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목요편지

● 계묘년 1월의 둘째 목요일에~~

유쌤9792 2023. 1. 12. 11:15

 

★ 그림 설명 : 종이에 복합재료로 그린 그림

 

자다가 늘 같은 시간에 눈이 떠지다.

오래 된 습관처럼 누가 흔들어 깨지도 않는데

벌떡 잠에서 깨고 보면 어김없이 새벽 4시 반.

 

새벽 서쪽 창으로 들어 온 달빛이 너무나 밝다.

창을 열고 찬 공기로 방에 바람 길을 만들어 보다.

마른 잎만 남긴 나무들 위로도 달빛이 부서져 내리다.

 

얼마 동안은 하트가 있던 마루로 나가질 못했다.

시간이 약이긴 한 것은 맞는 것 같다.

요즘엔 잠에서 깨면 하트가 누어있던 곳까지 간다.

그리고 베란다의 화분들을 위해 마루 커틴을 활짝 열다.

 

나의 감정도 근육이 생겨서 질긴 줄 알았는데

문득문득 그리워지는 얼굴들이 정지 할 때가 있다.

 

그리움에 눈물이 흐르고 나면 침침했던 눈앞의

시야가 환하게 맑아지고 촉촉해지다.

 

 

● 계묘년 1월의 둘째 목요일에~~

 

 

집안 일이 재미가 있어도 정말 하기 싫은 것도 있다.

그 중 제일로 하기 싫은 것이 목욕탕 청소다.

 

목욕을 하면서 청소를 하기는 하지만

안경을 쓰고 자세히 보면 청소가 덜 된 부분들이 보인다.

 

남편은 목욕탕 청소라고 하는 것이

온통 물만 뿌려 대는 것으로 청소를 했다고 자랑을 한다.

 

오래 된 화장실이며 목욕탕이니

하얀 실리콘을 발라 둔 욕조 주변이며 바닥의 타일 줄이 누렇다,

 

광고에서 목욕탕 실리콘을 제거하고 다시 바르기가

너무 간단해 보이기에 실리콘 제거기와 실리콘을 덥쑥 샀다,

 

동생이 와서 내가 산 것을 보고 자기도 사서 시도 해 보았는데

광고처럼 그렇게 잘 되지 않아 고생을 했다고 한다.

깨끗하게 하려고 기존 실리콘을 다 떼어 내고 작업을 했는데

광고에서처럼 잘 되질 않아 고생에 고생을 했다며 말렸다.

 

<몸이 고단해질 일은 아예 시작도 하지 말라는>동생의 당부가 고맙다.

 

오늘은 1월의 둘째 목요일입니다.

 

계묘년 시작을 잘 하셨나요?

언제나 몸 건강하게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대학시절 나와 절친이던 친구가

양평의 깊은 산자락 밑에서 산다.

 

홍천의 평평한 지역에서 살다가 지난 봄

산이 그리워 양평의 산 속으로 이사를 했다고 한다.

 

친구는 나와 같은 대학의 음악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했다.

대학 때 음악당 곁을 지나 미술관으로 갈 때마다

친구가 노래를 부르면 음악당 유리창이

흔들릴 정도로 친구의 목청은 대단했다.

 

학교에서 유일무이한 <프리마돈나> 라고

교수들이 모두 칭찬을 아끼지 않던 친구였다.

대학교 졸업 후. 친구는 이태리로 유학을 간다고 준비를 하더니

무슨 연유에서인지 나와 친구들 앞에서 몇 년이나 소식을 끊고 사라졌다.

친구들도 나도 프리마돈나를 잊고 있었다.

 

10년도 지난 어느 날.

원효로 신작로 길에서 스치며 지나다 서로가 알아봤다.

그 후 친구와 다시 절친으로 지내고 있다.

 

친구가 살아 온 길은 정말 산전수전. 공중전 그 이상의

여러 일들을 수도 없이 겪어가며 살아 왔다.

 

엄청난 사업으로 구기동의 대궐 같은 집에서 사는 가 했는데

갑자기 사업을 접고 수도승처럼 속세를 떠나 산 속으로 !!

 

그러더니 또 10년 소식을 뿌리지 않고 살다가

어느 날 결혼을 해서 아들을 낳았다고 했고,

아이의 초등학교를 <리라 초교>사립으로 넣고 치맛바람을 날렸다.

 

친구에 대해 소설을 쓴다면 아마도 장편 소설이 나올 듯하다.

 

지금은 장성한 아들과 함께이지만 홀로 산다.

아들이 서울서 함께 살자고 조르고 졸라도 요지부동이다.

 

서울 종합병원으로 정기 검진을 나올 때마다 연락을 한다.

암이며 당뇨에 심장 수술에~~ 건강하던 친구에게

세월은 무슨 일로 친구에게 혹독한 린치를 가 했나~~!

 

양평의 산 밑.

경치는 끝내주지만 여름엔 산에서 쏟아져 내리는 물이

집 옆의 도랑으로 넘칠까봐

밤새 도랑 곁을 지키며 마음 졸이며 살고 있고,

겨울이 되니 눈이 너무도 많이 내리고 녹지가 않아

길을 허락하지 않아 주변 모두가 얼음궁전이라 한다.

 

그래도 약속을 저버리지 않을 봄을 기다리기에 마음이 뿌듯하고

희망이 있다면서 집의 사진을 보내왔다.

 

나는 친구에게 새 친구를 선물로 안겨줬다.

성능이 좋은 라디오를 사서 보냈다.

 

음악을 전공했으니 라디오보다 더 좋은 오디오가 있겠지만

그래도 곁에 애첩처럼 딱 끼고 함께 할 라디오를 사서 보냈다.

 

긴 겨울 날. 음악을 들으면서 시간을 보내라 했다.

 

친구는 시골 할매처럼 나에게 하는 말.

“에고 너는 쓸데없이 돈을 쓰고 그러니!!!

혼자 살아도 자연 속에 있어서 외롭지 않다라고 한다.

 

넌 외롭지 않다고 하지만 내가 외롭고 그리워서

라디오를 친구로 나를 대신해서 보낸 거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