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목격담부터 이야기하겠습니다.
왜, 흔히들 댓글게시판에서 흰소리를 하거나, 너무 황당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초딩’이라고들 그러시죠? “초딩 개학은 대체 언제 하는거냐?”, 그 황당한 댓글에 다시 이런 댓글 다신 분들 좀 계실 겁니다.
여기서의 ‘초딩’이란, ‘어린 아이처럼 너무 철이 없다’는 뜻일겁니다. 하지만 또다른 뜻도 있습니다. ‘요즘 일부 초딩들은 정말 너무 개념이 없고 무서운 것을 모른다’는 뜻 말이죠.
말은 이렇게들 하셔도, “설마 초등학생이 뉴스 댓글게시판에 정말로 댓글을 달겠느냐”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하지만, 전 실제로 초등학생이 뉴스 댓글 게시판에 댓글을 다는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깜짝 놀랬죠. 그 아이가 댓글을 달던 뉴스의 소재는 무엇이었을까요? 예, ‘아프간 피랍 사태’였습니다. 더 놀래버렸죠.
어린 아이가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을 갖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고, 칭찬할 일이긴 합니다. 하지만, 우려할 점은 정말로 ‘철없는 소리’를 댓글로 표현할까 싶은 점이죠.
전 그 아이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겠다는 이유로, 그 아이가 단 댓글의 내용은 훔쳐보지 않았습니다. 부디, 초등학생다운 맑고 순수한 내용의 댓글을 달았기를 바랄 뿐입니다.
초등학생, 국민학생과 뭐가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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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전부터 떠돌던 '초딩' 관련 패러디 합성사진 | |
초등학생은 왜 ‘초딩’이라는 오욕의 대상이 된걸까요? 일부 어른들의 ‘말장난’이 기정사실처럼 퍼진 것일까요? 아니면, 요즘 초등학생들은 정말 예전의 ‘국민학생’들과 뭔가 많이 다른걸까요?
확실히, 다른 면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이들을 지켜볼 기회가 많은 편이라 예민하게 관찰했습니다. 평균적으로 요즘의 ‘초등학생’들은 ‘국민학생’과 비교할 때, 아이다운 활발함이 많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눈치를 살살 살피는 아이들이 많죠. 정당한 할 말도 제대로 못하고, 상대의 눈치를 슬금슬금 보다가 우물쭈물하는 경우도 많구요.
특히나 저는, 사람을 볼때면 늘 눈부터 보는 편입니다. 그래서 초등학생들의 눈빛도 자주 관찰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생생함이 옛 시절의 ‘국민학생’들에 비해 많이 줄어 있습니다.
좋게 이야기하자면 노숙한 것이겠죠. 하지만 그렇게만 보기는 힘듭니다. 뭔가 억압당하는 눈빛 같다는게 솔직한 생각입니다. 인간은 원래 그런 동물입니다. 뭔가에 짓눌리면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기가 어려워집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역반응으로, 엉뚱한 방향에 좋지 않은 방식으로 그 스트레스를 풀어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초딩방학! 초딩들이 ‘도서관’에 몰려왔다
방학이 되면 도서관에서 가장 일하기 힘든 곳이 어디일까요? 사정을 좀 아시는 분이라면, 당장 대답하실겁니다. ‘어린이자료실’이죠.
일단, ‘방학’이 되면 숱한 아이들이 아침부터 몰려옵니다. 아이들만 올까요? 아닙니다. 그 부모님도 옵니다. 방학이 되면 아침부터 열람시간이 끝날 때까지, ‘바글바글’합니다. 인산인해에요.
많이 오는 것 자체도 그렇지만, 문제는 아이들에게는 ‘정리정돈’의 개념이 희박하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건 어른들도 마찬가지긴 하죠. 책을 봤으면, 자신이 본 책은 제자리에 꽂는게 정상인데, 그냥 그 자리에 놔두거나 실컷 어지럽혀 놓고는 슬그머니 사라집니다.
