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쓴 글과 그림

김장하는 날.

유쌤9792 2009. 1. 10. 22:40
 


내림천이 흐르는 곳.

★ 그림설명;  왓트만지에 수채 물감으로 그린 그림


어둠이 내리는 이른 저녁에 만나는 달님은 늘 창백하다.

달님이 불투명의 머플러로 자신의 몸을 감추려 하지만
언제나 얼굴을 빼꼼하게 내미는 바람에 나에게 걸리고 만다.

달이 동그란 내 얼굴처럼 변하고,
겨울이 깊어지려 할 때 엄마는 나를 앞세워 늘 가시는 곳이 있었다.
동네 공터에 마련 된 김장 시장엘.....



■ 김장하는 날

배추 200포기.
내 다리 보다 더 통~~통한 무우 100개.
아름드리 나무 통처럼 묶여 있는 대파와 여러 야채들.

살이 통~~통한 생태 한 궤짝.
살색 우윳빛 투명한 몸에 빨간 눈알이 콕 찍힌 새우 한 양동이.
이리저리 묘한 무늬를 그린채 엉겨있는 무책색의 굴 한 양동이.

여름의 태양보다 더 이글이글 불타는 듯한 붉은 고추가루.

일년 내내 어디에 감추어 두었다 꺼내셨는지
내가 들어 가 수영을 해도 좋을 듯한 큰 양동이와 싸리 채반들.

그리고 나무 도마와 식칼. 상어 이빨 같은 채칼까지.
우리 집 흉기(^^***?) 모두가 마당으로 나와 목욕하고 선 보이는 날.
그날이 바로 우리집 김장하는 날이였다.

엄마가 김장 시장을 여러번 다녀 오시고
내가 학교에 갔다 오면 우리집 마당엔 배추가 산 처럼 쌓여 있었다.

김장하는 날.
내가 하는 일이라고는 어른들 틈을 요리조리 다니며
배추 속 노란 어린 잎이나 무우 꼬랑지 얻어 먹는 일일 뿐.

하얀 무우토막을 먹으면서 < 아유~~~ 맵다~~매워! >하면서도
어찌나 많이 얻어 먹었던지 트림을 하면 매운 트림이~~~ㅎㅎㅎ

김장하는 날.

무엇 하나 도와 드리는 것도 없으면서 바쁘게 돌아 다니던 나.

소금물에 축~~처진 배추를 애지중지 껴 안고
김치 속을 넣는 날은 내가 더 신이 나는 날이였다.

ㅎㅎㅎㅎㅎㅎ
노글노글해진 배추 속살에 고추가루에 버무린 무채를 싸먹는 것은
그야말로 환상의 김치 속 맛이였기에....

거기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밥 한 양푼이 있을 때엔 꿀~~꺽.


어른들의 김장 설거지가 다 끝나고 나면 내가 할 일도 생겼다.

방안에 우리 삼형제가 모여 앉아 이불 꿰매는 실에 무우토막 꿰기.

<누가~~누가 더 길게 무우 토막을 꿸까...?>
하면서 우리들에게 경쟁을 은근하게 부추기시던 엄마.

이불 꿰매는 긴 바늘에
무우 토막을 욕심부리고 많이 꿰다가 바늘을 부러뜨리기도...^^*

목도리처럼 목에 둘둘 말면서 꿰던 무우토막이 바람과 볕에 잘 말라
겨우내내에 그리고 이듬해 봄까지 먹던 무우말랭이가 되는 날.
내 마음이 얼마나 뿌듯했는지.....

김장하는 날.

이제는 그날도 나에겐 희미해진 기억의 저편에 묻혀졌다.

내집 김장은....달랑 10포기도 많단다. ^ㅇ^*
그래도 난 김장 휴가를 내고 시장을 어슬렁거린다. ^ㅇ^@
엄마를 생각하면서..............................^ㅇ^&





밭에서 커다란 배추 한 포기를 뽑아오라 했다.

이리저리 둘러 보면서 힘껏 뽑았더니
지금 손에 뽑힌 것이 밭에서 제일 큰 것 같더라~~~~~~^^*

혹시나 해서 다른 것을 뽑아 보니 또 그것이 더 크더라.

큰 배추를 뽑느라고 온 밭을 뒤집고 다녔다.

그러나~~~~~~~~~~~~~~

제일 먼저 뽑은 배추가 제일 크더라.----^^*


지금 흐르는 곡은 '머라이어 캐리 노래 - My All'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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