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목요편지

2024년 1월의 셋째 목요일에~~

유쌤9792 2024. 1. 18. 11:21

 

 

★ 그림설명 : 종이에 복합재료로 그린 그림

 

항상 나의 그리움으로 화폭을 채우는 것이 바다풍경이다.

얼마 있으면 어머니의 기일이 돌아온다.

엄마는 늘 집에서 멀리 나가보지 못했으니

엄마를 바다 한가운데로 데려가서 훨훨 뿌려 달라고 했다.

 

엄마를 바다에 남겨두고 돌아오는 길은 이미 지난날인데

나는 종종 바다가 보고 싶고

바다를 머리에 이고 사는 것처럼 머리가 시릴 때가 많다.

 

높은 파도 위의 끝에 올라선 하얀 새는 나의 그리움이다.

바닷물이 흔드는 대로 흔들리고 있는 작은 새들은 우리들이다.

언제가 되어야만 삶에 대한 그리움에서 초연해 질 수 있을까~~!

 

 

2024년 1월의 셋째 목요일에~~

 

나의 막내 동생이 멀리 떠난 후 5년이 되다.

그동안 동생의 부제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동생이 영면에 든 곳도 3 번만 다녀왔다.

동생을 보고 오면 심한 우울감에 빠져 생활이 어려웠다.

그리고 동생 친구들의 연락도 받지 않고 살았다.

 

동생은 고교 친구들이 많다

나도 그들을 고1때부터 보면서 지금까지 연락하고 본다.

 

동생이 다니던 용문고등학교가 우리 집 근처였기에

동생의 친구들은 우리 집을 그들의 아지트로 삼아

우리 집에 와서 먹고 자던 친구들도 많았다.

 

그 후 우리가 마포로 이사를 했을 때에는 거주지가

처음 경험하는 아파트라 동생의 친구들은 우리 집의 아들처럼

여러 이유를 들어 숙식을 해결하고 우리 집의 집사 노릇을

자처 하면서 우리 집에서 대학들을 다니곤 했다.

거기에다 혜화동의 내 화실은 녀석들의 제 2의 아지트가 되어

그 들은 10대와 20대를 우리 식구들과 보냈다.

 

그러던 중 그들이 30대가 되면서 직장을 잡고 결혼하고,

미국으로 이민들을 가고 나와는 소식이 뜸해졌지만

동생 친구들의 소식은 동생을 통해 종종 들었다.

 

동생친구들도 이제는 나이가 66세다.

외국서 생활하던 동생의 친구들이 속속 귀국하고 있다.

그리고 나를 열심히 보고 싶어 했지만

내 마음이 허락하지 않아서 그들을 만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동생의 최애 절친이 몸이 아파 얼마 살지 못한다며

누나를 꼭 만나고 싶다고 하기에 내 마음의 빗장을 풀고

동생 친구들을 만났다.

 

백발의 초로의 노인들이지만 고등학교 때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기에 나도 모르게 옛날처럼 막말이 튀어 나왔다.

 

고교시절의 이야기며, 내 동생에 대한 이야기며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수다에 수다를 늘어놓았다.

모두가 1970년대의 시절로 돌아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동생이 내 남편과는 단짝으로 지냈기에 모두가 단짝 같았다.

남편이 동생 친구들을 데리고 당구장에 가서 한참을 놀았다.

비가 하루 종일 오던 주말 우리는 과거로 돌아갔다 왔다.

 

일 년에 두 번은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동생 친구들도 다 퇴직을 했고 시간의 여유가 많다고 한다.

동생 생각에 눈물을 흘리긴 했지만 모두가 내 동생이니 ~!

 

오늘은 갑진년 1월의 셋째 목요일입니다.

 

지난주에는 내내 인사동 전시장에 나가느라 힘들었지요.

그리도 그리운 이들을 볼 수 있어 감사했지요.

 

대한이 지나면 곧 봄이 숨어서라도 온다지요.

봄바람이 더 찹니다. 감기 조심하셔요.

 

당신을 사랑합니다.

 

 

 

지인의 부산언니가 어렵게 만든 무말랭이 차가

오랫동안 냉장고에 있었다.

쉽게 만들 수 없는 겨울을 위한 차라면서

정성스럽게 담아 나에게 건네 줬다.

그런데도 커피며 녹차를 마시느라

무말랭이 차를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다.

 

얼마 전 절에서 스님들이 만든 무말랭이 차가 왔다.

스님들의 정성이 담긴 겨울의 차라고 하니

컵에 담아 여러 번 우려내며 마시는 중이다.

 

아이들 보는데 냉수도 못 마신다고 하더니만

손자가 내 무말랭이 차를 보더니 자기도 달라고 했다.

내 곁에서 한 두 모금 마셔 보더니 맛이 좋다고 했다.

 

아침마다 화상 통화 중

<할머니 무차 마셔요? 다율이도 주셔요.

혼자 다 마시면 안 돼요.>하기에 가져다 줬더니

36개월의 손자가 무차를 열심히 마신다고 한다.

 

아기 때의 입맛은 어른이 되어도 그리움으로 남겨진다고 하니

나의 손자는 할머니와 별의 별것을 다 먹고 음미하니

추억이 별처럼 많이 생겨지기에 너무 좋다.

 

이 세상에 내가 사라져도

손자가 할머니를 기억해 줄 것이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