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설명; 왓트만지에 특수재료로 그린 그림.
겨울 풍경.
지난 주 <구미>로 미술 강의 가는데 지아비가 운전기사로 동행을 해 주었다.
아주 오래 전에는 내 아버지가 내 그림 그리러 다니는 길을 동행 해 주셨는데
아버지가 떠나시면서 지아비에게 당부를 하셨든가 보다.
미술 강의를 하러 가기 위해 목적지까지 가는 길을 몰라 쩔쩔매면
내 지아비는 서슴치 않고 자동차를 내 목전에 대 준다.
강의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은 오롯하게 두 사람만의 시간이다.
그동안 서로가 바빠서 밀려 두었던 이야기를 두런두런하면서
지도에 점찍어 둔 경치를 따라
차바퀴가 구르는 대로 쉬었다 가기도, 지나쳐 가기도 한다.
30년은 내 아버지가 동행이 되어 주셔서 든든했고
또 20년 동안은 지아비가 내 동행이 되어 주고 있기에 고맙다.
훗날 내 아들이 또 나의 동행이 되어 주려나
아버지--지아비--아들--내가 등 기대고 선 나무의 크기는 달라도
마음으로 깊이 사랑하는 세 남자다.^^*
고분 안을 밝히기 위해 만들어 둔 등잔과 바람이 통하게 둔 벽 창문.
백제의 왕들이 누어있는 길을 따라 걷는 지아비.
그들과 무슨 이야기를 나누면서 저 길을 걷는 걸까~~~~!
세월이 지난 다는 것은 정말 예고되지 않은 미로에 빠져
자신도 모르게 세월의 소매 자락에 끌려 따라 가는 것이 아닌가 한다.
아무리 소중했던 기억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보고, 느끼는 관점에 따라 그 평가가 달라지는 것이기에
살아 있는 동안 더 많은 것을 나누고 느껴야 하리라
백제 그 흔적을 찾아서 돌아 본 송산리 고분군(무령왕릉에서)
★ 서울로 오르는 길에 마곡사엘 갈까 말까!
운전대를 잡은 지아비가 어찌나 망설이든지.
강하게 마곡사를 보고 가자고 조르면 용수철처럼 튕겨 나가고,
지아비의 말에 따라 그냥 서울로 오르자고 하면
내 마음에 또 하나의 미완성 작품이 남는 것 같기에 애교작전을!
원~~! 이 나이에 웬~~~ 애교~~ 또 그것이 통하다니
절이 눈에 빤히 보이는데
일주문으로 들어서기가 왜 그렇게 어렵던지
걸어도 걸어도 발 아래는 그 자리인 것만 같은 마곡사 가는 길.
해탈 문을 들어서면서 무엇에서 벗어나고파 하는 마음일까!
살아가는 길~~그 길은 <苦海>라고 입버릇처럼 말 하시던 엄마가 생각났다.
<解脫> 자신에게서 벗어나고 나면 그 다음에 오는 것은 무엇일까?
마음에 지니고 있는 온갖 욕심에서 <해탈>하게 해 주십사고 합장을 했다.
오랜 세월 그 자리를 비키며 오고가는 이를 수없이 바라보았을 보리수나무.
보리수 아래 나무 의자에 앉아 부처의 마음을 거들떠 보고 싶었다.
겨울이 잠들어 있는 산사의 적요한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고개가 숙여진다.
바람도 태화 산이 붙잡고 있는지 마른 잎 새 한 장 일렁이질 않았다.
도깨비가 채 씨실과 날실을 세다가 그만 동이 트고 말았다는 이야기처럼.
저렇게 쪼르라니 앉아 계신 부처님을 바라보면서
나도 모르게 숫자를 세다 그 헤아린 숫자를 잊어 버려 다시 세고,
또 다시 세고 그러다 갈 길을 잃고 만다.
그러기에 난 내 나이를 헤아려 세는 것도 잘못하는 <숫자 치>다.
그 어두운 곳에서 무엇을 기다리고 계시는 중인가요?
당신을 찾아 너무나 먼 세월의 길을 돌아 왔습니다.
아무리 고개를 들고 당신을 바라보아도
내 눈 끝에 보이는 당신은 너무나 먼 당신입니다.
당신도 나를 천년의 세월 뒤편에서 숙명처럼 기다리셨습니까 ?
대웅전의 주변을 서너 바퀴 돌았다.
백제가 묻어 둔 옛 향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대웅전 법당에 들어 삼배를 공손하게 올렸다.
대웅전 마룻바닥의 나무판이 어찌나 반질거리며 윤이 나던지,
마음을 흘리고 절을 했다간 미끄러져 스케이트를 타게 생겼다.
살아가는 길. 살면서 제자리로 돌아가는 길.
어차피 빙판 위를 달리다, 멈추다하는 곡예의 일부가 아닌가!
내게도 방 한 칸 내어 주실 수 있는지요?
겨울이 소리 없이 잠들어 있는 동안 나도 잠시 동안거에 들고 싶어라.
< 태화 산 기슭의 마곡사에서 `지나가는 겨울을 바라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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