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목요편지

계묘년 9월의 마지막 목요일에~~

유쌤9792 2023. 9. 28. 09:31

 

★ 그림설명 : 종이에 복합재료로 그린 그림

 

우리 모두는 한 공간에 얽히고설켜서 산다.

 

우리만 아는 듯 했던 관계도

조금 돌아보면 우리 둘레엔 모두가 아는 이들이다.

 

새의 작은 입에 물고 놓치지 않으려는 인연의 끈은

아주 연약한 것 같아도 한번 묶이면 쉽게 벗어 날 수 없다.

 

여기를 저기를 보아도 우리의 앞이 커다란 바위로

단단하게 막혀 있을 때가 많다.

누구도 그 바위를 뚫지 못 할 것 같아도 바람과 물이

유연한 몸짓으로 아주 조금씩 흔들어 틈을 만들다.

 

그 틈으로 미세하게 새어 들어 오는 빛이 또 다른 인연이다.

 

 

계묘년 9월의 마지막 목요일에~~`

 

엄마와 아버지는 천생연분이셨나 보다.

두 분의 생일이 추석 전 전 날로 나란히 붙어 있다.

 

두 분이 세상을 떠나 신지는 35년이 넘었지만

동생과 내 마음엔 아직도 우리 곁에 계신 듯하다.

 

두 분의 생일 축하의 마음으로

엄마와 아버지의 위패가 모셔진 대각사 절엘 다녀왔다.

 

종로 3가 종묘의 담과 붙어 있는 대각사는 내가 어릴 때

엄마의 손잡고 동생들과도 함께 다니던 곳이다.

 

달라진 것은 절의 건물이 좀 더 복잡해진 것뿐이다.

삼선동 5가의 집에서 종로 3가까지 가려면 전차를 타고 가다가

내려서 한참을 걸어야만 했다.

 

우리 삼남매를 다 데리고 절에 다니시던 엄마는

무척 힘이 드셨을 텐데도 절에 가는 날은 힘들어 하지 않으셨다.

우리는 절이 놀이터였기에 노스님들이 많이 예뻐해 주셨다.

 

대각사의 오래전 건물 사진이 궁금하다고 스님에게 물었다.

스님은 대각사에 오신지 얼마 되질 않아 아는 것이 없다고 한다.

 

혼자 아는 추억은 홀로의 몫인가 보다.

 

동생과 부모님 이야기를 넘치도록 하고 부모님이 좋아하시던

실처럼 가늘고 하얀 국수 한 그릇 먹고 헤어졌다.

 

 

오늘은 9월의 마지막 목요일입니다.

 

내일은 추석이지요. 행복하고 즐거운 한 가위 보내셔요.

감기 걸리지 않게 몸조심하셔요.

 

당신을 사랑합니다.

 

 

 

저녁 내내 사람들의 눈길 신경 안 쓰고

활짝 펴있던 메꽃이 아침 햇살의 시작과 함께

입을 꼭 다물었다.

 

이제부터 길게 잠을 잘 모양이다.

작은 꽃이 야무지게 몸을 말아 접었다

분꽃도 메꽃도 남을 전혀 신경 안 쓰고

살다가가는 모습이

대단해 보이면서도 너무 외로워 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