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설명 : 화폭에 복합재료로 그린 그림
산은 경동고등학교의 약수물이 있는 은밀한 곳이고,
하얀 나무는 우리동네 한길 복판에 있던 아카시아 나무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
난 가끔 집으로 가는 길을 잊어먹어(?) 밖에서 노는 것을 더 좋아했다.^^*
▒ 집으로 가는 길.
꿈에도 가끔씩 보이는 곳.
동네 뒤로는 경동고등학교 안에 산이 있어
아침마다 학교 안으로 약수를 뜨러 다녔고,
동네 길 가운데에는 아름드리 큰 아카시아 나무가 있었다.
여름이면 아카시아 꽃이 익는 냄새로 동네가 꿀단지 속 같았고,
겨울이면 경동고등학교 약수에서 얻어오는 고드름이 얼음사탕이였다.
작은 한옥집들이 남향을 향해 줄 서 있었고,
또 한 집 건너 규칙적으로 골목집이 있었다.
복덕방 할머니집.(홍콩할매 귀신?처럼 흰머리에 쪽을 반드르르하게 찐 할머니인데,
우리가 그 집 앞에서 놀면 빗 자루질하기,물 껴 얹기를 하는 할머니가 무서워서
아이들은 그 집 앞에서는 놀지 못 했다.
그러나 내가 끼면 그 집앞에서도 놀았기에 할머니는 아주 험한 욕도 서슴치 않고했다.
그 욕에 대한 댓가는 가을에 할머니 집의 문풍지를 새로 바르는 날...후~~후)
선행이집.(아들이 셋인 아들 부자 집. 아들을 낳고 싶어하는 동네 아줌마들이 늘 그 집의
문을 두드리곤 했지만 선행이 엄마는 아주 조용하고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였다.
선행이가 막내였고,우리집과는 한 집처럼 붙어 있었다.우리 부엌의 쪽문으로 선행이네
마당이 보였고,사람이 살아도 어찌나 조용한지 약간 으시시했다.)
우리집. 김재철씨집(이 골목 집에는 무지막지하게 큰 세퍼트 개가 있었다.
우리집 마루 창으로 내려다 보면 그 개는 날 잡아 먹기라도 할 듯 난리를
부리며 짖어 댔다. 물론 나도 그 개 놀리기에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지만....)
이렇게 하나 건너 골목집이니,
골목집에 사는 친구들을 부르려면 목이 터져라 이름을 불러야만 했다.
"선~~행아!!놀~~자!!"하고 악을 쓰지 않으면
골목집 아이들은 알아듣지 못 했다.
[바로대문집 아이들 : 골목대문집아이들의 대결.]
늘 이런 식으로 편을 나누었기에 골목집 아이들을 불러내는
일은 내가 도 맡아서 했다.
왜냐구.....? 내 목소리가 우리 동네에서는 제일 컸거든,
그리고 어른이 나와서 우리들이 노는 것을 막으려고 하면
내 유창한(?) 말 솜씨에
아이들을 내보내지 않고는 안 되었다.
"선행이가 우리 중에서 제일 힘고 쎄고, 머리도 좋고, 공부도 잘 하고 해서
우리들이 알려고 하는 것을 해결 해 주는 사람이거든요. 꼴~~~깍!!
아마도 이 이상의 이야기를 했을꺼다.
어른들은 말간 눈을 똘망하게 뜨고 말 하는
내 참기름같은 言辯에 혀를 내 휘두르면서
"순영아 너는 커서 아나운서나 변호사가 되어라.
우리 선행이가 그렇게 중요 하니??"했다.
물론 만만한 웃음으로 선행이를 내 보내 주었지.
(사실 선행이는 내 밥이였는데...
녀석 덩치만 컸지 얼마나 어리버리 했는지,뛰는 것도 둔 했고
내가 한대 툭 치면 금새 울먹이고 했거든,
아마 날 무서워 하면서도 날 좋아 했던 것 같아.
커서 내 신랑이 된다고 늘 그랬지.
