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설명; 왓트만지에 붓펜, 수채화 그림.
-- 설악면으로 들어가는 길 작은 개울의 회색콘크리트 로깡과 새를 스케치.
실제 개울의 물빛은 이렇게 맑고 예쁘지 않았다. 차가운 로깡 위에 앉은 까치.
개울에 저런 로깡을 왜 묻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내 눈에 들어 온 새와 개울 그리고 로깡의 모습은 여유로웠다.
내가 느낀 여유로움~~~~~~~~~~~~~~~~
아마도 6월의 녹음이 조건없는 사랑을 우리에게 펼쳐주기 때문에서겠지.....
★ 내가 좋아하는 여름 음식.
여름이 되면 아무리 먹어도 물리지, 질리지 않는 음식이 있다.
요즘엔 時도 때도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내 어릴 적에는 여름이 되야만 먹을 수 있던 음식이다.
그것도 엄마의 정성과 사랑이 음식으로 만들어져
내 여름 식탁을 행복하게 해주던 음식.
어쩌다 학교 수업이 일찍 끝나는 날.
도시락이 아닌 엄마가 차려 주시는 밥상을 받던 때.
"에그 찬이 없어서 어쩌니.....???"하시며 안타까워 하시는 엄마에게
"엄마 난 오이지 한 개면, 물 밥과 행복한 식사를 하는데 뭐!!!"
오이지를 젓가락으로 구멍을 낸다음 손으로 쭉 ~쭉 찢어
못난이 오이지로 만들어 찬 물에 덤~~벙 담그어 놓으면,
올리브그린색의 겉 옷과 다르게 뾰얀 속 살을 내 보이며 부끄러워하는 오이지.
만약 얼음이 있으면 더 좋고, 얼음이 없어도 상관은 없지만.
보리가 고슬고슬하게 섞인 밥을 맹물에 말아
찰떡 궁합으로 붙어있던 밥알들 모두를 뿔~뿔히 해산시키고......^^*
밥 한 수저 위에 오이지 조각 한 개.
사각~~~ 사각.
짠 맛이 입안으로 가득하게 번지면 또 밥 한 수저.
밥 도둑인 오이지.
이렇게 좋아하는 오이지를 요즘엔 거의 먹지를 못 한다.
엄마가 안 계시니 그 엄마 손 맛이 담겨진 오이지는 추억의 맛일 뿐.
엄마의 솜씨를 흉내 낸다면서 유모가 오이짓 독에 오이를 꾹~꾹 눌러 담아 보지만,
어느 한 해도 엄마가 만들어 주시던 오이지와 같은 맛을 맛보지 못했다.
오이지 담그어 먹는 일을 포기 한 요즘.
입 맛이 없다.-----
베란다 청소를 하면서 엄마의 오이지 독을 바라보았다.
통나무처럼 유난히 길고 뚱뚱한 오이지 항아리.
요즘엔 오이지를 담그는 대신
비가 오는 날 우산을 담는 통으로 쓴다.
우리 집 아이들은 그래서 오이지 항아리가 아니라 우산 항아리라고 부른다.
항아리의 이름이 무엇으로 불린들 어떻겠는가....!
추억을 기억 해 주는 이가 곁에 있는 것 만으로도 행복이지.
오늘 점심은 무엇으로 먹을까........??? ^^*
영양사의 식단대로, 주는대로 먹을 수 밖에......
혹!!!! 오이지 대신 오이 무침이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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