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설명 : 종이에 복합재료로 그린 그림
하루 종일 비가 오락가락하더니
하늘의 열린 문틈 사이로 햇볕이 내리다.
아주 짧은 시간 햇빛이 내려오더니
그 사이 노을이 붉은 색에서 보라색으로
순식간에 탈바꿈하다.
동네 언덕 위로 줄을 선 미루나무도
노을에 물드나 했더니 어둠속으로 잠식하다.
미리부터 하늘 높게 자리 잡은 초승달은 검은 색이다.
누가 검은 붓 펜으로 하늘에 눈썹을 그렸나~~!
여름하늘은 변덕이 심하여 그 마음을 가름하기 어렵다.
● 2024년 7월의 둘째 목요일에~~
이른 아침부터 화상통화의 전화벨이 울렸다.
손자가 나에게 긴급하게 알려 줄 것이 있다면서
전화를 걸어왔다.
<할머니! 우리 동네 버스 정류장의 의자가 사라졌어요.
공사를 하는 중이라고 하니 놀래지 마셔요.>
수요일이면 금화마을에 오는 나에게 미리 알려 준다
금화마을 4단지 입구에서 내리는 것을 손자는 알고 있다.
<버스정류장이 공사를 하느라고 없어졌으니 잘 내리라고 한다.>
4살인 손자는 영감님처럼 걱정과 잔정이 많다.
조잘조잘 이런저런 말들을 나이답지 않게 적절하게 잘한다.
누가 알려줘서 말을 그렇게 잘하냐고 물었더니
<책이 자기에게 알려주기에 자기는 똑똑하게 안다고 > 한다.
나의 딸도 사위도 어릴 때 부끄럼이 많아 존재감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 나의 손자는 누구를 닮아서 세상만사에 관심도 많고
참견도 많고 주변 사람들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조심하라고>
사랑이 넘치는 당부의 말도 자주 한다.
우리 집 사람들 모두의 혈액형이 A형이다.
유독 나와 손자만 O형의 혈액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식구들은 우스개로 <할머니와 손자는 하는 짓이 비슷해>한다.
<엄마, A형인 내가 O형을 양육하기 너무 힘든 것을 엄마는 아셔요.>한다.
<딸아~~! 예로부터 혈액형 궁합은 다 낭설이다. ^^* >
나도 4살에 말을 너무 잘해서
엄마 대신 동네 반장 일을 다 맡아서 했다고 한다.
그래서 동네 사람들이 모두 <꼬마 반장은 커서 아나운서 되라>
손자와 나. 의견이 맞지 않아 종종 다투기도 한다.
나에게 가장 귀하고 가장 어린 손자는 나의 친구다.
그래서 의견이 맞지 않아 충돌하다가도 화해도 잘한다.
곁에서 우리를 보던 딸이 한마디 한다.
<엄마는 애와 그렇게 다투고 싶어요.~~??? >^*^
오늘은 갑진년 7월의 둘째 목요일입니다.
여름 건강 조심하시고 충분하게 휴식도 취하셔요.
당신을 사랑합니다.
백색의 백합꽃은 알 수 없는 측은함을
온몸에 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엄마는 하얀색의 백합꽃을 무척 좋아하셨다.
시장엘 다녀오시는 길에 꽃집에 들려 꽃구경을 하셨다.
엄마는 작은 화단에 온갖 꽃을 기르고 계셨지만
화단에서 기를 수 없는 꽃은 동네 꽃가게에서 사오셨다.
머리만 간신히 내 놓은 백합꽃을 신문지에 돌돌 말아
시장바구니 속 찬거리 옆구리에 담아올 때도 있었다.
활짝 핀 백합꽃보다
입을 꽉 다문 뱀 대가리처럼 생긴 백합꽃을
사 오는 엄마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종종하였다.
알고 보니 덜 핀 백합꽃은 꽃값이 반 가격이라 했다.
키 큰 백합을 꽂을 꽃병이 없으니 입이 큰 오지항아리에
키다리 꽃을 꽂으면 꽃들의 사이가 벌어져 불안했다.
꽃이 활짝 피기 전의 백합꽃은 입을 다문 채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머리를 이리저리 움직였다.
유연하게 움직이는 모양은 살아서 움직이는 뱀처럼 보였다.
우리 집에 온지 한 참 지나서야 백합꽃이 벌어졌다
아주 서서히 한 개씩 꽃의 입이 벌어지기까지
사람의 애를 타게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끝끝내 입을 벌리지 않는 백합꽃은
엄마가 조심히 안아서 엄마의 숨결로 백합꽃의 오목한 끝에
바람을 호호 불어 넣으면서 살살 어루만지셨다.
그러고 나면 다음 날 아침에는 입 다물고 있던 꽃들도
모두 활짝 펴서 꽃향기로 답례를 하는 듯 했다.
아마도 백합꽃은 스스로가 다문 입을 벌리기
어려운 꽃이라 묵념중인 백합꽃은 팔리지 않기에
아주 싼 가격에 백합꽃을 가져오시는 것 같았다.
엄마를 생각하기에도 세월이 너무 많이 흘렀다.
그러나 엄마가 좋아하시던 것들을 보게 되면
나도 모르게 엄마생각이 간절해진다.
동네 화단에 피고 있는 백합도 요즘엔 하얀색이 드물다.
그러나 백합꽃의 향기는 여전히 멀리 퍼지기에
향기를 따라 가다 보면 백합꽃 앞에 서게 된다.
엄마가 계실 때엔 색이 짙은 백합꽃은 책에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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