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목요편지

2025년 10월의 넷째 목요일에~~

유쌤9792 2025. 10. 23. 08:32

 

★ 그림설명 : 종이에 복합재료로 그린 그림

 

아직은 가을빛이 퍼지지 못했다.

성질 급한 은행나무 열매들만 하강하여 땅위에 구르다.

가을의 냄새가 아주 고약하지만 정겹기도 한 은행나무다.

 

가을의 색은 지독한 원색이다.

여름의 초록색을 이겨낼 원색은 없지만

노랑 빛으로 세상을 누르는 은행나무의 색은 압도적이다.

 

가을바람의 사이를 걸으며 산책을 하다.

햇볕이 등을 밀기에 땀나는 초가을이다.

 

새는 무엇에 놀라 자빠지려하는가!

살면서 자기도 모르게 놀람의 진동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것이 우리들이다.

 

살아가는 일이란 장애물이 전부이지만

묵묵히 살아내는 것이다.

 

 

2025년 10월의 넷째 목요일에~~

 

내 곁에 있는 중학교 때의 동창 한 사람,

 

어릴 때 우리 집에서 살다시피 하여 통행금지 직전에

친구의 집까지 데려다 주고 오던 밤길은 암흑과 공포였다.

거의 매일 밤, 친구는 우리 집 사랑방에 와 있었다.

 

4명의 남자형제들 틈에서

여자라고는 자기 혼자라 너무 외로워했다.

 

고등학교까지 같은 학교를 다니게 되었는데

고등학교에 가서는 서로가 학업에 바쁘고 친구도 각자

다른 종류의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니 중학교 때처럼

친밀하게 다니지 못하고 대학을 가서야 다시 친해졌다.

 

결혼을 대학교 졸업하자마자 했기에

결혼 할 사람을 내 엄마와 나에게 소개한다고 데려왔다.

 

친구 중에 제일 먼저 결혼을 했다.

그래서 친구가 사는 집엘 끊임없이 드나들었다.

친구의 자녀들은 둘 다 45세가 넘었다고 한다.

 

친구는 지금도 나에게 종종 전화를 걸어준다.

오늘은 둘이서 영화를 보고 한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아이처럼 좋아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니 나도 행복했다.

 

둘이 손을 잡고 우리 집까지 걸었다.

친구는 나에게 어릴 때 이야기를 어제의 일처럼 했다.

<넌 아주 까다로운 친구였는데 나이가 들면서 아주 유해져서

너무나 놀랬다, 그런데 너는 나에겐 너무 좋은 친구였다.>

 

나이가 드니 아프지 않은 데가 없다는 친구다.

나에게 준다고 긴 스카프 두 개와 겨울조끼를 사 왔다.

스카프와 조끼를 사면서 마음이 설레었다고 한다.

 

내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아주 기쁘게 받았다.

친구의 소녀 감성이 너무나 고마웠다.

몸은 노쇠해 가는데 마음은 16세 소녀의 마음에 머물다.

 

오늘은 을사년 10월의 넷째 목요일입니다.

 

날씨가 부쩍 차가워 졌습니다.

감기 조심하셔요.

언제나 평온한 마음으로 행복하시길!

 

당신을 사랑합니다.

 

 

금화마을의 소나무들

금화마을 소나무들은 궁금증이 많은가 보다

 

뿌리인지 가지인지 모를 것들이 땅 밖으로 다 드러나다.

굵은 힘줄이 밖으로 튀어 올라 온 것을 보려니

마음이 짠하며 슬프다.

 

땅속으로, 땅밖으로 길게 뻗지 못해서 땅위로 올라왔나 !

화단의 깊이와 흙이 부족한데도

용하게 잘 버티고 서있는 소나무들이 기특하다.

곧 겨울이 올 뗀데 어쩌나!

오랜 시간을 땅 위에서 살아온 나무뿌리라

염려 말라는 것 같다. 살아있게만 해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