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쓴 글과 그림

빨간 약.

유쌤9792 2009. 1. 10. 22:37

 



★ 그림설명; 보라색 왓트만지에 유화물감으로 그린 그림.

일렁이는 파도를 바라보고 있는 물새는
아마도 나와 아들인가.....보다.

바다가 암울하고 냉정한 푸른 색이 아니고 大地를 닮은 황금 빛은
어떤 어려움에서도 이겨 낼 수 있으리란 암시를 주는 것이겠지.

마음 한 번 돌려 먹으면
극락과 아수라가 뒤집힌다 했거늘.
습자지처럼 찢기기 쉬운 마음은 상처 받지 않으려고 더 움추려지나보다.


■ 빨간 약

내 어릴 적~~~~~~~~~.

그렇게 급한 것도 없으면서 천천히 걸어 다니기보다는
얼마나 극성맞게 뛰어 다녔던지.
내 무릎은 늘 빨간 약(머큐로크롬)이 발라 져 있었다.

우리집 부엌 옆엔 작은 찬장이 있었는데
그 찬장 안에는 빨간 약이 몇 개씩 들어 있었다.

그 약 모두가 내 무릎을 물 들이기 위한 약이였기에
넘어지면 나도 엄마의 도움 없이 빨간 약을 꺼내어 발랐다.

비실비실하지도 않았는데 왜 그렇게 잘 넘어졌는지....

하늘을 나르는 비행기를 보다가 넘어지기도...

멀리 시장 다녀오는 엄마를 보다가 넘어지기도.....

동네 담 밑으로 늘어져 내려온
작은 담쟁이 덩쿨을 보다가 넘어지기도....

비 오는 날 홈통을 타고 내려오는 빗물을 쳐다 보다가 넘어지기도....

달과 별을 따라 밤 하늘을 보고 걷다가 넘어지기도....

학교 가자고 친구가 부르는 소리에 뛰어 나가다 넘어지기도....

~~~~~~~~넘어지는 일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었던 것 같았다.

내 무릎에서 빨간 약이 희미해 지기 시작 할 때 쯔음에 사춘기가 왔다.

그리곤 우리 집 찬장에서 빨간 약이 사라졌다.

< 빨간 약 >

요즘엔 내가 아들을 보고 걷다가 넘어진다.

아들은 느릿한 걸음으로 성큼성큼 걸어 가는데
난 총~~~총 분주한 마음으로 아들을 따라가다 넘어진다.

이제는~~~~~~~~~~~~~~~~

그 빨간 약을 무릎에 바르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바르고 싶어진다.


오늘은 내 情人 모두가 빨간 약을 내 마음에 발라 주었다.

아들을 따라가다 넘어져 상처 받은 가슴이 화롯불을 안은 듯 뜨겁다.






----- 寂窈(적요) -------

가즈런히 벗어 둔 하얀 고무신.
티끌 한 점 없이 정갈한 고무신이 초겨울 햇살에 속살을 들어냈다.

초겨울과 흰 빛의 고무신.
스러지는 햇빛에 반사 된 고무신의 창백함에 눈물이 난다.

이세상엔 어느 하나도 정해진 임자가 없다며
<어느 누가 신어도 좋다고> 화답하는 것 같은 고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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