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억 속으로

봉숭아 물 들이기

유쌤9792 2021. 9. 10. 17:56

우리 집 작은 화단엔 온 갖 꽃이 무성했다
가을로 들어 서는 이맘 때즈음엔
봉숭아 꽃이 무성하게 꽃을 달아 탐스러웠다.

붉은 봉숭아 꽃을 따다가 백반을 넣고 약 절구에
곱게 빻아 뒀다가 우리가 잠 들기 전 우리 손톱에
봉숭아를 도톰하게 올리고 비닐에 손가락 끝을 한 개씩
정성스럽게 싸 주셨다.

봉숭아 물이 잘 들지 않을 까봐 잠도 설치고
아침에 봉숭아를 손에서 빼내면 손가락 끝과 손톱이
비정상적으로 붉게 물이 들어 꼭 붉은 고추 같았다.
그리고 손가락은 쪼글쪼글하게 변해 있어
은근히 걱정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러 날이 지나면 살갗에 묻어 있던 붉은 봉숭아 색도
흔적 없이 사라지고 손톱에만 붉은 물이 남아 있었다.

봉숭아 물이 사라질 까 봐 손톱깎기를 거부하던
어린시절도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봉숭아가 실하게
펴 있는 것을 보면 어릴 때 생각이 나다.

추억은 참으로 색이 바래지 않은 채 늘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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