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쓴 글과 그림

빈 조개 껍질이 지금 일광욕 중이다

유쌤9792 2009. 1. 16. 07:00
 
점심시간 급식 국에 저 재첩이 들어 있었다.
아이들은 저마다 인상을 쓰며 재첩 국을 홀대했다.

요즘 아이들
제 입에 달고 착 달라 붙는 음식만 먹으려 한다.
하기사 어른들도 , 나도 마찬가지이지만

문득 저 많은 조개들에게 새로운 임무를 주고 싶다는 생각에
아이들에게 미술 시간의 재료로 저 조개 껍질을 쓴다고 말 했다.
그랬더니 아이들이 먼저 <그럼 씻어 올까요?>하고 물었다

<그래
씻으면 좋지. 그러나 자기가 먹은 조개를 자기가 씻어 와야
자기 작품에 붙이지> 했더니 조개 국이 싫다던 아이들이
너도 나도 조개 낚시질을 하느라고 야단이 났다. 

남자 친구들이 깔끔하게 씻지 못 한다는 여자친구들의 잔소리에도
신이 나서 싫다 소리 안하고 히히 웃는 아이들.

빈 조개 껍질이 지금 일광욕 중이다.

다음 미술 시간엔 저 조개들이 분명 살아서 화지 위를 날거나 .
헤엄치거나  난리가 날 꺼다

집으로 돌아 가기전 아이들은 저 조개를 이리저리 뒤집고 만지고,
어찌나 귀찮게 굴던지  조개에 멍이 생기기 직전이었다.

버려지는 쓰레기에도 <의미>를 부여하고는 보다듬고,
관심을 갖으면 저렇게 빛나고 아름다워 지는 것을

모두들 미술시간이 기다려 진단다
나도 아이들이 만들어 낼 조개들의 대 변신이 기다려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