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억 속으로

빨래 삶기

유쌤9792 2020. 4. 18. 15:06

 

 

 

빨래 삶기.

 

요즘엔 세탁기의 기능이 좋고 옷감의 질도 좋아

굳이 빨래를 삶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남편의 런닝셔츠는 얼마 입지도 않아도

색이 누래진다. 이유는 알 수없지만 보기 싫다.

 

오늘은 오래 전에 사 둔 빨래 삶는 솥을 꺼냈다.

그리고 런닝셔츠를 삶았다. 그리고 다시 세탁기를 돌렸다.

세탁을 마치고 보니 런닝들이 윤이 나게 하얗게 되었다. ㅋㅋㅋ

볕 좋은 줄에 널었더니 공연스레 뿌듯하다.

 

예전 우리 집에도 빨래만 삶는 큰 솥이 있었다.

큰 솥에 양잿물을 넣어 빨래를 삶았다.

 

마당에 한 가운데 연탄 곤로를 놓고,

곤로 위에 빨래 삶는 큰 솥을 올려 놓았다.

 

세수 수건. 속옷. 이불 호청 등 별의 별 것을 다 삶았다.

 

빨래가 끓는 동안 빨래가 눌러 붙지 않게

굵고 긴 나뭇가지로 빨래를 이리 저리뒤적여 줘야했다.

 

오랜시간 빨래를 삶아 내야 했기에

아이들은 빨래 삶는 화덕 근처엔 얼씬도 못하게 했다.

그러나 나는 나뭇가지에 딸려 올라 오는 옷이나 이불 호청

구경을 좋아했다. ㅋㅋ

나뭇가지를 잡고 나도 빨래를 휘적여 보고 싶어 안달이 났었다. ㅋㅋ

 

삶아 낸 빨래는 한 곳에 모아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헹군 후 마당의 빨래 줄에 몽땅 다 걸렸다.

 

볕과 바람이 좋은 4 월 엔 겨울내내 사용하던 내복. 이불 호청 등을

삶아 소독을하고 볕에 널어 뽀송하게 말려야 했기에

빨래 삶는 날은 장 담그는 날처럼 날이 좋아야만 했었다.

 

우리 집 빨래 삶기는 일년에 두 번 했다.

봄과 가을. 여름 준비 겨울 준비로 빨래 삶기를 했던 것 같다.

계절의 설거지를 빨래 삶기로 하셨던 내 엄마. 참으로 고단하셨겠다.

 

그리고 회색 빛의 양잿물은 두부처럼 생겼었고

그 양잿물은 아주 위험한 것이라며 엄마만 아는 곳에

꽁꽁 숨겨 두시고 일 년에 두 번 꺼내어 사용하셨다.

 

나 어릴 적엔 양잿물을 먹고 죽거나 다친 사람들이

종종 뉴스로 올라 오곤 했다. ㅋㅋㅋ

 

남편의 누래진 런닝셔츠 버리려다 삶고 보니 옛날 생각이 났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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