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설명: 종이에 복합재료로 그린 그림
어릴적 내 살던 동네.
한옥 지붕 위로 봄이 오고 멀리 산이 보이는 동네.
●< 돌아가고푼 시절을 생각 해 보면...>.
그 시절이 언제라도 좋다. 아무리 추운 날에도
빠이로 오바 입기를 거부하고
교복만 달랑 입고 다녀도 춥지 않던 시절.
귀 밑 2㎝ 단발머리를 조금이라도 길게 기르고 싶어 머리핀으로
온갖 마술부려 머리를 추켜올려 층이 지는 머리도 애교스럽던 시절.
빈 화구박스가 금고라도 되는 듯 멋스럽게 들고 다니다가
실수로 뚜껑이 열려
그림도구대신 도시락과 거울이 나와도 민망하지 않던 시절.
까만 스타킹 밑으로 싹~스양말을 돌돌말아 신고
등교하다 규율 샘에게 걸려도
애교 넘치는 웃음으로 살~살 빌었어도 부끄럽지 않던 시절.
수학여행에서 친구들과 밤새워 수다떨고 놀다가
불국사,석굴암 구경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와도 불국사를 본 듯 의시대던 시절.
짝사랑하던 영어,국어,체육,음악,미술 샘을
한 번이라도 더 보려고 일 없이
교무실을 서성거리다 아줌마 가정 샘에게 출석부로 맞아도 신나던 시절.
그림 그린다고 늦게까지 화실에 남아 남학생들과 생 라면 부셔 먹으며
비운의 무명화가라도 된냥 신세한탄 해도 그 모습이 청승맞지 않던 시절.
화실 선배언니 미팅 가는 것 구경하며
늘 침 꼴~깍 삼키다 미팅파트너 대타로 나가
진짜 대학생 뺨~치게 연기하고
돌아와 미팅 파트너 애간장 녹이다 걸려도 미안치 않던 시절.
벽이란 벽 모조리에.
"마음잡고 공부하자.!! 작심 삼일 웬말이냐!!"의 구호를
빽~빽히 붙이고 살아도 믿는 것 같지 않던
부모님의 의심에도 결백한 척(?)하던 시절.
○○○ ◎◎◎ ○○○ ○○○ ◎◎◎ ○○○ ○○○ ◎◎◎ ○○○
뒤 돌아 보고푼 그 시절이 언제라도 좋다.
우리에게는 돌아가고 푼 시절이 늘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다.
아침이면 어깨 흔들어 잠 깨워 주시는 엄마의 목소리가 있으면 좋고,
늦은 귀가 길,
버스정류장에서 서성이며 나를 기다리던 아버지의 넓직한 어깨와,
가방을 들어 주시던 듬직한 손이 보이면 좋고,
동생과 이불 한자락 더 빼앗아 덮고 자려고
투닥거리다 토라져 잠들었어도 다음 날 아침이면
'언제 싸웠냐는 듯' 말~간 얼굴로 배시시 웃던 동생이 있으면 좋고,
아침마다 학교 가자고
"순~~영아!!학교 가자."라고 온 동네를 시끄럽게 뒤집어 놓아도
내 이름 크게 부르던 친구가 있으면 좋은 때.
잠시 낮잠을 자고 난 것 같은데,
나와 함께 있던 이들이 하나 둘 씩 자취를 감추었다.
'눈먼 할머니와 의사'의 愚話에서 처럼 눈 뜨고 나니
내게 살갑던 이들이 모두 어디론가 가 버렸다.
가끔은 나 섭하지 말라고 꿈에서 스치 듯
모습을 보여 주곤하지만 다시 낮잠을 자고 난 듯,
온 세상에 나 혼자 인 듯한 고적에 가슴이 아리다.
마음이 서글픈 날......
엄마는 經典을 읽으시며 마음 속으론 나처럼 서글픈 마음을 타독이셨을까?
아버지는 고향에 계신 老母에게 전화를 걸어
낯선 경상도 사투리로 "엄니"를 불렀을까?
가끔은 나도 經典을 읽고, 전화를 걸어
낯선 坊言으로 "엄니"를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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