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왓트만 종이에 색연필과 아크릴물감으로 그린그림. 양수리 겨울 강으로 눈이 내리고 눈 속에 보이는 햐얀 철새들. 눈이 철새인지 철새가 눈인지 구별이 안가던 풍경. 양수리의 강가 풍경은 사 계절 모두 다른 느낌을 나에게 준다. 밖의 바람이 차가웠어도 창문을 열어놓고 양수리의 겨울 바람에 실려오는 겨울 풍경을 내 화폭에 담았다. 앙수리 언 강위에 의연히 떠 있는 새들은 아마도 가족이겠지...♥ ◎ 추운 날과 추웠던 날. 오늘이 2002~3년을 걸친 겨울 중 가장 추운 날이라고 한다. 밖으로 난 유리창이 공꽁 얼어 아름다운 추상화를 그렸다. 그래도 베란다를 지키는 새와 꽃들을 위해 마루문을 하루종일 열어 두었다. 방안의 온기를 새와 꽃들에게 나누어 준다는 마음에서였지만 동백꽃은 추위를 즐기면서 붉은 꽃망울을 터뜨리려한다. 1960년대의 겨울날--?? 내 어릴 적의 겨울은 정말로 추었다. 19칸의 작은 한옥으로 방들은 모두 흙벽이였고, 방바닥은 연탄을 때는 온돌로 쩔~쩔 끓었다. 그러나 벽으로 들어오는 겨울바람의 위세는 대단했다. 방바닥이 뜨거워 요바닥이 고동색으로 변하여도, 요 밑으로 발을 넣기라도 하면 발이 고구마처럼 익을까봐 외마디를 지르던 방바닥이였어도 코가 시리던 한옥의 작은 방들. 윗목에 있던 걸레가 겨울 바람에 내 걸린 동태처럼 꽝~~꽝 얼던 방안. 한옥으로 변변한 실내 목욕탕이 없었으니 겨울에 씻는 일도 전쟁 중에 큰 전쟁이 아닐 수가 없었다. 엄마는 그 전쟁을 전쟁으로 생각지 않으시고 저녁마다 우리들을 씻기셨다. 우리 삼형제를 위해 뜨거운 물을 대야 두개에 담아 방안으로 들고 들어 오셨고, 커다란 양은 주전자엔 찬물을 양치질 하기 위한 물이였으며, 뜨거운 물의 온도를 맞추기용이였다 .(이 주전자 들기는 늘 내가 했다.) 먼저 막내인 남동생을 씻기시고, 다음엔 여동생을, 그리고 나를 씻기시던 엄마. 덩치가 제일 크다는 이유로 맏딸인 나를 맨 나중에 씻기셨기에 불만도 많았다. (난 크기에 물을 많이 쓰고, 장난이 심해 제일 더럽다나..!) 중요한 부분 부분 모두를 씻겨 주시곤 양치질까지 끝나야만 우리들에게 비로서 이불 속으로 들어 갈 수 있는 자격을 주셨다. 이렇게 잘 준비가 다 끝이 난 삼형제는 엄마의 겨울밤 준비를 지켜 보았다. 추웠던 겨울이 지나가는 방안이였기에 엄마는 우리들이 자기 직전 방의 벽과 한지로 바른 방문이며 사방을 군용담요 커틴을 치셨다. (담요가 다 쳐진 방안은 온통 고동색으로 꼭 진흙 한증막같이 보였다) 또 담요 커틴 밑으로 바람이 들어 오지 못하게 하려고 다디미 방망이나 각목등으로 눌러 놓으시는 일을 겨울내내 하셨다. 자다가 우리들이 '오줌이 마렵다고 할까봐' 사기 요강을 깨끗하게 씻어 방의 윗목에 신주단지처럼 자리 잡게 한 일이며, 추위에 꽁~꽁 얼은 빨래들을 옷걸이에 걸어 방안에 들여 놓으셨다. 방안의 온기로 언 빨래가 녹아 물이 뚝-뚝 떨어지면 이불이 젖을까봐 빨래 밑에 걸레를 놓는 일이며...(세탁기가 없었으니 빨래 모두를 손으로 짜서 말리던 때였으니 겨울 빨래는 마당에 널기가 무섭게 얼었다.) 자다가 깨어 담요 위에 걸려있는 붉은내복 빨래를 보면 너무 무서웠다. 아랫목에 묻어둔 밥이 식을까 봐 밥 주발에 모두 누비옷을 해 입히시는 일과 소쿠리에 가득 담긴 우리들 양말 속에 백열 전구를 넣어 바느질 하시던 엄마의 모습을 보다가 잠이 드는 일을 좋아했다. 특히 엄마가 만드시는 밥 주발 옷과 모자를 좋아했다. 색동 뉴~똥이나, 무늬가 예쁜 비단 자투리 천에 솜을 얇게 두어 한땀씩 손 바느질을 하시던 엄마의 모습이 너무 경외롭게 보이던 겨울 밤. 엄마의 겨울 일들은 추위의 시작과 함께 너무나도 많았다. 혹! 그런 겨울 밤 나기 일들을 나에게 시킬까봐 추워도 춥다는 말을 안 하고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쓰고 자던 나. 후후. 그 때의 이불 뒤집어 쓰고 자는 습관이 지금도 가끔 나오나보다. 내 아들이 가끔 나에게 묻는다. "엄마. 엄마는 왜 이불을 머리까지 쓰고 발은 내 놓고 주무시나요? 발은 시리고 숨은 막혀서 갑갑하지 않나요....?" 후~~후. 아들은 내 어린시절의 겨울을 모르기에, 아무리 이야기를 해 주어도 이해 못 한다는 표정으로 듣기에 내 이불쓰고 자는 모습이 아들의 눈에는 '엽기'로 보이나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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