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 설명 : 종이에 복합재료로 그린 그림
초봄의 하늘로 노을이 내리다.
차츰 어두워지는 시각이 길어지다.
여기저기에서 봄을 이야기로 만들어 나를 잡다.
새 순 올리는 풀들의 소살거리는 소리가 좋다
길을 걸으며 혼잣소리를 하는 듯하지만
자연의 소리에 화답하는 것이다.
먼 산의 눈도 스르르 녹아내리고 홀로 푸르게
서 있던 나무들도 이제는 어울림에 함께 할 수 있다.
푸른 해님은 아직도 절기에 대해 할 말이 많은가보다.
새들이 물어다 주는 먼 곳의 이야기를 모른 척하다.
모두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봄이 달려오고 있다.
● 2024년 3월의 둘째 목요일에~
어제는 우리 집 앞을 지나다니는
11-3번 버스를 타고 안양 종점까지 갔다.
안양 청박골이 종점이라고 한다.
배차 시간이 길어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기다림도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버스다
밖이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아 내 기억에 남아 있던
안양의 풍경을 퍼즐 맞추는 듯 열심히 내다 봤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던 안양의 풍경이 아니었다.
넓은 도로와 하늘을 찌르는 높은 아파트들이 빼곡했다.
종점에 가까울수록 길은 좁아지고 주변엔 산이 보이기도 했다.
대학 다니던 시절과 화실을 할 때.
속이 시끄러워지면 서울역 부근에서 안양행 시외버스를 탔다.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친구를 만나러 갔다.
친구를 만나러 안양 개천가의 성당엘 가곤 했다.
친구와 함께 앉아 있던 성당이 어디였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친구가 살던 안양 동네에는 큰 개천이 있었고,
성당은 개천 변에 있던 아주 오래 된 성당으로 기억된다.
휴대폰이 있던 시절이 아닌데 친구는 내가 온 것을 어찌 알고
개천 변의 성당 문을 밀고 들어 왔는지 알 수 없었다.
나의 마니또와 같았던 친구는 내 20대 후반의 든든한 울타리였다.
화실의 일이 바빠지고 내가 산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는
친구가 종종 나의 화실에 들러 조용히 앉아 있다가 가곤 했다.
어느 때에는 붉은색 칸나를 한 다발 두고 가면서
<그림그리기 좋은 색>이라고 작은 메모를 남기기도 했다.
친구는 노을이 붉은 여름의 어느 날 오후,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친구는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났지만 안양행 버스를 볼 때마다
친구를 생각했고 개천 변의 성당이 궁금했다.
우리 집에서 두 시간이 걸려 안양 종점 청박골까지 갔다.
청박골 주변엔 특이 할 만 한 뭣도 없었다.
안양에 대한 내 기억도 이제는 서서히 사라질 것 같다.
다시는 안양행 버스를 타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마음이다.
오늘은 3월의 둘째 목요일입니다.
일교차가 큰 날이 계속됩니다.
옷을 너무 얇게 입고 나가면 감기에 걸려요.
아프지 않고 행복한 마음으로 봄을 맞이해요,
당신을 사랑합니다.
민샘으로 부터 도시의 사진이 왔다.
날이 맑아서인지 광화문의 풍경이 한 눈에 들다.
멀리 청와대와 북악산이 보인다.
산책 중에 사진을 보내왔다.
아주 귀한 사진이라 더 고맙다.
'마음의 목요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4년 3월의 마지막 목요일에~~~ (2) | 2024.03.28 |
---|---|
2024년 3월의 셋째 목요일에~~ (0) | 2024.03.21 |
2024년 2월의 마지막 목요일에~~ (0) | 2024.02.29 |
2024년 2월의 넷째 목요일에~~ (2) | 2024.02.22 |
2024년 2월의 셋째 목요일에~~ (0) | 2024.0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