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 설명 : 종이에 복합재료로 그린 그림
가을비가 내리다. 비가 너무 반갑고 고맙다.
젊어서는 비오는 날을 무조건 좋아했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 뭔가 모를 숙명적인 일이
묘하게 순서를 매기지 않고 발생하곤 했다.
혜화동에서 삼선교로 넘어 가는 언덕 중간 즈음에서
오랜 시간을 그림만 그리고 지내던 때가 있었다.
대학 졸업 후 나의 20대를 송두리째 그림에 부어 담았던 시절이다,
화실 앞의 가로수들이 너무 울창하여 언덕을 오르고 내리던 차에서
우리 화실이 보이지 않았고 나도 차 속의 사람들을 볼 수 없었다.
너무나 큰 나무였기에 여름에는 송충이가 비처럼 쏟아져 내렸고
가을에는 부침개처럼 생긴 낙엽이 하락하여 신작로를 덮었다.
겨울에는 나뭇잎을 다 떨군 나뭇가지들은 괴기한 공포로 하늘을 찔러댔다.
비로소 겨울이 되어야만 우리화실이 거리로 드러났다.
오늘처럼 가을을 부르는 비와 바람이 시작되는 날이면
혜화동 <한나 화실>앞의 나무들과 숙명적이었던 사건들이 떠오르다.
지나간 시절은 온갖 그리움으로 포장되어 시도 때도 없이 스며들어
비에 온 몸이 젖은 작은 새의 가슴처럼 감성을 헐떡이게 한다.
● 계묘년 9월의 둘째 목요일에~~~
나에게는 이상한 습관이 있다.
오랜 시간 동안 고치고 싶어서 노력도 해 보았지만
쉽게 고쳐지질 않기에 때로는 근심거리가 되기도 한다.
두루마리 휴지를 사서 쟁여두기.
요즘에는 휴지도 쉽게 살 수 있는 생활 일용품인데도
두루마리휴지를 두 박스정도는 사 둬야 마음이 놓인다.
두루마리 휴지를 사용하면서 누런 휴지관이 보이길 시작하면
공연스레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해지기까지 한다.
엄마는 쌀을 늘 넉넉하게 사 두시면서 흐뭇해 하셨다.
그리고 철마다, 고추, 소금과 마늘을 미리 사서
집의 담벼락 한편에 신문지로 봉지를 만들에 잘 보관하셨다.
그러나 나는 엄마를 따라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집안 살림을 해 주시던 유모님에게 늘 한 소리 듣곤 했다.
<유 선생은 엄마를 닮지 않고, 쓸데없이 휴지나 사 쟁이다니~~! >
나의 휴지 사 두는 편집증이 어디에서 시작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사실 우리남편이나 아이들도 나의 이런 습관을 잘 모르고 있다.
쟁여 두는 휴지는 베란다 한 구석에 있고 사용하는 휴지는
마루 벽장에 하얀 벽돌처럼 쌓아져 있다.
벽장의 휴지가 비워지면 얼른 베란다 휴지가 안으로 이동을 한다.
한 칸씩 뜯어도 먼지가 조금 나는 도톰하고 백옥처럼 하얀 휴지.
휴지에 향이 들어 간 것은 절대 우리 집에 입성 할 수 없다.
오늘은 9월의 둘째 목요일입니다.
비가 온 후 기온이 뚝 떨어졌지요.
환절기 감기 조심하셔요. 아프면 모든 것이 의미 없지요
당신을 사랑합니다. .
나무에서 땅으로 돌아가는 은행나무의 열매들.
도시의 신작로 바닥으로 떨어지는 은행 알들은
행인들의 발에 밟혀 냄새가 고약하게 멀리까지 이동한다.
노란 색 은행잎은 눈부시게 아름답지만
은행 알은 비호감이다.
그러나 숲속에서는 누구의 발에도 밟히지 않기에
노란색 알사탕처럼 예쁘고 동그란 원형 그대로다
작은 바람에도 바람에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은행 알이
내 머리도 등도 살짝 두드리며 땅으로 미끄러지듯 떨어지다.
자연스러운 것은 모두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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