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억 속으로

30년이 넘은 브라더 미싱.

유쌤9792 2019. 11. 8. 04:58

 

 

 

 

 

 

 

 

 

 

 

딸이 태어나던 해에 산 전동 미싱이다.

너무 무거워 혼자서도 들을 수 없다.

 

딸과 아들의 옷도 부지런히 만들었고

집 안의 여러 물건들을 재미나게 만들게 해 준 미싱이다.

 

전동으로 움직이기에 발이 아닌 내 무릎으로 조정하며 사용했다.

방바닥에서 앉은뱅이 책상 위에 올려 놓고 사용했다.

 

손으로 돌려가며 사용하던 싱거 미싱은 불편했는데

누르면 자동으로 움직이는 미싱이라 신나게 사용했다

그러던 미싱을 플라스틱으로 2016년에 바꿨다

가벼워서 이동하기도 쉽고 기능도 더 좋아져 아예 책상위에

올려놓고 거의 매일 사용하고 있다.

몇 년전부터 사용하지 않는 미싱을 꺼내어 청소해 주고

돌려보았다. 쇠덩이라 묵직허니 큰 소리를 내며 잘 돌아갔다.

 

이제 사용하지 않고 있으니 버리기 아까워서

브라더 미싱 회사에 전화를 해서 1989 년도 미싱이 있으니

전시용. 소장용으로 기증 받지 않겠냐고 물어 보았다.

사진을 찍어서 보내 달라고 하더니 보내 준 사진을 보고

회수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버리면 고철덩이에 불과한데 브라더 미싱 회사에서 가져 간다니

정든 나의 미싱에게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게 되어 고맙다.

 

나의 딸과 나이가 동갑인 브라더 미싱.

오랜세월 나와 함께 해 줘서 고마웠다.

내 손을 떠나가기에 조금은 섭해도 제자리로 돌려보내는 것 같아서

내 마음이 섭하지만은 않다.

 

잘 가라. 그리고 새로운 자리에 놓여 예전의 브라더 미싱이

나처럼 생겼었노라고 당당하게 뽐내거라. ㅋㅋ

 

일주일 후 브라더 미싱회시에서 31 년 된 미싱을 회수하러 왔다.

손에 든 음료 한 박스를 나에게 건네 줬다. ㅋㅋ

 

“내 추억을 드렸으니 유용하게 활용하셔요.” 라고 말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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