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쓴 글과 그림

삶엔 덤과 에누리가 없는가?

유쌤9792 2008. 10. 5. 22:20

 
 
★그림설명; 왓트만 종이에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그림.


밤 하늘이 때로는 암울한 바다의 怒道로 보일 때가 있다.
건너 갈 수 없는 성난 파도와 어둠으로 지척을 분간 할 수 없는 바다.
그런 바다가 광란의 여름을 지나며 서서히 우리의 침묵으로 침식하고 있다.



삶엔 덤과 에누리가 없는가?

무엇을 사든 덤으로 얻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리고 쥐 똥 만큼의 에누리라도 받는 것을 좋아한다.

그 덤과 에누리가 우리의 정이라고, 여흥이라고 생각 하는 나.

어릴적 엄마 따라 돈암동 시장엘 가면
나에게 최초로 덤과 에누리를 알려 준 사람이 있었다.

키가 크고, 뚱뚱하며 사투리가 심해 아저씨의 말이 무슨 말인지
도~통 알아 듣기 힘든 말을 하는 듯 보였던 설탕집 아저씨.

그러나 달콤한 설탕과 사탕 앞에선
설탕집 아저씨가 나에겐 공격(? ) 대상이였다.

누런 봉지에 담아 주시던 누런 혹은 흑(검은 색)설탕.
혹 설탕을 봉투에 담다가 유리 판위로 그 설탕이 떨어지면
난 약지 손가락에 침을 묻혀 꼭~꼭 집어 먹었다.

설탕을 덮은 유리 뚜껑을 내 침으로 그림을 그려도
설탕집 아저씨는 눈 한번 흘키시지 않았다.

'그림 잘 그리는 꼬마 아가씨가 말도 청산유수지비.'

그러다 내 엄지 손톱 만한 사탕이라도 눈에 띄면
아저씨와 난 눈에서 불꽃이 튀며 엄마를 향해
애처러운 눈 빛을 날리기도 했다.

"아주 맛난 사탕이지비. 영아 사주시라요.
내 덤으로 더 드리지비." 하며
아저씨는 함경도 사투리를 쓰셨다.

한 알의 사탕도 마음껏 먹기 힘들었던 어린시절.
설탕이라면 사족을 못 쓰던 나에게.
"영아는 개미지비"하시던 설탕집 아저씨.

엄마의 지갑이 두둑한 날.
아니 아버지가 월급을 타오신 다음 날 쯔음엔.
(매달 25일이 아버지 월급 날이였음)
엄마와 시장 가는 발길이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였다.

그리고 사탕을 덤으로 얻을 때엔 늘
"덤으로 주는 사탕은 아저씨 손으로 가득 집어 주셔요.!

왜 냐 구??
아저씨 손이 내 손보다 훨컸으니깐.

사탕을 덤으로 집어 주던 아저씨 손이
이세상에서 제일 크게 보였던 내 어린 시절.

가끔 돈암동 시장 근처를 지나간다.
지금은 설탕 가게의 흔적도 찾을 수 없지만,
내게 푸근한 덤과 에누리를 고무줄처럼
조정 해 주시던 아저씨가 생각난다.

우리의 삶에는 그 덤과 에누리가 없는가...?
어릴적 그렇게 좋아하던 설탕을
어른이 되어선 거의 먹지 않는다.
블랙의 진한 커피와 녹차를 좋아 하는 나.

그러나.

가끔 마음이 시리도록 허전한 날엔
막대 사탕을 입에 물어 본다.
어릴적 설탕집 아저씨의 두텁던 손을 그리워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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