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쓴 글과 그림

매봉산과 북한산에게~~~!

유쌤9792 2008. 10. 5. 21:15

 

 

 

※그림설명: 왓트만 종이에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그림.

 

산에 올라 구름아래를 내려다 보는 곳은 바다가

아니더라도 바다처럼 보인다.

봉우리마다 봉우리마다를 오고가는 새가 나 일런지도....

▲ 북한산과 매봉산.

 

해가 지는 하늘을 보면
마음은 어느새 북한산 자락을 나르고 있었다.

뭉치뭉치 담아 둔 베낭을 반 어깨에 메고,
등산화 끈도 다 여미지 못한 채
산으로 내 달았다.

 

그 곳엔 무엇이 있었길레...

혼자의 산행도 겁내하지 않고,
손가락만한 랜턴 한개에 몸을 의지한 채
산으로 오르다 만나는 이들 모두가
나이,성별을 초월한 채 나에겐 친구였다.

 

얼음이 풀려 바위 밑으로 흐르는 산길의 물소리와
성성하게 몸을 꼬고 있는 버들강아지며,
섧은여자 머리채 푼 듯한 진달래의 도리개질도 반가운 북한산 길.

 

긴 아스팔트가 끝나는 길엔 도선사경내의 부처님이 날 반겼다.
손바닥이 닳도록, 무릎이 헤어지도록 기원하는 어머니들의 모습을
뒤로한 채 난 그 어머니들의 모습 근처에도 가지 않을 줄 알았는데....


산에서의 밤은 도시의 밤보다 더 빨리오는 듯 했다.
거대한 산들이 저마다 해를 감추는 듯 했고.
인수봉은 어느새 파~아~란 민둥머리로 날 유혹했다.

서둘러 북한산장까지 오르면 산장지기 아저씨가 두 팔 벌려 반긴다.


나 말고도 모두를 반겼다.ㅎㅎㅎㅎ

북한산장에서 먹던 블랙커피와 덜익힌 짜고 딱딱한라면.
호롱불 아래에서 통나무에 걸터 앉아서 먹던 밤참.
그러다 김치 한쪽 얻어 먹으면 횡재 한 듯 기뻐하던 나의 산행.

 

혼자서 오르는 산.
그래도 외롭거나 무섭다는 생각을 하지않던 시절.
지금은 여럿 속에서도 외로워질 때가 많다.

 

몸은 집에 두고 마음만 산으로 향 할 때가 많고,
넉넉하게 먹은 나이만을 탓하고,
산을 향해 살던 시절에 듣던 노래를 들으면,
괜시리 콧등이 시큰하며 겨자 씹은 얼굴로 눈물이 아리고,

또 그 시절 쓰던 물건들을 보면
오래 된 일기장의 한 귀퉁이를 꺼내보는 듯한 마음에
할 이야기가 많아진다.ㅎㅎㅎㅎ

 

황사가 지나간 대모산과 매봉산 몸엔
초록바탕에 분홍 물방울 무늬의 옷을 입고있는 듯하다.

북한산만 내 마음을 묶어 둔 산이 아니다.
창을 열면 보이는 나즈막한 매봉산도 내 마음을 묶기 좋은 산이다.


여기서는 아무리 고개빼고 보아도
추억으로만 묻혀진 북한산만을 그리워 하지말고
내 가까이 있는 매봉산기운을 창으로 들어오게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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