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설명; 돌에 방각을 한 것 그리고 잉크로 갱지에 찍음.
방각을 하려고 돌을 물 사포에 가는중 돌이
두 조각으로 쪼개졌다.
쪼개진 돌도 제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었을까!
작은 부분엔 자연을 담았고,
조금 넓은 부분엔 내가 만든 자연을 담았다.
눈을 감는다는 것
두 가지 의미가 있는 것이겠지.
세상을 보지 않겠다는 의미와
눈 감고 세상을 상상으로 느끼겠다는 의미가
내 손에서 만들어진 부처와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에 앉은 새.
세상을 바라 보는 이 누가 주인인가!
■ 내 나이 때 울 엄마는~~!
엄마의 나이에 내 나이를 생각 해 내느라 한참이 걸렸다.
다른 이들과는 나이 더하기와 빼기가 잘 되는데
어째서 내 엄마와는 나이 빼기와 더하기가 잘 안 되는지!
엄마가 내 나이쯤에 난 대학을 졸업하고
잠시 방황의 시기를 거쳐 혜화동에서 화실을 하던 때였던 것 같다.
그림 그리기에 걸신이 들린 사람처럼
집을 버리고 화실서 먹고 자면서 밤낮으로 그림만 그리던 시절.
그런 나를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을 갑자기 헤아리게 된 요즘.
화실에 전화가 없어
내가 엄마에게 전화를 걸기 전에는 나와는 연락이 전혀 되지 않아
마포에서 혜화동까지 차를 여러번 갈아 타고 왔다 가시던 엄마.
그냥 오시면 내가 <감시 중이우~?> 하고 물으니
엄마를 시집 보낸 딸의 집엘 오시듯
이것 저것을 보자기에 싸 가지고 오셨다.
그리곤 돼지우리를 방불케 하던 지저분한 화실 청소를 하시던 엄마.
내 생활에 대해 알고 싶은 것이 많아
나에게 이것저것을 물어 보시던 엄마에게
<엄마는 내가 말을 해도 잘 모르실꺼야 그러니 자꾸 물어 보지 마!>하며
아주 냉정하고 간결하게 엄마의 상상에 싹을 잘라내던 나.
그런 나에게 엄마는 아주 작은 중얼거림으로
< 에그~` 너도 이다음에 너와 똑 같은 성질의 딸을 낳아 길러보고
이 엄마의 서운함을 느껴봐라
아마 그 때 나를 찾아도 난 이 세상에 없으꺼다>
엄마의 말이 정답이였다.
요즘들어 엄마가 부쩍 더 보고 싶다.
엄마가 그렇게 알고 싶어 하시던 그렇게 함께 다니고 싶어 하시던
그런 것들 모두를 이제는 함께 원 없이 해 드릴 수 있는데
내가 엄마와 안 놀아 줘서 그랬나
날이 따뜻해져 봄이 되면 엄마는 무척이나 분주 하셨다.
엄마는 아주 성실한(?), 독실한, 생활 속의 불교신자셨다.
일을 하실 때에도, 책을 보실 때에도, 무념으로 계실 때에도
늘 불경을 듣거나 불경을 나즈막한 소리로 독경을 하셨다.
그러다가 누구네 집~~ 초상이 나면
회색 보자기에 향과 목탁 그리고 염주를 넣으시고는 초상 집으로
스님들도 힘이 들다고 하시는 <초상집 독경 해 주기>를 자처 하시던 엄마.
듣기만해도 마음이 섬뜩한 초상집을 다니시는 엄마를 이해하지 못했기에
<엄마~ 초상집에 가지 마~ 무섭게 왜 그런 곳에 가서 염불을 해!
스님들도 다 가기 힘들다고 골라서 다니신다는데 말이우~> 했더니
엄마는 말 없이 웃으시며 늘 같은 말만을 되 풀이 하셨다.
<좋은 일에는 안 가 보아도 되지만
살아가면서 가장 어려운 일이 있다면
그것은 가족을 잃는 슬픔이란다.
그러니 엄마가 가서 독경을 해 주면 좀 좋으니
그래서 돌아가신 분은 극락왕생을 하고
그 가족은 불교를 믿게 되면>
지금 나는 엄마와 같은 나이에 있으면서도
몸은 엄마의 흉내를 내고 있지만 마음은 성숙하지 못했는지
아는 이들의 부음소식을 들으면 가슴이 싸하며 우울하다.
요즘 엄마가 너무나 많이 보고 싶다.
그래서인지 나도 엄마의 마음을 헤아려 볼 심산으로
퇴근 길에는 음악을 듣지 않고 불경을 듣는다.
아무리 듣고 들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는 불경소리이지만
엄마의 마음이 조금씩 헤아려지기 시작하려 한다.
오십이 넘은 나이
이제 바다를 보러 가는 일에 마음을 비우려 하지말고,
이제 나도 엄마를 따라 사람들 속에서 마음 비우기를 해 보아야겠다.
비우고 나면 또 채워지고가 반복 되는 것이 욕심이지만,
그 욕심을 아주 얇게 얇게 펴 말리고 말리다 보면
어느 날엔 불경에서 말하는 것들을 이해 할 수 있겠지
그러면 엄마의 마음이 늘 나와 함께 있음도 알겠지
내가 엄마이고 엄마가 나임을 아는 날
그날이 언제가 될까~!
봄이 무르 익어 공기가 따사롭게 느껴지는 해 질녘의 저녁.
내 옛 동네를 기억하게 하는 흔적을 발견한 곳.
길 모퉁이를 돌아서 들어서면 환하게 웃으며 나를 반길 엄마가 보일 것 같은 곳.
집집마다 저녁 밥을 짓느라 굴뚝에서 오르는 연기를 본 듯 한 날.
그러나 저 연기는 굴뚝에서 피어 오르는 정감 넘치는 밥 짓는 연기가 아니다.
지난 겨울을 가깝스럽게 넘긴 낙엽을 태우는 연기가
그 연기가 무엇이든 내 상상을 자극 시키는 것엔 상관이 없다.
하루를 마감하는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해가 바라보던 거리도 그 어둠에 눌려 한 치씩 눈 높이가 낮아지는것 같다.
해가 내리는 거리에 서면
함께 선 이가 누구이든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싶다.
한참 얼굴을 숨겼다가 고개를 들면 거리는 이미 어둠으로 바뀌어도
마음이 홀로 적적해지지 않게하고 싶음에서이다.
얼굴을 묻을 가슴이 없을 때에는
적적하지도 말아야지
'예전에 쓴 글과 그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작 그리고 그 끝은 아무도 모른다 (0) | 2009.01.16 |
---|---|
어서 와~~~! (0) | 2009.01.16 |
내 그림은 늘 무엇인가를 말 하려는 수다스러움이 들었나! (0) | 2009.01.16 |
할 말이 많아지는 봄 날 (0) | 2009.01.16 |
넌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니~~~~~???? (0) | 2009.0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