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설명 : 종이에 복합재료로 그린 그림
구름이 해를 가린 날 오후 양재천으로 산책을 나가다.
산책하는 길로 나와 바람이 함께 걷다.
산책을 묵언으로 하다 보면 귀에 들리는 소리가 많다.
새들이 너무 수다스럽다는 것도 세삼 알게 되고
바람의 소리도 높낮이가 있음을 눈치로 알게 되다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캐스터네츠를 가볍게 치는 것과 같은 소리를 내다.
여름나무의 모습은 기운이 왕성한 청년 같다.
나의 젊었던 날도 눈부시게 기운이 넘치고 좋았다.
뭐~~ 지금도 나쁘지는 않지만 지난날에 대한
묘한 그리움이 살아내는 날들의 갈피 사이에 껴들다.
살아 낼 날이 조금 조금씩 줄어들다.
아껴 먹던 과자처럼 세월도 아껴서 사용하고 싶다.
● 2024년 6월의 마지막 목요일에~~
여름이 되니 집안의 창문이란 창문은 다 열어 놓고 산다.
은광여고 운동장에서 올라오는 먼지는 노란 색이다.
눈 아래로 시원한 학교 운동장이 보이고 아이들이 보여서
너무 좋다고 생각하다가도 창으로 들어오는 먼지를 보면
더워도 은광여고 쪽의 창문은 닫을 수밖에 없다.
아파트 앞 쪽으로는 언주초교의 운동장이 있다.
그런데 오래 전에 운동장 전체에 인조 잔디를 깔았다.
인조 잔디 때문인지 앞 베란다의 창으로는 먼지가
그 닥 많이 들어오지는 않는 듯하다.
내가 요즘에 아들의 방을 사용하고 있다.
은광여고의 마당과 <싸리 산>의 경치가 좋은 편이다.
그리고 강남대로의 건물들과 멀리 차들이 불을 밝히고
달릴 때에는 인공적인 아름다움이 연출되다.
아들의 방이 우리 집에서 조망이 제일 좋은 방이지만
비가 내리는 날이 아니면 아들방의 창문을 쉽게 열지 못한다.
매일 책상을 닦아도 아들의 책상 위로 모래 먼지가 노랗다.
영국에 있는 아들에게 물었다.
<네 방의 창으로 먼지가 아주 많이 들어오는데
그 동안 너는 그 먼지를 어찌 다 감당하고 살았니?>했더니
아들이 답하길
<제가 그 방에 살던 20년 전에는 먼지가 그리 많지 않았어요.>한다.
아들의 입에서 나온 20년 전이라는 말.
아들의 시간도 참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도 곧 40대로 들어서기 직전이라 놀라고 있다.
우리도 모두 먼지가 되어 흔적 없이 흩어질 것인데
공연스레 먼지에게 시비를 걸고 있다.
오늘은 갑진년 6월의 마지막 목요일입니다.
더위가 조금 주춤하기는 해도 다시 더워질 겁니다.
요즘 주변에서 감기로 고생하는 이들이 많네요.
건강 잘 지켜내시고 좋은 날이 되셔요.
당신을 사랑합니다.
금화마을의 입구에 있는 카페.
<런 버니 가죽공방 >건물의 밑에 있는
커피집의 빙수는 멋과 맛이 최고다.
빙수의 모양이
여왕의 대관식 왕관처럼 우아하기도 멋스럽기도 하다.
눈보다 더 희고 은빛의 우유 얼음가루에 팥이며 연유며
빙수의 고물이 과하지도 않으며 순수 담백하다.
여름이 좋은 이유의 하나가 바로 빙수 먹기다.정성이 담긴 빙수. 최고다.
나와 딸은 수요일에 빙수와 소금빵 그리고 냉커피로
간단하게 점심식사를 공방에서 한다.
여름날엔 딸의 공방으로 갈 때면 빙수를 사간다.
일주일에 한 번 <딸과 엄마>의 대화는
특별한 것이 없어도 함께 마주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
2018년에 딸은 결혼을 하고 우리 동네에 있던 화실을
자기가 사는 동네로 옮겼다.
상갈동의 금화마을 입구로 옮긴지가 벌써 6년째다.
처음에는 상갈동으로 다니기가 불편하고 어려웠는데
이제는 어느 동네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정이 듬뿍 들었다.
딸의 결혼 후 거의 매주 수요일 금화마을로 출근도장을 찍고 있다.
그러기에 이제는 손자도 나를 은근하게 기다리는 듯하다.
나를 가다리는 이가 있다는 것은 행운이며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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