선행이네 골목 바로 옆이 우리집이라 선행이는
지 형의 등에 올라 가끔 우리집을 넘겨다 보곤했다.
그러다가 나한테 걸리면 쥑~~었지.
그렇게 여러번 나에게 죽임?을 당 해도
학교 가는 길에 내가방을 늘 들어다 주었다.
그래서 친구들은 나에게 "변호사 유"라고 불렀고,
(아나운서라는 말은 외래어라서?? 쓰기에 부담스러웠는지.....)
난 그 "변호사"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잘 몰랐지만,
좋은 의미라고 생각해서 아이들이 부르는 그 "변호사 유"가 좋았다.
아이들과 밤 늦도록 전봇대를 사이에 두고
다방구, 말뚝박기, 숨박꼭질등으로 짧게 넘어가는 해를 잊고 살던 곳.
살금살금 도둑고양이처럼 닥아가 친구들의 등판을 탁~하고
두드리며 "다방구"하면내 손바닥에 맞은 친구는 死色이 된 모습으로
자지라지듯 그 자리에 풀썩 주저 앉으며
"나 증말 죽은거여!!"하던,
지금의 써바이벌 게임이라고 해야하나(내 손이 훌륭한 총이였지)
물론 살려 달라고 온갖 애교를 다 떨지만
포로를 세는 셈에 늘 내기 罰이 걸렸으니.
봐 주는 일 따윈 내 사전에 없었지.
더 신나는 일은 남자친구들의 등판 위로
휙~하고 휘파람 불며 뛰어올라
전봇대가 기울어 무너지게라도 할 맹렬한 기세로
녀석들의 등판 위로 날았다.
녀석 중 수 쓰고 몸을 흔들어 달리는 나를 위협하려는
녀석이 있으면 고의적이 아닌 척 하면서
녀석의 코를 발로 차 코피 터뜨렸다.
녀석이 놀라 울음을 터뜨리면서 튀어 오르면
말뚝 박은 아이들이 무너졌고,
우리는 "이겼다"하며 소리를 질렀다.
무너져서 허탈해진 아이들은 가위바위보도 못하고
다시 술레인 말뚝을 만들어야만 했다.
온 동네가 떠나가라 떠들법석하게 놀아도
우리의 놀이를 야단치는 어른들은 누구도 없었다.
그러나 저녁 밥 먹을 시간이 되어 집집마다에서 밥 짓는 연기와
김치,된장찌게 끓이는 냄새와 꽁치,이면수 굽는 냄새가 진동을 하면,
누가 부르러 나오지 않아도 우리는 슬금슬금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돌아 가면서도 우리는
"야! 오늘 누구네집에서 무엇을 먹을까?에 또 내기를 걸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도 장난이 끊이지 않던 친구들,
당기고 밀고, 해 뜨면 다시 놀 것을 약속하고 헤어지는 길.
나를 따라오던 그림자와 친구들과
나눈 훈기를 다시 주머니에 곱게 접어 넣은 뒤.
집으로 들어서면 엄마가 우리에게 늘 하시던 말.
"숙제는 다하고 노니?"
"예. 그런데 오늘 숙제가 없어요."
"어서 씻고 밥 먹어라." "예"
대답과는 반대로 얼굴과 손이 꾀지지한 때국물로 범벅되어도 마땅하게
씻을 더운 물이 없기에 밥상 앞으로 스리슬쩍 살그머니
닥아 앉으면 엄마는 눈을 흘키시면서 하시는 단골 멘트는
"얘 네 얼굴에 쥐가 기어 다닌다.
고양이가 너 잡을라 냉큼 나가서 씻고 들어 와!!"하셨다.
엄마가 말하는 그 쥐는 긴 겨울내내 내 얼굴에 남아서
나와 숨박꼭질을 했지만,
마당에 있는 찬물로 고양이 세수정도를 하고도
목욕재계 한 냥 의시대던 시절.
쥐를 잡기위해(?)
아니 밥을 먹기 위해서는 추워도 씻어야 했고,
목을 씻다 우연히 하늘을 바라보면
내 목덜미처럼 까만 하늘에서는 별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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