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양은 의식의 반영이며 정신 활동의 소산임과 동시에 창조적 미화 활동의 결과이다. 이런 점에서 문양에는 조형 미술의 일반 원리가 내재되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주제의 성격이나 표현의 내용으로 볼 때는순수 감상용 미술과는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 곧 순수 감상용 미술이 작가 개인의 주관적 사상과 정서를 표현한 것인 반면에 생활 미술로서의 문양은 항상 집단적인 가치 감정의 상징형으로 일반화되어 있다. 문양 표현의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는 되풀이 그림으로서의 상투적 양식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문양을 그리는 제작자들은 통속적 집단 가치 감정이 상징화 되어 있는 틀에 박힌 도상을 그리는 데 만족했던 것이다. 따라서 문양은 순수감상용 그림의 경우처럼 잘 그리고자 하는 생각보다는 그러한 예술적 욕심없이 소박한 생활욕구에 따라 전해 내려오는 도상의 틀을 존중하면서 그려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옛사람들은 기억력을 활용하며 사물의 이미지를 기억해 냄으로써 실제 사물들이 눈앞에 없는데도 마치 그것이 자신의 앞에 있는 듯이 다루는 표상 방법을 개발하였다. 태어나서 코끼리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코끼리 문양을 그리고 한겨울에도 벌과 나비가 꽃 위에서 노니는 모습을 문양으로 그려내었다. 예컨대 문양에 나타나는 자연은 실제 자연의 모습이 아니라 일반적인 통념에 의해 규정되고 표상된 제2의 자연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문양은 표현 기술이 얼마나 세련되어 있는가 또는 얼마나 실제와 흡사한가라는 문제보다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가 무엇인가 하는것이 문제가 될 뿐이다. 문양은 그것을 향유하는 집단 사이에서 약속된 부호와 같은 성격을 지닌다. 이 때문에 문양이 묘사하고 있는 사물이 눈앞에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도 사람들은 문양만 보고도 어떤 적절한 반응을 보이게 된다. 예컨대 상상의 동물인 용이나 봉황 문양을 보게 되면 그것에 얽힌 이야기와 신이한 현상들을 기억해 내어 상서와 길상의 기운을 감지한다. 복숭아 문양을 보면 서왕모 전설의 천도와 관련된 이야기를 회상하면서 장수의 의미를 되새기며, 잉어 문양을 보면 등용문 설화의 내용을 상기하면서 입신출세의 상징물로 받아들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러한 반응들은 문양을 그린 사람이나 그것을 보는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공통된 인식 세계에 바탕을 두고 있다. 특정 사물이 다른 세계를 연상시킨다든가 다른 사물과 흡사하다는 것에 근거를 두고 거기에 현실적인 욕망을 실어 그것이 성취되기를 비는 것이 주술의 사고 원리이다. '비슷한 것은 비슷한 것을 낳는다'거나 '결과는 원인을 닮는다'는 동종 주술의 형태가 문양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문양의 동종 주술을 통해 염원한 것은 우리 민족이 공통적으로 소망하던 부귀, 다남, 강령, 성애 또는 일상적 윤리 덕목 같은 현세적 가치들이다. 예컨대 활짝 핀 모란꽃을 그린 문양은 부귀에 대한 소망의 표현이며 여성들의 생활 공간에 석류나 포도 문양을 장식하는 것에는 석류나 포도의 씨앗처럼 많은 아들을 얻고자 하는 주술적인 심리가 깔려 있다.
새들이 춘흥에 겨워 쌍쌍이 나는 모습을 그린 화조문양은 부부의 사랑이나 이성 화합의 염원으로부터 나온 것이며, 윤리 문자도에서 '효제충신'의 문자를 쓰고 그와 관련된 동식물을 곁들여 그 의미를 새기는 뜻은 그런 덕목을 현실에 실천함으로써 장래에 이상적인 세계에서 살기를 염원하는 것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부적의 글씨처럼 '만(卍)'자나 '희(喜)'자 같은 추상적인 문양은 단순한 장식 효과를 뛰어넘는 즐거움과 행복에 대한 기원을 담고 있다. 따라서 전통 문양은 이상적인 삶에 대한 현실적 기원을 의탁하는 일종의 주술적 대상으로서의 성격을 강하게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전통문양은 우리 민족의 집단적인 가치감정이 통념에 의해 고정되고 표상된 제2의 자연 또는 상징적 기호에 의해 표현된 미술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문양은 생활 미술의 한 부분으로 자리하고 있지만 단순히 감상의 대상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욕망과 기원을 담은 주술적 대상으로 또는 그런 정서를 표현하고 전달하는 매개체 구실을 하고 있는 상징적 조형물이라고 볼 수 있다.
