는 간절하다.
여덟, 나한테도 눈물이 있다. 
훈련소 둘쨋날 밤, 부모님 생각, 여자친구 생각에 찔끔찔끔 울었다. 
미치게 보고 싶어서,
아홉, 보고 싶어 미치겠다는 말은 절대 과장이 아니다.
열, 나 진짜 그녀 없인 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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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여자』
─ 그를 군대에 보내고 난 후에 알게 된 열가지 ─
하나, 군인은 아저씨가 아니었다. 
군인은 우리 귀여운 아가였다.
둘, 우리 동네 우체부 아저씨는 참 훌륭하신 분이다.
셋, 그 분이 우체통 비워 가는 시간은 
오전 열 시 , 오후 네 시 ,오후 여섯 시 반,
아, 진작 이걸 알았더라면 성적표 때문에 쫒겨나는 일은 없었을 텐데.
넷, 시중에 유통되는 편지지의 포장은 매우 비효율적이다.
편지지 여섯 장에 편지봉투 여섯장
할 말 많은 고무신에겐 늘 봉투가 남아돈다.
다섯, 군복 입은 남자는 어지간하면 다 멋있다.
여섯, 장거리 연애 커플들의 투정은 단언컨대 모두 엄살이다.
힘들 때 전화를 걸 수 있는 것 자체만도 얼마나 행복한 건데..
일곱, 나 그동안 친구들에게 너무 소홀했다.
여덟, 이젠 눈이 싫다. 
눈은 무조건 나쁜 거다.
아홉, 그도 보고 싶단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난 한때 무뚝뚝한 그 남자가 깡통로봇인 줄 알았다.
열, 기다림은 참 어렵다. 
하지만 견뎌 낼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