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목요편지

2024년 1월의 둘째 목요일에~~

유쌤9792 2024. 1. 11. 10:02

 

 

★ 그림 설명 : 종이에 복합재료로 그린 그림

 

하늘의 인심이 좋아 갑진년의 1월엔 눈이 풍성하다.

나무마다 하얀색의 털목도리를 두른 듯 보기 좋다.

 

겨울의 추위가 긴 것처럼 느껴져도

견딜만한 도시의 추위다.

 

양평의 산속에 사는 친구는 매일 아침에 카톡으로

양평 산속의 겨울을 알려 준다.

문 밖이 하얗게 얼어붙어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단다.

 

나의 어릴 적 겨울은 정말 너무 추웠던 기억이 있다.

온돌방에서 자도 이불 밖으로 손이나 발을 내 놓지 못했다.

엄마는 우리 삼남매가 추위에 감기라도 걸릴까봐

밤새도록 목과 어깨를 두터운 이불로 꼭꼭 눌러주셨다.

 

새들도 하얀 눈의 털모자를 썼기에 보이질 않는다.

 

 

2024년 1월의 둘째 목요일에~~

 

며칠 전 저녁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카톡으로 제자의 부고가 알려 왔다.

 

나의 제자.

1993년 도신초등학교 5학년 때의 제자였다.

녀석과의 추억은 너무 많다.

우리 반에서 덩치도 제일 컸고, 잘 생기고 의젓하여

반에서의 어려운 일은 녀석이 나서서 잘 해결하곤 했다.

그리고 저학년인 동생 사랑이 애틋하여 어린 동생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형의 반에 와서 형이 공부를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함께 하교를 하곤 했다.

 

예전엔 저학년들은 점심 급식을 학교에서 먹지 않았다.

그래서 동생은 형의 급식 밥을 나누어 먹곤 했다.

 

반 아이들도 녀석의 동생을 우리 반 급우처럼 잘 대해줬다.

내가 학교를 이동하고 녀석은 중학교 고등학교를 갔어도

동생을 데리고 나를 종종 찾아오곤 했지만 어른이 된 후,

그 후로는 나를 찾아오지 않기에 페북으로 소식을 종종 봤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아주 행복한 생활을 하는 것으로 봤다,

 

문상을 다녀 온 다른 제자의 말에 의하면

가족 캠핑을 마치고 캠핑도구들을 정리하던 중 쓰러졌다고 한다.

제자는 41세의 나이로 심장마비로 세상을 버렸다고 한다.

 

초등학교 동창들이 지금껏 만나서 캠핑도 다닌다는 제자들,

다른 제자에게 연락을 하고 부의금을 보냈다.

여러 날 마음이 무겁고 우울했다. 녀석의 웃는 모습이 ~~!!

 

어떻게 나에게까지 부고장이 오게 되었나! 물었더니

<요즘에는 상조회사에서 카톡에 올려있는 전화번호 모든 곳에

본인의 부고라고 하면서 카톡으로 다 보낸다 >고 한다.

 

문득 나의 카톡에 올려 진 전화번호들이 염려가 되었다.

그래서 오래 연락을 안 하고 있는 전화번호부터

모두 삭제를 했다.

혹! 나와 잠시 스친 사람들에게 민폐가 될 일이 생기면 안 되기에~!

 

 

오늘은 갑진년 1월의 둘째 목요일입니다.

 

새해를 시작 했나 하는데

세월의 달리기는 따라 갈 수가 없네요.

 

늘 건강 잘 챙기고 재미나게 살아요.

 

당신을 사랑합니다.

 

 

우리 집에서 산책하기 좋은 곳이

매헌의 숲과 양재천이다.

 

학교에 있을 때엔 학교 아이들을 데리고

양재천과 매헌의 숲까지 종종 걸었다.

 

학교에서 서너 정거장의 거리이지만

학교 밖으로 나온 아이들은

재미나게 걸으며 나를 부르고 또 부르곤 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니 그만 부르라고 해도

아이들은 내 말이 재미있었는지

돌림노래처럼 <유쌤!~~유쌤!>을 불렀다.

 

아이들도 나도 행복한 반나절을 즐기다 학교로 돌아갔다.

 

혼자 산책을 하려니 환청이 들리는 듯하다.

겨울바람 소리가 아이들이 나를 부르는 소리로 들리다.

아이들은 나를 그리워하고 나는 아이들을 그리워한다.

꿈을 꾸면 아직도 나는 아이들 속에 있다.

 

<민선생님이 양재천의 겨울 풍경을 제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