전통 문양의 배후 세계
동양의 옛사람들은 천체현상의 하나인 혜성이 출현하면 인간생활에 무언가 중대한 변화가 생길 징조라고 믿었으며 별똥별이 떨어지면 누군가가 불행한일을 당한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런가하면 일식, 월식 같은 천체 현상을 상서롭지 못한 것으로 보아 근신하는 생활 태도를 지녀 왔다. 봄날의 눈, 오뉴월의 우박 등은 공포의 대상이었으며 그것이 지닌 계시적인 의미의 해석이 현실에 깊이 관여하였다. 그러한 것들은 사회 현실과 인간의 현재와 미래를 좌우하는 조짐으로 해석되었던 것인데 경우에 따라서는 그 조짐이 하늘의 뜻을 묻는 해석의 자료가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고대로 올라갈수록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암각화 등에서 발견되는 추상적인 문양이나 청동기에 보이는 기하학적문양들은 우주와 자연에 대한 외경심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옛사람들의 정신 세계를 살펴보면 바깥으로는 우주의 본성을 모색하고 안으로는 인간 자신의 행복과 평화를 도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우주라는 절대적인 존재는 말이나 형상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일 수밖에 없다. 어떤 논리를 떠난 세계나 불가사의한 주재자 또는 절대적인 존재를 표현하는데 있어서는 자연물이나 인간의 모습을 초월하여 가장 타당한 의미를 지닌 상징물로밖에 표현할 수 없다. 그래서 텅 비어 있고 뚜렷하면서도 간략하며 순환하고 운동하는 모습으로 그려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울주 천전리 암각화를 보면 서너 개의 동심원으로 되어 있는 기하학적인 문양이 나타나 있는데 이것은 우주의 모습을 형상화하거나 태양을 상징한 것으로 추측된다. 세 개의 동심원 가운데 가장 큰 원은 창공, 두 번째는 가벼운 공기층, 세 번째는 지구를 나타내고 있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원을 통해서 근원적이면서 전체적인 존재 그리고 무한히 유동하는 존재를 동시적으로 표현하려 한 점에서 선사시대 미술의 공통성을 발견할 수 있다. 우주의 순행이나 존재 원리를 상징하는 것으로 짐작되는 원과 방형을 조합한 문양이 있다. 평양 정백리에서 출토된 방격사운엽문동경을 보면 원반 속에 네모난 방격이 있고 "현일지광 천하대명"이라는 명문이 새겨져 있는데, 이 명문의 내용과 함께 전체적인 모양을 살펴보면 천원지방의 우주 구조와 존재 원리를 상징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뿐만 아니라 구름이 천체 현상의 한 부분으로서 고대 청동기 문양이나 고분 벽화에 자주 등장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것은 구름이 부동하는 기체이면서 천변 만화의 형태를 지니고 있으며 내재적 기세, 강약과 허실을 동사에 갖추고 있어 무한히 유동하는 우주의 환상적 경지를 표현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일 것이다. 고대 동양 사람들의 자연관의 특징은 자연물을 존재 그 자체로서 인식하기보다는 속성이나 생태를 인간 중심으로 관찰하고 그것을 인간사와 관련지어 해석하였다는 점이다. 예컨대 사군자에 속하는 매화, 난, 국화, 대나무의 생태적 특성을 군자의 도덕적 심성이라든가 절개와 연관시켜 관념적인 대상물로 보았다. 모란꽃이 아름답고 풍성하게 피어나면 복된 미래가 다가오는 조짐으로,
원앙을 금실 좋은 부부의 상징으로 해석하였다. 또한 물, 돌 등 무생물의 경우에도 그것을 객관적인 존재로 보기보다는 쉼 없이 흐르고 세월을 두고 변하지 않는 영원 불변하는 이념의 표상으로 보았던 것이다. 동물의 경우에도 예외가 아니다. 등이 둥글게 솟고 바닥이 평평한 거북의 모습에서 천원지방인 우주의 모습을 인간의 입장에서 투영해보기도 하고, 짝을 지어 날아가는 기러기들에서 부부 화목과 남녀간 애정의 묘리를 발견하기도 하였다 그런가 하면 물 속을 헤엄쳐 다니는 물고기에서 삶의 여유와 풍요로움을 보았다. 이처럼 우주 자연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자연물들은 사람의 심령이나 정감과 긴밀하게 연결되고 있었다. 동양인의 정신 세계 저변에 흐르고 있는 이상주의는 수많은 신화와 전설들을 창조해 내었고 그 신화와 전설을 통해서 그들이 염원하였던 이상적인 세계를 찾으려고 하였다.