아이들은 잘못된 행동을 해도 그것이 잘못된 행동이라는 점을 크게 깨닫지 못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부모의 도덕적 인식과 교육방식이 중요한겁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평균적으로 부모의 자식에 대한 시민의식 교육이 낙제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젖먹이에게 영어단어를 암기시키고, 여기저기 돈 들여서 학원보낼 줄은 알았지만, 아이들이 어떤 사회인이 될지, 어떤 도덕의식을 갖고 살아갈지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부모는 많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시간되시면, 언제 인근 도서관의 ‘어린이자료실’ 한번 가보시길 바랍니다. 난장판입니다. 책을 꺼낼 줄은 알지만, 제자리에 꽂을 줄은 모릅니다. 한두명이 아니고 수백명이 그런 행동을 반복하면 금새 아수라장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제 생각엔, 앞서 이야기했듯이 그것이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크게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도 작용하겠지만, ‘억압’에 대한 스트레스 해소 차원의 행동이란 생각도 합니다. 유심히 관찰해보니, 앞서 이야기한 눈빛이 죽어있는 아이들이 평균적으로 책을 더 많이 어지럽히는 편이었습니다.
물론 도서관만의 풍경은 아닐겁니다. TV에서도 자주 보이는 모습이죠. 아이들이 밖에서 잘못된 행동을 하거나, 이해가 안가는 행동을 하는 경우엔, 대개 부모의 가정폭력이나 지나친 억압이 존재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는 겁니다.
아이들의 발랄한 생기는 존중해야 마땅하지만, 어릴 때부터 너무 공부를 강요하는 부모들은 그걸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화 마니아라면 일본만화 <군계>를 기억하실 겁니다. 저는 <군계>의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한편으로는 너무 현실적으로 보인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초딩'이 휩쓸고 간 '어린이자료실'의 참상(?)의 일부
‘초딩’이 두렵습니까? 전 ‘부모님’들이 더 두렵습니다
‘초딩’을 갈굴 일이 아니죠. 아이들은 부모의 영향을 받습니다. 어린이자료실에서도 그래요. 아이가 책을 어지럽히면, 부드럽게 그것이 잘못된 행동임을 이야기하고 같이 정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머님들 잘 안그러십니다. 어떤 어머님들은 다른 어머님들과 수다 떨기에 바쁘고, 아이가 책을 어지럽히든 말든, 본인이 정리하는 것 아니니까 방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어머님은 선교 팜플렛 꺼내놓고 ‘전도’를 하시는 분도 있어요.
심지어는 아이가 뭔가 잘못하면 무작정 고함부터 지르는 어머님도 계시죠. 이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는 부모의 말과 행동을 통해 배웁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겁니다.
공부가 다가 아닙니다. 사소한 행동을 통해서도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끝없이 배워나갑니다. 어머님들의 무신경한 모습, 일부 어긋난 행동들, 아이들이 다 보고 배웁니다.
그게 잘못된 것이라는 점도 잘 모르죠. 어쩌면 ‘인터넷’에서의 ‘초딩 공습 경보’의 궁극적인 원인은 부모님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초딩’보다는 ‘부모님’의 반성이 있어야
공부보다 중요한건 ‘사람’이 되는거고, ‘시민’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히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게, 정리정돈하는 습관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사람’으로 자랄 수 있다면, 그 아이는 뭘 해도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이 아무리 학벌 사회라지만,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역할이 있고, 재능과 흥미가 있습니다. 그것만 잘 깨워서 키우고, ‘시민’으로 자랄 수 있다면 남부럽지 않은 사회인이 될겁니다.
이제부터라도 좀 달라진 ‘부모님’의 모습을 보이길 바랍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할 ‘공부 강요 내공’을 가진 분은 많아도, 정작 가르쳐야 할 것을 가르치는 분은 많지 않다는게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그 무신경이 당신의 자녀를 ‘초딩’으로 만들고 있는 겁니다. 아이의 인성에 무신경하지 않은 부모만이, 밝고 건강한 아이를 키울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대한민국의 부모님들, 좀 달라져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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