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설명 ; 왓트만 종이에 복합재료로 그린 그림. ♤ 아련한 기억의 늪으로... 지난 일요일 둘이서 이른 아침에 길을 나섰다. 공부하는 아이와 자는 아이는 둘 다 자기 방과 집을 지킨다고. 특별히 우리에게 시간을 주기 위함이 아니고, 이제는 우리에게서 '독립을 선언 할 수 있을 만큼'컸다는 이유로 우리와의 동행을 꺼린다. 우리의 생각과 다르게 아이들은 '두 분에게 조용한 산책의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늘 우긴다. 그래도 집에 남겨두고 가는 딸 아이의 손이라도 잡아 끌어 볼 량으로 그는 딸의 방 앞에 서서 간절한 눈빛으로 조른다. 20여년전 나에게 보내오던 눈빛을 이제 딸에게 맞춘 그. 딸은 매정하게 이불을 머리 위로 더 당겨 올린다. 아들은 제 목표(?)를 위하여 이른 아침부터 공부하고, 휴일 아침에는 언제나 완전하게 둘만 남는다 예전엔 둘이만 있기를 간절히 바랬는데.. 이제는 둘이서 있으면 이야기의 화제로 아이들 이야기가 맛난 반찬이 된다.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콩나물이나 김치같은.. 아이들을 키울때의 이야기 부터, 아이들 때문에 놀래서 병원을 뛰어 다니던 때의 이야기며, 아이들이 태어 났을 때며, 학교를 입학 했을 때며, 우리의 기념일을 챙겨주며 편지를 주었을 때며...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마르지 않는 샘이야기처럼 늘 풍족하다. 두 아이에 대한 같은 이야기를 하고 또 해도, 듣고 또 들어도 재미있는 소설처럼 행복해 하는 우리. 우리의 이야기 중심은 으례 아이들 이야기로 이렇게 시작하여 우리의 첫 만남의 이야기로 돌아간다. 대학 1년과 4년. 홍도의 검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그림을 그리던 나 (멋으로 그랬을 껄!!) 안개와 바다. 그리고 대학 1학년의 겁없던 청춘.- 그의 이력서다.^^* 호기심과 장난기가 우리의 만남을 연결 시켰다. 그리고 긴 세월을 지나면서 그의 마음에 웅덩이를 만들고 만 사람. 우리가 한 지붕에서 살게 되리라고는 그 누구도 알지 못 했다. 늘 나무꾼과 선녀처럼. 내곁을 묵묵히 지키면서 나에게 하던 말. "형이 서른살이 넘어도 혼자 있으면 그 때부터의 형은 내 것입니다" 그런말을 남기고 어둠이 내린 길을 달려가던 그. 내가 스믈스믈 서른의 고개를 넘기려고 할 때 그는 "약속을 지키러 왔다고" 내 앞에 다시 우둑섰다. 양가의 길길이 뛰는 반대 앞에 가방을 싼 그. 자기 마음에 파 놓은 웅덩이를 메꿀 사람의 손에 꼭 삽을 쥐어 주어야 한다던 그. 그런 그와 아이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이른아침 양수리를 지나 여주로 함께 갈 줄이야.... "당신을 만난 것은 운명으로 정 해진 일이였던 것 같아! 그리고 당신이 내 곁에 있어서 난 늘 마음이 든든해!"의 말로 나를 우월하게 만드는 그. 작은 스케치북과 화구를 챙겼다. 오랫만에 둘이 같은 곳을 바라보고 앉졌다. 스케치하려는 곳에서는 차를 멈추어 주고, 음악는 내가 좋아 하는 것으로 골라 주었고, 이른 아침의 냉기를 차안으로 들이지 않으려고 운전을 하면서도 차 안의 온도를 조절하는 그의 손이 분주하다. 믿음직스러운 그의 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일을 한 바구니 샀다. 이른아침 외출로 깜박 조는 나에게 슬며시 옷을 덮어주는 그. 졸지 않은 척 하면서, 안 자는 척 하면서 깜박 잠이 든 나. 잠시 잔 새우잠에서 아련한 그 옛날의 그와 나를 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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