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쓴 글과 그림

엄마도 가시고, 장독대도 없어지고

유쌤9792 2008. 10. 21. 20:20


★ 그림설명; 왓트만지에 유화물감으로 그린 그림.


★★화풀이

윤이 나게 닦아 놓은 장독대 위의 독들.
크고 작은 독 가득하게 엄마의 정성이 들어 있던 독들.
빈 독을 발견이라도 하면
나는 독 안을 들여다 보며 소리 지르기를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작은 독에다 스트레스를 풀었나보다.

울 집 장독대에 있던 작은 독들에 난 금들.
아마도 내 심통난 외침에 꾹꾹 눌려져 터진 걸꺼야.

울 엄마.!!!!!
그것도 모르고 금이 가 소리가 팅팅 나는 작은
독들은 모두 화분으로 쓰셨다.

그 금이 간 화분에서 피고지는 꽃들.
어느 날엔 예쁜 꽃이,
어느 날엔 잎만 무성하고 꽃은 시들다.
아마도 내 화풀이에 심어진 꽃들이라 시들한가보다..

, 엄마도 가시고,
장독대도 없어지고
화풀이로 소리지를 독도 없고 한 요즘.

화풀이를 할 독이 없어 그 火가 모두
내 안에 남겨져 시름시름 아픈가보다.
후~~~후 상상은 늘 내가 편한대로야.

고동색 물감을 보면
나도 모르게 윤이 반지르르하던 독이 생각난다.

지금도 시골길을 다니다가 독을 지어
파는 곳을 보게 되면 나도 모르게 발길을 멈춘다.

예전엔 우리 동네에도 독을 만들어 파는 곳이 있었다.

멀리서도 독을 만드는 곳이라고 알 수 있게
큰 독부터 작은 독 순서로 독들을 산처럼 하늘
높게 쌓아 두었기 때문에
햇빛에 반사되어 눈이 부신 독을 보면
집에 다 왔구나 하는 생각에 안심을 했다.
꼭이나 우리동네 어귀를 알려주는 솟대 같았던
독짓던 집의 오짓독들.

크고 작은, 납작하고 길죽한 독이 얼마나 많았던지
독 파는 집 주인은 늘 독들 속에 파묻혀 있어
한번도 그를 자세히 볼 수가 없었다.

독을 그곳에서 직접 만든다는 말도 있었고,
아니라는 말도 있었고,
아무튼 김장 때쯤이면 우리동네에서
제일 바쁜 집이였음으로 기억한다.

친구들과 학교에서 돌아 오는 길에
일부러 독파는 집을 들렀다.
손에는 작은 막대기 하나쯤을 들고 독둘을 두드리면
아주 예쁜 소리가 들렸다.
그 다음엔 상상을.....^^*

막대기로 큰 독부터 치기 시작을 해서
작은 독까지 치려면
친구 중 누군가가 꼭 엎드려야 했던 하교길의 연주회.

물론 어리벌레했던 머슴아녀석들의 잔등이
의자가 되었다.

막대기 끝이 닿을 때마다 자즈러지게 울어대는 독부터
아무리 쎄게 쳐도 황소 울음처럼 굼띠게
움~~메하는 독까지.

집에 가는 일도 잊은 채
독치기 연주에 빠지기 좋은 쾌청한 오후.

날이 좋으면 좋을수록 독의 울음소리는
추녀 밑의 풍경소리처럼 좋았다.

날이 흐리면 흐릴수록 독의 울음소리는
귀신 씨낟알 까먹는 소리로 음산했다.

이렇듯 여러 소리를 내는 독들이 우리에게는
너무 좋은 놀이 장소였다.
독집 주인에게는 우리가 잘익은 벼 밭의
참새들로 여겨졌을꺼다.

이렇게 날이 좋으면 하교길에 함께 말썽부리던
친구들이 보고싶고.
그 친구들도 나처럼 윤이나는 독을 보면
우리의 작은 연주회를 생각하면서
말썽쟁이 여왕이였던 날 보고싶어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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