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목요편지

계묘년 3월의 첫 목요일에~~~

유쌤9792 2023. 3. 2. 10:42

 

★ 그림 설명 : 종이에 복합재료로 그린 그림

 

볕에 등을 허락하고 가만히 앉으면

봄볕이 소리 없이 나의 온몸을 간지럼 태우다.

 

겨울바람을 숨겼다가 한 번씩 내 등짝을 갈겨대는 바람.

바람이 가느다란 꼬챙이처럼 여기저기를 쑤시지만

봄볕의 애무가 너무 정성스러워 바람의 횡포도 참을만하다.

 

봄은 핑크색이다.

올 봄엔 핑크색 립스틱을 한 개 사야겠다.

평소에 립스틱을 바르지 않던 내가 갑자기~~!

 

 

계묘년 3월의 첫 목요일에~~~

 

 

학교를 퇴직하고 내가 못 가본 곳들을 훨훨 돌아다녀

보기 위해 2018년에 자동차를 내 이름으로 샀다.

 

그림과 화구도 실을 수 있는 실용적인 차를 구입했다.

그런데 차가 나오던 날 시승운전을 해 본 것 외에

지금까지 이름만 내 차이지 난 운전대를 놓은 상태다.

 

차를 구입하고 그 다음 해에 동생의 비보로 한국을 떠나 있었고,

한국에 돌아오고 보니 코로나로 어딜 다닐 수가 없었다.

 

내가 나이를 소리 없이 먹는 것처럼 차도 나이가 들어간다.

내 차를 남편이 종종 출퇴근용으로 열렬하게 사용 중이다.

차가 적당하게 작으니 기름 값도 적게 들고 주차도 쉽고

그러니 남편의 두 번째 애차가 되어 오늘도 열심히 달리고 있다.

 

몇 년 간은 자동차 보험과 세금도 내가 냈다.

그러나 요즘에는 남편이 내차의 모든 것을 알아서 해결한다.

그러니 정작 본인의 차는 아파트 주차장에서

주인만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

 

그래서 내 의견으로 남편의 차를 처분하자고 했더니

비싸지 않은 외제차이지만 차가 크고 중후하기에

사업상 필요할 때가 있다고 하니 더 이상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동안 학교 근무 중에는 차 없이는 다닐 수가 없었기에

자동차는 나의 발이며 나의 충직한 안내자였다.

 

이제는 걸어 다니는 것을 더 좋아하고

남이 운전하는 차를 얻어 타는 것이 더 편안하고 좋다.

 

오늘은 3월의 첫 목요일입니다.

 

바람소리가 맹수의 울음소리로 들리는 날입니다.

찬바람에 감기 조심하셔요.

평안하고 행복한 3월을 시작 하시는 것 잊지 마셔요.

 

당신을 사랑합니다,

 

 

 

강원도 영월에서 우체국 택배로 야생의 냉이가 왔다.

 

영월은 봄기운이 스믈 거리더니 볕 좋은 들판으로

냉이가 머리를 밀고 올라와 초록의 강이라 한다.

 

냉이가 이무리 지천에서 내 마음을 흔들어도

요즘엔 땅에 얼굴을 박고 나물 캐는 일은 할 수 없다.

반복되는 일을 무리하게 하려고 하면

온 몸의 구석구석이 마음을 꾸짖으며 힘들어 한다.

 

계묘년의 봄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는데

강원도의 힘이 듬뿍 담긴 냉이를

먹을 수 있게 해 준 지인에게 감사하다.

 

<힘이 든데 볕에 쭈그리고 앉아 냉이를 캐다니

하지 마셔요, 여기서 한 봉지 사 먹으면 되요>했더니

<제가 들판에 앉아 냉이, 쑥 등을 캐는 것이 취미예요,

그리고 그 것을 서울로 꼭 보내고 싶어서 더 재미가 나요.>

 

말에도 정을 듬뿍 담아서 건네주는 나의 지인. 고맙소,

오늘 저녁 밥상엔 강원도 들판의 냉이 된장국에

냉이 무침이 올라 갈 것이다.

 

노지의 제 계절 음식을 먹는 것은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