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설명 : 왓트만 종이에 펜으로 그린 그림.
우리집에서 함께 사는 큰 남자(?)가
내 머리카락을 염색 해 주고 있는 모습.
염색 해 줄 때의 모습은 아주 진지하다.
예술가가 된 듯한 멋으로.
★ 흰머리카락 물 들이는 날.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희긋희긋
은빛 머리카락이 보이기 시작한지 몇 년.
처음에는 거울 속으로 들어라도 갈 듯. 한 올씩 뽑아내며 엄마를 생각했다.
봄날 양지바른 마루에 앉아 흰 머리카락을 골라내는
엄마를 보면서
"엄마 그 머리카락도 엄마 머리카락인데 무엇하려고 뽑아 내고 그러우.?"
"얘 넌 언제까지 네 머리가 검을 줄 아니? 너도 나처럼 흰 머리카락이 나 보거라
마음이 얼마나 쓸쓸하고 적적한지 모른단다.
청춘이가고, 황혼이 온다는 뜻이란다..
" 엄마의 말이 아주 먼 날의 일인 줄 알고 입을 삐죽였는데.....
내도 청춘이 가고 황혼이 온다는 신호로
무자비하게 흰 머리카락이 솟아 올랐다.
슬금슬금 아프고나서,
죽기를 각오하고 큰 고비를 넘기고 나서부터,
다시 살았다는 징표라도 만들어 주듯 내 머리카락은
은빛으로 서서히 변해갔다. 작년부터
그 흰머리카락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내 머리카락은 내가 염색하는데
여왕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는 듯.
곱게 물들어 주려고 하질 않아 번번히 염색부족 상태가 된다
그런 내 모습이 안스러웠는지,
우리집 남자가(홍씨의 왕초) 넌즈시 붓과 빗을 들었다.
햇빛이 잘 드는 곳에 깔개를 넓게 깔고,
내 몸에 염색약이 떨어지지 않게 하려고 어깨덮개를 씌어주고,
내 좋아하는 가수들의 노래를 시디피에 걸고,
장인의 마음으로 염색을 시작한다.
내 머리카락이 비단 보석이라도 되는 듯,
한 올 한 올 빗겨 넘기는 손길이 너무 사랑스럽다.
내 주위를 다람쥐처럼 뱅글뱅글 돌며
40분 넘게 분주히 움직이면서 염색을 해 주는 이
.내 남자의 눈에는 내 모습이 아직도
처음 홍도 바닷가에서 만날 때의 멋진 모습이라고
흥얼거리면서 염색을 해 주고 있는 이.
염색을 시작해서 염색이 다 되어 완성 된
머리카락까지 책임지고 다듬어 주는 이.
"어! 오늘은 내 예술작품이 좀 그러네....!
흠..다시 할까 봐!!!.어쩌지" "잘 되었습니다.
완벽하게 염색이 되면 그것은 예술품이 아니라구.
약간은 미완성이라야 예술가의 손을 거친 예술품이니,
이만하면 됐습니다."하며 그의 말에서 도망치는 나.
우리의 휴일은 가끔.예술가의 예술품 감상으로 하루를 보낸다.
멋지게, 아름답게, 곱게 늙고 싶다고
입으로는 말을 하면서 반항하듯 삐죽삐죽 튀어 오르는
흰머리카락을 은근히 무시하고 미워하는 나.
내 어머니의 마음을 이제사 느끼고 양지바른 마루에
앉아 염색을 하는 나.
"몸은 나이를 먹어도 마음은 가장 좋았던 봄날에 묶여 있는거란다.
너도 나이를 먹으면 엄마의 말을 이해 할꺼다.
그러니 네 사는 일이 늘 봄날이게 하거라" 하시던 엄마.
엄마는 엄마의 흰 머리카락을 염색은 하지 않으셨다.
어느날 흰머리카락 뽑기를 그만 두시고는
은빛의 머리카락 그대로를 세상에 내 놓고 다니셨다.
그 하얀 엄마의 머리를 몇 해 보지 못하고
엄마를 놓쳐버리긴 했지만..
'머리카락을 염색하면 시력도 나빠지고,
나처럼 신장이 안 좋은 사람에게는 더 치명적이라는 말.'
그 말을 들으면서도 난 청개구리이길 자처하고 산다.
"엄마는 죽기 아니면 까무라치기지?
빈정대듯 말 하는 미운 아들녀석의 말.
세상에 내 놓고 사는 내 외모에 자신이 없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림 속에 자신을 아주 은밀하게 가두어 두고
비겁하게 살려는 뜻.
오늘은 서글픈 날이다. 머리카락을 염색하는 날은 너무 슬프다.
총천연색으로 염색 된 내 머리카락의 색은 화려하고
번듯하지만 내 마음은 흙빛으로 얼룩이 졌다.
그래도 나를 위해 한 일 했다고 즐거워하는
우리집 남자를 보면서 위로 받아야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예술가가 되길 자처한
그니의 발품과 팔품에 감사를.....
'당신의 눈에만 내가 23세의 봄날에 서 있는 여자지.!
당신 아내도 서서히 황혼의 어둑한 빛으로 변 하고 있다는 것.
이제는 아셔야 하오!"
잠이든 우리집 남자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고마우이
'예전에 쓴 글과 그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휴일 아침에~~ (0) | 2008.10.05 |
---|---|
無心함. (0) | 2008.10.05 |
음악가를 사랑한 여인들 (0) | 2008.10.05 |
늘 돌아가고푼 시절이 있다. (0) | 2008.10.05 |
우리동네 야채아저씨 (0) | 2008.10.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