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설명; 왓트만지에 유화 물감과 색연필로 그린 그림.
여름이 익어 가고 있다.
자연이 우리에게 펼쳐주는 화려하고 강렬한 여름의 빛이 가끔은 날 울렁이게 한다.
산으로 오르면 산 속의 빛에 흡수되어 내 흔적도 한 점의 초록빛으로..
그래도 날 알아내는 이들이 있다.
날 사랑하는 이들의 눈에는 내 빛깔은 언제나 붉은 빛이라고....
★★ 장맛비.
오늘부터 장마라 한다.
아침부터 거센 바람과 함께 비가 왔다.
비는 사람의 마음을 묘하게 만드는 요술 부채와 같다.
착 갈아 앉는 기분에 마음의 눈길은 빗방울의 끝선에 닿는다.
비는 어디에서 시작하여 어디에서 끝이 나는 것일까?
자연의 이론으로만 이야기 하기엔 너무나 많은 감정을 감추고 있는 비.
화살처럼 땅으로 내려 꼿히는 비는
투명한 창살을 단단하게 만들면서 내 마음을 늘 가두려한다.
그 감옥에 갇히는 것이 나만은 아니란 생각을 하면 목구멍이 뜨거워진다.
늘 여름이면 달력에 그려지는 장마시작.
장맛비와 나.
비는 살아서 움직이는 작은 요정들 같다는 생각을 하고 살던 때가 그립다.
지금은 비가 오면 게을러진 육신과 마음에 비옷을 입히기에 바쁘다.
저녁에 비를 피해 지아비와 산책을 나갔다.
우산 두 개를 겹쳐 귀마개처럼 머리에 쓰고 거리를 걸었다.
포장마차에 모여 앉은 이들을 곁 눈질하다가
포장마차로 들어서지 않고 우동집으로 들어갔다.
지아비는 모밀국수로 나는 뜨끈한 우동으로 저녁 식사를.....^^*
"비가 많이 오다가도 우리가 산책을 나가면 비가 뚝~~~ 멈춘다구"^^*
어린아이처럼 신나게 말하는 지아비.
난 아이들의 학원엘 들러 '학원비를 주면서 이야기를 하고 오겠다며'
집 근처에서 귀마개처럼 생긴 우산을 떼었다.
학원 상담을 마치고 집에 들어서니
싱크대에 8월 대 보름만큼 커다란 수박이 물에 담겨져 있다.
지아비 曰.
"이렇게 장맛비가 올 때엔 수박을 먹어야 하다구......"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내 아버지도 장마가 시작 되면 보름달처럼 커다란 수박을 사 가지고 오셨다.
그리곤 그날 저녁엔 빗소리를 들으면서 수박을 먹었고,
수박을 먹고 잠이 든 그날 밤엔 화장실을 다니느라 장맛비를 쫄딱 맞곤했다.^^*
'예전에 쓴 글과 그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선동 5가 252번지 (0) | 2008.10.21 |
---|---|
촛불 한 자루를... (0) | 2008.10.21 |
문자 메세지 (0) | 2008.10.21 |
후배와 나. (0) | 2008.10.21 |
붉은 장미꽃 100송이. (0) | 2008.1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