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쓴 글과 그림

길모퉁이 비상구

유쌤9792 2009. 1. 10. 23:23
  • 글쓴이: 한나
  • 조회수 : 80
  • 04.09.21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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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트만지에 아크릴 물감과 복합재료로 그린 그림.

그릇에 담겨진 하늘과 호수. 그리고 마음으로 피워 낸 연꽃.

물안에 담긴 연꽃과 밖에 바라보고 있는 연 꽃은 한 뿌리의 얼굴이려니
서로 바라보는 모습에 서로를 다른 이들로 보지만
우리들의 자화상은 늘 한 모습이다.

내가 닥아서면 그가 달아나고, 그가 닥아서면 내가 달아나고,
우리들의 자화상은 늘 흔들리는 연못에 비추어진 모습이다.


우연히~~~` 나와 같은 모습의 자화상을 보는 나.
그런 날이면 내가 그의 곁으로 살며시 닥아간다.

그도 나중에는 내가 그의 자화상이였음을 아마도~~~` 먼 시간 후 알겠지.



●길모퉁이 비상구.(작은 옷집의 그녀)
---비상구(옷 가게 이름)


지치게 하루를 보내고 돌아 오는 길.

특히 비가 소리를 죽이고 내리는 날이면
난 따끈한 찻잔을 두 손으로 감 싸 안을 아주 조용한 곳을 그리워한다.

<그레미 선데이>같은 음악이 있으면 좋고 그런 음악이 없어도
사람의 기척이 조용한 곳이면 더 좋을 것 같은 곳을.....

그런데~~~~~우리동네에 그런 곳이 있다.

지난 ~~~지난 겨울부터
내가 눈여겨 보던 곳이다.

여학교 앞.
간판도 눈에 띄지 않고
화려하지도, 개성이 있지도 않은 낡은 책방과 같은 옷집.


아주 오래 된 구제물건 같은 옷들과 장신구가 즐비 한 곳.

전쟁터에서 쓰다가 주인 잃어 버린 듯한 밀리터리 물건들.

전투복같은 카키색 잠바와 바지. 그리고 모자와 가방.
군번 줄에 새겨진 수많은 사랑의 염원과 알 수 없는 숫자들...

너무나 어벙하게 칫수가 커~~~
입으면 쿡 웃음을 자아내게 할 옷들과 여러 물건들.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에 또 다른 그리움을 남겨 줄 물건들처럼 보이는 것들.

난 이 집을 오고가며
나에게 그 물건들이 맞는지 안 맞는지 생각지 않고 추억이라는
수갑에 묶여 여러 개를 샀다.

그리고 남들의 시선과 상관없이 마음이 헛헛한 날엔 그 옷을 입고 나온다.


내 젊은 시절~~~~
멋 모르고 즐겨 지니고 다니던 물건들이
이 작은 옷집에 고스란히 보관되어 있는 것 같은 분위기.

내가 지니고 있던 물건들을 하나씩 버릴 때.
그 물건들이 몸을 숨겨 이 옷집에 숨어 있어나 보다....^^*



인사동을 다녀 오는 길이면 난 으례~~~`
그녀가 보이는 불 켜진 쇼 윈도 안을 기웃거린다.

나에게 필요한 물건이 있는 집도 아닌데
꼭 내 화실의 분위기 기다림을 불러 주는 곳과 같은 집.

그렇지 않아도 비오는 토요일저녁엔~~~`

색다른 경험이 꼬리를 물고 물어 마음에 깊은 웅덩이가 생기는 날이라~~~~
인사동에서 돌아 들어 오는 길.

늘 메고 다니던 우편배달부크기의 내 가방이 너무 무겁게 어깨를 눌렀다.

누가 들어 주어도 무거운 내 가방... 그다지 필요한 물건들이지 않으면서도
내 가방안은 내 너절한 감정의 창고와 같이 늘 여러 물건으로 꽉 ~~채워져 있다.

그 가방의 무게에 온몸이 으스러지는 듯 시리던 토요일 밤.

그런 날엔 비를 맞고 걸어도 몸이 젖는 줄 모른다.

그리곤~~~~~
마음으로만 알던 길모퉁이 옷가게를 기웃거렸다.


가을비 속에서 바라보게 된 그녀의 모습은
그 예전의 어느 날 보다 창백했고 외로워 보였다,

나이는 30이 채 되지 않아 보이고
모습은 앳 띠면서도 마음은 노숙해 보이는 그녀.

그녀의 모습에 너무나 긴 어둠의 꼬리가 길어
그 꼬리를 미쳐 감추기도 전에 나에게 늘 들키고마는 서툰 외롬도 지닌 그녀.

피부가 유난히 밀납처럼 차겁고 희게 보이며 키가 큰 페미니즘적인 그녀와
이런 저런 사치스런 투정으로 늘 넉두리 선수인 초로의 나.

비에 흠뻑 젖은 가게 문을 열고 들어 섰더니~~~
그녀는 나를 반가운 모습으로 ~~~바라보면서~~~~

<늦은 시간인데~~~ 인사동에서 오시는 길이시군요..?

바쁘지 않으시면 저와 커피 한잔 드시겠어요....?'

원두 커피인데 진하게 드시겠죠....?
그리고 흑설탕을 넣어 드릴까요~~~~?

전 마음이 적적할 때 이 흑설탕을 넣아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더라구요~~^^*>


우리 둘은 너무나 잘 어울리는 모습으로
따끈한 원두커피를 나누어 마셨다.

쉬고 싶다는 그녀~~
몇 년 동안 한 번도 쉬어 본 적이 없다던 그녀.

그녀를 바라보며~~`나를 바라보고~~~

우리는 거울을 바라보는 듯한 모습으로
말없이 차를 나누어 마시면서~~~ !!!!! 많은 이야기를 내가 했다.

그녀에게 ~~~ 서슴없이 권하길....
<언제이든..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쫄타의 마법기계도 있고,
어린 왕자도 있고 그리고~~~쉴 곳도 있으니~~ 떠나보라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꿈을 꾸는 듯
내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끔씩 고개를 들어 < Why~~!>를....


내 손에 든 원두커피의 온기가 비에 젖은 발끝까지 내려갔다.



그녀와 헤어지고
나오면서 문득~~~~ 누군가를 생각 했다.
그리고 갑자기 그 누군가가 너무나 보고 싶었다.

그가 누구였든지~~~~~
나와 통화만 되면
이런 말을 하고 싶었다.


<당신도 나를 기다리고 있냐고,,,,,,,,,,???!!!!>









그녀와 나~~~~

비를 바라보면서 바다를 바라보는 것처럼
말 없이 원두 커피를 나누어 마셨다.

그녀의 옷집 쇼윈도우를 치며 흐르는 빗방울이 파도 같았다.
몇 년동안 바다를 한 번도 보지 못 했다는 그녀~~~~`

가을비 을씨년스럽게 내리는 토요일 밤.

그녀는 나에게 향기가 은은한 원두 커피를 주었고,
나는 그녀에게 지난 여름바다의 이야기를 해 주었다.

---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녀 가게에서....친하지 않은 사이임.


그러나
비와 어둠

그리고 그리움이 사람들을 함께 앉게 하나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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