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목요편지/목요편지

경자년 4월의 넷째 목요일에~~~

유쌤9792 2020. 4. 23. 11:07





그림설명 : 종이에 복합재료로 그린 그림

 

봄을 기다리지도 않았는데 내가 집에 콕 박혀있는 동안

봄은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다녀가려 했나보다.

 

서둘러 봄이 오더니 어느 고개에 걸렸는지

다시 겨울을 흉내 낸 바람이 헐거워진 마음을 쑤시며 흔들다.

 

후둑후둑. 찬 비람이 우박을 가져왔다.

서둘러 튀어 나온 꽃들은 다 어쩌라고~~얼음 벼락인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 세상의 시간은 흐르다.

 

시간이라는 줄 위에 앉은 새들도 계절의 변덕을 무시한 채

제 할 일만 하려는 듯 세월을 튕기고 있다.

 

 

 

경자년 4월의 넷째 목요일에~~~

 

 

아몬드 한 알의 반란은 대단했다.

 

새벽에 하트와 놀아 주기 위해서는 잠을 깨는 방법으로

견과류를 먹으면서 정신을 차렸다.

 

비몽사몽간에 아몬드 한 알을 딱 깨무는데~~!!!

송곳니가 딱 하는 소리를 내며 지진이 난 듯 흔들렸다.

이빨에 전기 충격이 가해진 듯 잠이 확 달아났다.

그리곤 이삼일 이빨이 흔들거리며 정신을 차릴 수 없이 아팠다.

 

치과에 가지 않으려고 살살 달래면서

이빨에게 휴식을 줬지만 흔들바위처럼 흔들림은 멈추지 않았다.

 

치과에 가서 세심한 진료 후, 흔들리는 이빨을 뽑았다.

그리고 <임프란트 인공치 이식술>을 위해 수술을 두 시간이나 했다.

 

마취도 여러 곳에 했고, 망치소리가 입 안 전체를 흔들었다.

내 입 안에서 망치질을 했다. 망치소리가 무서웠다. ^^*

 

아몬드 한 알 때문에 앞으로 여러 날, 여러 달, 고생을 하게 되었다.

퉁퉁 부은 내 볼을 보면서 동네 사람들이 다 한마디씩 했다.

 

<나이 먹어서는 이빨이 두부도 딱딱하게 여길 때가 있다오!>^^*

 

 

오늘은 4월의 넷째 목요일입니다.

 

봄바람이 더 차가운 것 아시죠?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감기 걸리시면 아니 됩니다.

무엇보다 건강 잘 챙기면서 살기로 해요.

 

오늘도 따듯하고 평안한 날이 되셔요.

 

당신을 사랑합니다.






빨래 삶기.

 

요즘엔 세탁기의 기능이 좋고 옷감의 질도 좋아

굳이 빨래를 삶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남편의 런닝셔츠는 얼마 입지 않아도 색이 누렇게 되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후줄근하게 보기 싫다.

 

오늘은 오래 전에 사 둔, 빨래 삶는 솥을 꺼냈다.

그리고 런닝셔츠를 삶았다. 그리고 다시 세탁기에 넣고 돌렸다.

 

세탁을 마치고 보니 런닝들이 눈이 부시게 하얗게 되었다. ㅋㅋㅋ

볕 좋은 빨래 줄에 널었더니 공연스레 뿌듯했다.

 

 

예전 우리 집에도 빨래만 삶는 큰 양은솥이 있었다.

큰 양은솥에 묵처럼 생긴 회색의 양잿물을 넣고 빨래를 삶았다.

 

빨래를 삶는 날엔 마당에 한 가운데 연탄 곤로를 놓고,

곤로 위에 빨래 삶는 큰 솥을 올려놓았다.

 

세수수건. 속옷. 이불 호청 등 별의별 것을 다 삶았다.

 

빨래가 끓는 동안 빨래가 눌러 붙지 않게

굵고 긴 나뭇가지로 빨래를 이리 저리 뒤적여 줘야했다.

 

오랜 시간동안 여러 가지의 빨래를 삶아 내야 했기에

아이들은 빨래 삶는 화덕 근처엔 얼씬도 못하게 했다.

 

빨래를 뒤집기 위해 집개 대신으로 쓰는 나뭇가지에 딸려 올라오는

뜨거운 김을 내는 빨래들은 살아서 움직이는 듯했다.

 

나뭇가지를 잡고 나도 빨래를 휘 적여 보고 싶어 안달이 났었다. ㅋㅋ

 

삶아 낸 빨래는 한 곳에 모아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헹군 후 마당의 빨래 줄에 몽땅 다 걸렸다.

 

볕과 바람이 좋은 4 월엔 겨울 내내 사용하던 내복. 이불 호청 등을

삶아 소독을 하고 볕에 널어 뽀송하게 말려야 했기에

빨래 삶는 날은 장 담그는 날처럼 날이 좋아야만 했었다.

 

우리 집 빨래 삶기 행사는 일 년에 두 번 했다.

여름 준비와 겨울 준비로 <봄과 가을> 빨래 삶기를 했던 것 같다.

 

빨래 삶을 때 꼭 있어야 하는 회색빛의 양잿물은 두부처럼 생겼고

양잿물은 아주 위험한 것이라며 엄마만 아는 곳에

꽁꽁 숨겨 두시고, 일 년에 두 번만 꺼내어 사용하셨다.

 

나 어릴 적엔 양잿물을 먹고 죽거나 다친 사람들이

종종 뉴스로 올라오곤 했었다. ㅋㅋㅋ

 

계절의 설거지를 빨래 삶기로 하셨던 내 엄마는 참으로 고단하게 사셨다.

 

 

누렇게 된 남편의 런닝셔츠를 버리려다 삶으며 잠시

내 어릴 적 빨래 삶던 날이 생각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