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억 속으로

맨드라미의 씨

유쌤9792 2020. 10. 14. 10:32



붉은 입술을 상기 시켜주는
맨드라미의 고혹한 모습을 보니 엄마의 가을이 생각난다.

매년 겨울로 달려가기 위한 드 높은 가을 하늘을 보면
엄마가 하시는 일이 있었다.
봄 부터 가을까지 피고 지는 화단의 꽃들에게서
그 해의 씨앗을 받는 일을 소중하게 생각하셨다

엄마는 화단의 여러 가지 씨앗을 모우기 위해
우리의 다 사용하고 버리려는 공책을 달라고 하셨다

공책 종이를 여러 크기로 자른 후 가장자리를 밥풀로 붙여
네모 난 봉투를 여러 개 만들어 잘 보관하셨다

봉투의 크기는 크고, 작게 여러 개를 만든 후
<몇 년의 가을 날>이란 글자를 눌러 쓰신 후 상자에 담아
보관하시고는 꽃 들이 씨앗을 익혀내길 기다리셨다.

봉투 만들기 만으로도 엄마의 가을 추수는
어느정도 마무리가 되는 듯 보였다.

우리 화단의 꽃 중 맨드라미 씨앗 받기가 제일 어려웠다.
검은 깨 보다도 작은 까만 씨앗이 너무 작고 많기에
맨드라미 몸을 흔들면 우수수 떨어지며 사방으로 퍼지기에
아주 조심해서 씨앗을 다뤄야 했다.

공기가 잘 통하는 공책으로 만든 봉투는
씨앗들을 적당하게 말려 다음 해 화단으로
다시 돌아 올 수 있게 약속을 하는 듯 했다.

암마의 씨앗 봉투는 딱 일회용이었다.

봉투마다 눌러 쓴 엄마의 연필 글씨가 생각난다.
꽃들의 이름이 복잡한 것들이 없었기에 다 기억하기도
정감이 가는 이름들이 였다. 분꽃. 깨꽃. 맨드라미. 봉숭아.
채송아. 해바라기. 백일홍. 과꽃등.
요즘엔 외래 이름의 꽃 들이 더 많아 엄마가 계셨다면
꽃의 이름을 나에게 여러 번 물어보셨을 것이다.
그러면 나는 친절하지 않게 꽃이름을 말 했을 것이다. ㅋㅋㅋㅋ

내가 나이 들고 보니 엄마의 되 물음이 백 번 이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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