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쓴 글과 그림

인사동의 포장마차

유쌤9792 2008. 10. 5. 20:47

 


그림 설명 : 와트만지에 색연필로 그린 그림


포장마차
누구나 다 지난 시간에 대한 아련한 추억들이 있다.
포장마차. 비오는 날이면 한번쯤 기웃거려 보고 싶은 장소.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올 즈음

(비가 뿌리거나, 싸락눈이 오는 날이면 더욱 더 그립다.)

 

 운동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가끔씩 들려 오뎅국물을 얻어 먹는다.

언젠가는 소주 한 잔도 달라고 그래야지.
잊혀지려는 내 친구들에게 건배를 하면서,

후후, 등을 보이고 앉은 이가 나 일껄!

 

 

 

 

< 일요일 오후 지희의 손을 잡고 인사동엘.>

차 없는 날인 일요일의 인사동은 전시회 구경뿐만 아니라
기기묘묘한(??)사람들 구경이 더 흥미롭다.
노점상들이 펼쳐 놓은 각색의 물건들.
물론 국적 불명의 다국적 물건이지만 지희와 나,

쪼그리고 앉져서라도 구경하기엔 충분한 흥미꺼리였다.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의 기다림이 무엇인지 알아 내고는

둘이 히~득거리기도,
(한개에 500원하는 옥수수호떡 포장마차 앞의 줄이 끝도 없었다)

옛집, 옛 골목에 숨겨진 작고 큰 전시장을 돌면서
딸과 나는 어느새 그림 비평가가 되어 의견이 일치하기도 ,

엇 갈리기도 했다. 의견이 엇 갈려도 좋으리라. 작품감상은 늘 혼자의 몫이니...

일요 인사동 지킴이들.
어커디온 연주하는 할아버지, 대나무 끝으로 그림그리는 할아버지,

사주 관상을 진지하게 봐 준다는 할아버지,
아주 먼 옛날 다락속이나 마루밑에 쳐 박아 두었던

거미 줄 낀 물건들을 팔러 나온 할아버지.

추수한 볏단을 넉넉하게 풀어 놓고는 각기 재주(?)껏

인형이든, 새끼든 꼬아 가라는 판.
손으로 두드리고, 비틀고, 꼬며 짚풀 향을 풀석이는

모습들이 정겨워 보였다.

호박엿,생강엿을 대패로 밀어 파는

부부들의 각설이타령과 가위로 박자 맞추어 엿 깨는 소리.

더위가 저 멀리 자취를 감추었는데도

필방마다에서 파는 크고 작은 부채들

(부채는 겨울에 사 두어야 다음 해

단오 날에 맞추어 그림을 그려 선물 할 수가 있기에...)

전통 향을 피우면서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살라는 일침 가하는 통인가게와 경인미술관에서 사르는 향 냄새가

인사동의 겨을을 더 깊은 맛으로 느끼게 했다.(정신이 맑아 진다고 했음)

그리고 포장마차에서 풍겨오는 오뎅국물 냄새와 번데기 조리는 냄새.

옛날식 밥풀과자 만들기를 그 자리에서 묘기 부리듯 만들어 보이는

아저씨의 손놀림과 밥풀과자.
달고나 아줌마의 뽑기 누르는 솜씨는 가히 조각가여!
용의 수염을 닮았다는 수타식의 엿, 꼭 누에고치처럼 생겼어!!!


휴일의 인사동 길을 걸으려면

너나 할 것 없이 손에는 먹걸이 한 개씩을 들어야 푸근해 보이는가?

오가는 이 거의 다 손에 들고 다니는 것은 전통을 닮은 먹걸이였다.

어깨를 부딪치면서 걷게 되어도 누구하나 찡그리지 않는 인사동 길.
외국어를 몰라도 스쳐 만나는 외국인들과 웃음으로 목례를 하는 인사동 길.

지희와나.

아빠와 오빠에게 준다며, 을릉도 호박엿과 콩엿,밥풀과자를 사들고.

또 내년 단오 날에 그릴 부채 10개를 골라 들고는 행복해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속에서 지희의 어깨에 기대어 잠시 잠을 잤다.
이미 해는지고 거리는 어둠이 깔렸지만 지희가

내 지킴이가 되어 주어서 좋았다.
♡지희야 고마워 인사동 연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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