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쓴 글과 그림

아주 오래전 휴일에~~

유쌤9792 2008. 10. 21. 19:59



★그림설명; 왓트만 종이에 수채 색연필과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그림.

동해(정동진에서). 언제 보아도 맑은 눈이 깊은 청년과 같은 東海.
까칠했던 수염을 말끔하게 깎고 첫 출근하는 청년의 모습을 상기 시키는 곳.

바다는 사계절 늘 같은 모습으로 내 앞에 그대로 있는데
바다를 바라보는 내 마음은 언제나
다른 느낌과 다른 그리움이니.....




■일요일에.

신학기의 어수선 함이 예전과는 다르게

폭풍우의 뒷 끝처럼 가시지를 않았다.

모처럼 물과 가깝게 자리를 잡아 하루에도 여러번 물 일을 했는데
학교 사정으로 인해 미술실을 옮기게 되었다.
(학교 주변에 아파트가 입주하는 바람에 아이들이 한꺼번에 300명가량
전학을 왔다. 그래서 학급 수가 갑자기 늘어나게 되었다.)

'사람들이 하는 일이기에 늘 실수가 따라야 인간답다고' 여기던 나 이지만
550명 아이들이 이용하는 미술실이 물과 멀리 이동을 해야만 하는 일.

나 한사람이 양보를 하면 다른 사람 여러 명이 편하다는 은근한 권유에
나를 버리는 마음으로 미술실을 옮기기로 했다.

나를 버리는 일.
늘 비워내고 또 비워 내는 일.
어느 하나도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였다는 생각.

사는 것 그 자체는 늘 정해진 운명의 고리로 움직이는 것이기에
그릇 하나도, 풀 포기 하나도 내 마음으로 정 해진 곳에 놓아 두질 못한다.
처음부터 내것이 없다는 생각을 인정하기 시작부터 마음은 평온이다.

그리고는 물가가 아니더라도
그림을 그릴 수도
가르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기운이 솟아 나는 듯했다.

2년전 미술실로 쓰던 교실.

동 서향으로 앉져 있는 교실이기에
복도 창으로는 아들의 학교가 훤히 보여
아들이 오르고 내리는 일을 즐겨 볼 수 있어서 좋고,

운동장 창으로는 언덕을 힘겹게 오르는 차들을 볼 수도 있고,
학교 담장을 노랗게 물들이는 개나리와 은행나무를 볼 수 있는 곳.

오늘도 나의 情人들이 아침 일찍부터 모였다.
지아비는 빈 박스를, 딸은 면 장갑과 작업복으로.
채영, 소영, 연금 후배 쌤들은 일요일의 달콤한 휴식을 버리고
일주일 끝자락 귀한 시간을 나에게 주었다.

능숙한 솜씨로 짐을 싸고 정리하여 제 자리를 잡아주고,

급식 차에 짐을 실어 허리 숙여 꼬불 꼬불한 복도를 씽~씽 달리기도.
무거운 짐도 가볍다는 마음으로 번쩍 번쩍 날아다 주는 초인적인 모습도,
먼 물가까지 달려가 더러워진 걸레 빨기를 초여름 빨래일처럼,
울퉁불퉁 키가 제 각각이던 책상을 요리조리 움직여 수평 키 맞추기도,

일 년을 비워 둔 교실이였기에 마른 모래 먼지가 풀~풀 나던 교실이
내 情人들의 땀과 애정으로 다시 살아서 숨 쉬기를.

보너스 하나. ^^*
졸업을 한 내 사랑스런 제자 태우가 단숨에 달려와서 마무리를...

한 번 사랑은 영원한 사랑이라는 것을 증명해준 하루.

2003.3.23 일요일은 또 이렇게 한 자락의 "감사하는 마음"으로
내 기억에 도장을 꾹~ 찍고 지나갔다.

먼지로 깜깜한 미술실 커틴을 저녁 내내 빨아서 말리고 있다.
하얗게 뽀시시해진 커틴을 보면서 큰 행복을 느낀다.

그리고 노래 부르 듯.

모두들.-- 너무 고마워!!!!. 나의 情人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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