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목요편지/목요편지

무술년 5월의 마지막 목요일에~~

유쌤9792 2018. 5. 31. 07:29






그림설명 : 종이에 복합재료로 그린 그림

 

본머스 바다엔 까마귀와 갈매기가 바다를 나누어 소유하다.

 

흑색과 백색의 새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바닷물에 젖은 몸을 말리다.

 

바람이 부르면 바람이 허락하는 대로 눕고

볕이 부르면 볕이 내어주는 자리에 눕다.

 

사람들이 새들의 곁으로 가깝게 가도

모두가 제 할일에만 열중하지 누구도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다.

 

새를 보며 그림을 그리다.

그림을 그리는 나를 새들이 문득문득 바라보다.

 

그 중 한 녀석이 가로등위로 오르다.

녀석은 나를 감시하려나 보다. ^^*

 

 

 

무술년 5월의 마지막 목요일에~~

 

 

우리 아파트는 35년이 넘은 오래 된 아파트다.

 

재건축을 한다는 축하 플렌 카드가 아파트정문에 나붙고

동네에서 만나는 사람들마다 우리 아파트의 재건축에 관심이 많다.

 

주변에 있는 오래 된 아파들도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했다.

공사를 하는 중 정말 동네가 난장판이었다.

 

녹지가 넓었던 곳이 거의 다 콘크리트 바닥으로 바뀌고

아파트 동과 동의 간격이 좁아져서 빌딩숲 같다.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하면서

원래 살던 사람들은 거의 다 이사를 가고 새 이웃들이 생겼다.

 

나도 이곳에서 25년을 넘게 살았으니

나와 우리 집 아이들에겐 고향과 같은 곳이 되었다.

 

지하 주차장도 없고, 아파트 입구는 언제나 개방 되어 있지만

나이 든 나무들과 꽃들이 풍성하여 시골처럼 보이는 곳이다.

 

우리 아파트도 재건축을 하면 우리 아이들이 놀던 곳도 다 사라질 거다.

또 함께 살던 노인인 이웃들도 어쩌면 다시 돌아오지 못 할 수도 있다.

 

재건축이 확정되었어도

부수고, 짓고, 입주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오늘은 5월의 마지막 목요일입니다.

 

앵두열매가 다 익어서 땅으로 구르며 새들 또한 분주합니다.

 

오늘도 귀가 길에 아파트 마당에 있는

앵두를 여러 개 따서 먹었더니 새콤한 맛이 환상입니다.

 

과실수가 많은 우리 아파트의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이 볼만합니다.

 

문득 오래 된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치밀어 오르기에

투정을 진하게 부려 봅니다. 죄송해요.

 

차츰 더워집니다. 건강을 우선으로 잘 챙기고 살아요.

 

당신을 사랑합니다.






후배 부부가 지금 노르웨이와 핀란드를 여행 중이다.

지아비가 오래 세월 근무하던 회사에서 퇴직을 했단다.

 

이런저런 눈치를 봐가면서 열심히 지켜 온 자리를

내려놓고 나니 헛한 상실감이 컸으리라.

후배는 그런 지아비를 위해 퇴직여행을 하는 중이다.

 

스톡홀롬에서 핀란드로 가는 쿠르즈에서 찍은 발틱해의 노을이란다.

 

노을은 어디서 보아도 아름다우며 처연하단다.

아마도 우리가 노을의 시기에 접해있는 나이들이라 더 그런가 보다.

 

후배는 여행을 하면서 나에게 카톡으로 사진이며

여행지 사람들의 이야기며, 불만이며 그리고 헛함도 알려온다.

 

늘 아이들과 함께 다니던 여행을 둘이서만 다니니

오롯했던 신혼의 기분이 아니라 허전하리라.

 

그래도 지아비를 위해 퇴직 여행을 함께하는 후배가 부럽다.

 

 

< 후배가 찍어 보내온 발틱해의 노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