그러므로 전설의 주제와 내용들은 바로 옛사람들의 현실적 욕구와 감정을 대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그들이 바라던 이상적인 세계를 이야기 속에서 찾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런 세계를 현실에 구현하려는 욕망을 지니고 있었다. 많은 문양들이 전설이나 설화의 내용에서 도출해낸 소재를 다루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인간적 욕구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옛 문물을 숭상하여 그것을 표준과 모범으로 삼으려는 상고주의 정신은 한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동양의 전통사상에 짙게 배어 있다. 공자가 강조한 유교 사상의 이상향은 요순시대이며 우탕을 지나 주공이며, 이 시대의 문물제도와 덕업이 뒷날 사람들의 흠모와 송찬의 대상이 되었다. 이 복고(쫀옴)와 상고주의 정신은 옛 성현들의 특정 자연물에 대한 관찰과 해석의 내용을 진실처럼 받아들이는 바탕이 되었으며, 수용된 내용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반화되어 집단적 가치 기준으로 자리잡게 되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시경』 등 그들이 염원해 마지않았던 이상 세계를 그린 고전에 나오는 여러 가지 상징적인 표현들도 자연을 관찰하고 해석하는 데 깊은 영향을 미쳤다. 앞에서 간략하게 살펴본 것처럼 전통문양의 배후에는 자연과 우주에 대한 외경심이 깃들여있는가 하면 한편으로 자연의 생태계를 인간중심으로 관찰하고 해석하는 인간 중심주의도 함께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제약된 현실을 벗어나 보다 풍요하고 복된 삶을 추구하는 이상주의 정신과 그 이상적인 세계와 가치기준을 옛것에서 찾으려는 복고주의 정신이 문양의 배후에 폭넓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문양의 분류
문양은 그 소재가 무엇인가에 따라, 조류, 어패류, 곤충, 양서류, 식물, 광물, 기물, 기하 문양 등으로 구분해 볼 수 있고 의미하는 바에 따라 자연 현상, 길상 벽사, 다산 기자, 수복 장수, 공명출세, 부귀 유여, 부부 화합, 가내 평안을 상징하는 것으로 구분해볼 수 있다.
또 문양이 어떤 특별한 상징성을 부여받게 된 원인이 무엇인가에 따라 자연을 인간적으로 해석한 것, 고사나 전설과 관련된 것 또는 고전이나 성현들의 언행에서 연유된 것으로 분류해볼 수 있고 또 대상물의 명칭과관련되어 상징성'을 부여받은 것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소재별 분류
짐승
용, 거북, 기린, 사슴, 원숭이, 토끼, 박쥐, 호랑이, 사자, 백호, 청룡, 해치(해태), 고양이, 코끼리
조류
봉황, 공작, 닭, 까치, 학, 기러기, 삼족오, 주작, 오리, 백로, 원앙, 펑, 금계, 가릉빈가
어패류
잉어, 물고기, 메기, 대합, 새우, 조개
곤충
매미, 나비양서류 개구리, 두꺼비
식물
모란, 연꽃, 소나무, 대나무, 매화, 난초, 국화, 석류, 복숭아,불수감, 영지, 호박, 호로박, 땅콩, 인동, 당초, 보상화, 파초, 참외, 가지, 오이, 포도, 버드나무, 느티나무
광물
바위, 산기물 여의, 보병, 돈, 기와, 청동기, 악기
기하, 문자, 기타
만자문, 수복자문, 아자문, 쌍희자, 백수자, 방승,거치문,
원문, 뇌문, 여의두문, 연환문, 구름, 팔보, 암팔선, 흥배문,귀면,
산호
상징 별 분류
자연 현상
삼족오, 두꺼비, 토끼, 뇌문, 동심원문, 칠성문, 화염문, 구름문, 우점문
길상 벽사
용, 봉황, 거북, 기린, 팔보, 팔길상, 쌍희자문, 구름문,세한삼우, 사군자, 만자문, 여의, 돈, 원보, 삼다, 까치, 원앙,
글, 코끼리, 경, 호랑이, 사자, 방승, 버드나무, 복숭아, 팔괘문
다산 기자
포도문, 석류문, 백동자문, 연밥 동자문, 참외, 호박,오이, 난초, 가지
수복 장수
송죽문, 호로박, 수자문, 복자문, 박쥐, 파도, 나비,반장문, 사슴, 소나무, 영지, 학, 복숭아, 땅콩, 만자문, 바위, 불수감,
나무, 백수자, 백복자, 거북, 덩굴 식물, 고양이, 부용
공명 출세
수탉, 맨드라미, 파도, 원숭이, 잉어, 서책, 공작, 사슴느티나무, 청동솥
부귀 유여
모란, 물고기, 부용, 사슴, 봉황, 돈, 팔보
부부 화합
원앙, 기러기, 연꽃, 쌍어, 오리
가내 평안
보병, 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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