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쓴 글과 그림

우리동네의 느티나무

유쌤9792 2008. 10. 5. 20:57




☆ 그림설명; 종이에 펜과 복합재료로 그린 그림

봄을 기다리는 느티나무.
느티나무 아래 붉은 색은 땅 밑에서 오르는 새 생명의 의미를 뜻하고
현실에서는 아파트가 휘장을 쳐 느티나무가 안 보이지만 그림에서는
아파트를 내려다 보는 시원함을 주었다.

작은집 앞에 서있는 나무는 매봉산의 오래된 벚꽃을 옮겨 심어 보았다.


봄이면 잔 가지 끝으로 여리고 여린 작은 싹이 다시 돋아 오르길 바라면서
내 좋아하는 불꽃놀이를 은은하게 선물했다.



< 도곡동을 지키는 느티나무.>

긴 세월을 말없이 한 자리에서 묵묵히

지나는 시간과 추억을 모두 지 몸에
나이테로 두르고 서 있는 느티나무 한 그루

누가 심었는지,
누가 그 나무 아래서 소원을 빌며 사랑을 언약했는지,
나무 만이 아는 온갖 이야기를 나무잎에 주렁주렁

매달고 사는 느티나무.

매봉산을 연인으로 삼고 긴 세월을 한 자리에 서 있던 느티나무.

아마도 아스라한 예전엔 매봉산과 땅 밑으로

손 잡고 서 있었을 터인데,
매봉산과 느티나무 사이에 도로가 나고
그 도로로 분주히 다니는 차들을 보면서 느티나무는
체념이란 감정을 배우기 시작했겠지.

또 사람들에게 주변의 지 자리를 한 뼘씩 양보하기 시작했을 것이고,

매봉산으로부터 사랑의 속내를 전 해 오는 새들의 소리를 환청으로만
여기고 살아 갈 인내도 배웠을 것이고,

잔 가지 쭉 뻗어 동네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감지해야 할

기쁨도 잘라냈을 느티나무.


지난 지난 해.


그 느티나무 자리에 아파트를 짓는다는 공고가 붙었다.
동네사람이 아닌 他地 사람들은 느티나무와는 상관없이
그곳에 집을 얻으려고 몰려 들었다.

경쟁이 얼마나 심했던지 서울대 입시보다 더 치열 했다나...

그리고
그 나무의 속내와는 아무 상관없이 한 뼘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려고
사람들은 나무가 스스로 목 매달아 죽기를 바랬다.


無知한 사람들은 느티나무가 스스로 죽을 기미가 안 보이자
동네사람들 모르게
나무 주변에 구멍을 뚫어 독극물을 주사했다.

800년을 넘게 자리잡고 앉은 느티나무는 몸부림을 쳤고,
공사하던 아파트는 부도가 나고 사람들이
여러명 사고로 세상을 버렸단다.

공사가 중지되어 느티나무 주변이 뒤숭숭 해지자
동네 사람들은 느티나무 살리기 운동을.
밤 낮으로 느티나무 지킴이들이 나무 주변을 서성였고,
"절대로 죽어서는 안 된다며" 나무를 위로 하기위해 고사도 올리고
나무를 기쁘게 한다며(?) 풍악을 울려 주었다.

기진맥진 해 죽기 직전의
느티나무가 우리 모르게 작은 잎으로 화답 해 왔다.

그 끔찍하고 어둡던 긴 겨울이 지나고
매봉산 산 허리에 진달래가 피기 시작 할 때.

느티나무도 파랗고 여린 잎을 앙상한 가지 끝에서 피어냈다.
사람들은 모두 두손을 합장하며 기뻐했고,
짓기로 한 아파트는 느티나무를 생각하여 아파트 층수도 낮추고,
느티나무 주변의 땅을 남겨 둔 채 집을 짓기 시작했다.

그리곤 800년만에 처음으로 느티나무는 울타리를 갖게 되었고,
"어찌어찌 해서 훌륭한 나무이니 건드리지 마시오"
라는 경고판을 달았다. 

느티나무는 알 것이다.
고층아파트가 자기의 친구가 아니라는 것을.
밤마다 촘촘하게 켜지는 불빛이 별 빛이 아니란 것도.

아파트가 매봉산을 가리고 서 있어도,
해를 가리고 서 있어도,
느티나무는 그 자리 그대로 남아 있게 되었음 하나만에 만족하리라.

변하는 세월을 탓 하지도 않고,
너무 오래 살아 온 자신의 운명을 탓 하지도 않고,
매봉산 그림자를 感으로 느끼며 서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가끔 그림그리러 오는 나를 반기며 손 흔들어 주고,

가끔 지나가는 아이들이 하늘로 높다랗게 뻗은 나뭇가지를 보며
신기해 하는 모습을 사랑하는 것으로 만족 하리라.


★ 지희가 초등학교 때 미술대회에 나가
우 동네 도곡동 느티나무를 그려서 은상을 탔다.

느티나무가 지희에게 은상과 상품을 푸짐하게 안겨 주었다고
좋아했다.

2008년 지금은 저 자리 곁에 아파트가 들어 섰다.

사람들과 나무가 함께 사는 모습이 이젠 잘 어울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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