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쓴 글과 그림

삼백 예순날 반복 되어진 사랑은?

유쌤9792 2009. 1. 16. 06:35

 




★ 그림설명; 종이에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그림.


분홍 빛은 늘 우리에게 사랑을 시작 하라는 빛이다.
오래 되는 열정적인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30개월을 넘길 수 없단다.

그 30개월이 지난 후의 사랑은 <습관>에서 나오는 몸짓일 뿐이라고,

사랑을 시작하면 사람의 마음 한 구석에서 핑크 빛의 빛이 새어 나오나

나는 내가 보고 느낀 사랑을 생각하면서

푸른 하늘에 핑크의 구름을 그려 보았다.

꽃과 새.
서로가 <영원>이라는 마음을 서로에게 저당 잡힌 채~`

사랑을 한다.

내가 꽃이 되고, 내 사랑이 새가 되고
그리고 하늘에 걸쳐 잠시 졸고 있는

핑크 빛의 하늘로 이불을 함께 덮고 싶어라.



삼백 예순날 반복 되어진 사랑은?


내 어릴 적 우리 집엔 세상을 다 담았다가 다시 
되 돌려 보낼 수 있을 것 같은 황금 색의 놋 대야가 있었다.

언제나 양지 바른 장독 위에 정갈하게 놓여 있던 <놋 대야>
아버지와 엄마가 서로를 <은혜>하시는 모습을 보여 주던 놋 대야.

아버지가 퇴근을 하시고 돌아 오시면 엄마는 무슨 의식을 치루시듯,

그 황금 빛 놋 대야 가득하게 여름엔 시원한 물을 담아
겨울엔 김이 모락 모락 나는 따뜻한 물을 담아 
피곤해진 아버지의 발을 담그게 하셨다.

아버지는 툇마루에 편안한 자세로 걸터 앉으셨고,
엄마는 그런 아버지의 발을 물에 담가 아주 정성스럽게 씻으셨다.

그리곤 매일 반복하여 하시는 말씀이 < 오늘도 수고 하셨습니다.>라고

황금 놋 대야에 담겨진 아버지의 발은

어린 내 눈엔 너무 하얗고 무척이나 컸다.

엄마가 아버지의 발 가락 사이 사이도

정성스럽게 씻으시는 것을 보면서
그 모습이 아주 신기해 보이다 못해 무슨 의식처럼

경건해 보였다.

아버지의 발 씻겨 드리기가 끝나면 엄마의 무릎 위에 아버지의 발을
올려 놓고는 뽀송한 수건으로 더 정성스럽게 닦아 드렸다.

아버지 젖은 발을 마른 수건으로 닦아 드리는 일을 종종 내가 하기도 했다.
<~~아니 내가 하겠다고 엄마를 졸라서 아버지의 발 씻기기가 거행 되는 동안
난 두 분 곁에서 수건을 들고 기다리기를 너무 좋아 했다. >

아버지의 발을 수건으로 감싸 안고 닦아 드릴 때 아버지와 눈이 마주 치면
아버지의 웃음이 번지는 얼굴을 보면 난 너무나 행복 했다.

하얀 고래처럼 커다랗지만 너무나 보드라운 아버지의 발.
비누 냄새가 솔 ~~솔 풍겨 와 향기로운 아버지의 발.

엄마가 그렇게 정성스럽게 매일 마다 씻겨 드리던 사랑스러운 아버지의 발.

아버지는 발 씻기가 끝이 나면 엄마가 만드신 <홑 무명 버선>을 신으셨다.

툇마루에서 대청마루로 옮겨 갈 때 아버지의 버선 발은 하얀 배처럼 보였다.
꼭이나 대청 마루가 강이 되어 아버지의 발을 물위에 띄어 놓은 것 같은 느낌을.

<아버지 발 씻겨 드리기와 엄마 그리고 황금 놋 대야.>

엄마는 그 일을 언제부터 시작 하셨을까???!!!!

두 분이 서로 <은혜>하는 모습으로 내 눈에 보이던 아버지의 <발 씻기기>

나도 결혼을 해서 지아비의 발을 씻겨 주려고 했다.

그랬더니 내 <지아비>는 너무나 놀래서 <기겁>을 했다.
<너무 간지러워서  숨이 넘어 간다나>

황금 빛의 놋 대야가 내 눈에서 사라진 것처럼
이제 내 아버지의 발 씻겨 드리기의 그 모습은 아련한 추억으로 묻혀
생각을 하면 할 수록 빙그르르 웃음이 난다.

아무리 열렬한 사랑도 30개월이

그 사랑 끝이라고 누가 말을 했던가
내 아버지 어머니의 사랑은 꼬박 30년을 지켜 내셨다.

엄마가 병으로 자리를 잡고 누었을 때

아버지는 엄마의 발 뿐만아니라
엄마의 영혼까지 매일 씻어 드리고 보다듬어 드렸다.

그리고 엄마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세상의 끈을 놓으셨다.

그리고 그리고 그 다음 다음 해에
아버지도 엄마의 손을 잡고  세상의 끈을 끊으셨다.

내 사랑은 몇 년이나 그 빛을 핑크 빛으로 간직 할 수 있을까~~!




강이 물결 치는 모습대로 얼었다.
강물도 이곳으로 오고 싶었을까?

물결이 뭍 쪽으로 울렁거리며 얼었다.

진작 와 볼 껄
내가 그리워 하는 것은 늘 나를 향해 있는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늘 멀리 돌아 <그리움>을 찾아 해메인다.

넌 어디에서 왔다가 제 자리로 돌아가지 못 했니?

누가 너를 예까지 데려 왔다가 그냥 너를 두고 갔니?

아마 너를 잃어 버린 것을 알고
돌아 오려고 해도 물이 얼어 못 오는 걸꺼다.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기다려 봐!
누구도 너를 그렇게 버리고 가지는 않았을꺼야


저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있을까?

저 나무를 안고 있으면
나무의 심장 뛰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겠지
이렇게 이른 아침이면 물 오른 나무를 안고 싶어라. 

땅에 몸을 뉘어 그 누구도 걸터 앉으라

제 몸을 내 준 나무를 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