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목요편지

2024년 4월의 셋째 목요일에~~

유쌤9792 2024. 4. 18. 09:45

 

 

★ 그림설명 : 종이에 복합재료로 그린 그림

 

4월에 오는 비는 보석과 같이 귀하고

비타민 같아서 삼라만상 모두에게 최고의 선물이라 한다.

 

여름을 재촉하던 날씨가 비 한 방에 서늘한 기운이 돌다.

나무들은 이미 봄을 보내고 여름을 준비하는 것 같다.

 

정자나무 아래 등 붙인 집들은 나에게 추억이다.

작은 도마 소리 하나만으로도, 담을 넘던 김치찌개,

된장국, 꽁치, 고등어 굽던 냄새가 온 동네를 흐르던 곳,

저 곳은 나에게 많은 추억을 보물처럼 감춘 곳이다.

 

요즘 살고 있는 아파트도 오래 살긴 했어도

이사를 오고 가는 횟수가 많아 친숙한 얼굴이 없다.

아파트 주변은 봄 동산으로 꽃이 피고지고 반복하지만

낯선 얼굴들과 엘리베이터를 타면 모두가 묵언이다.

 

지나가는 이 봄 날

몰라도 아는 척할 수 있는 그런 이웃이 그립다.

 

 

2024년 4월의 셋째 목요일에~~

 

후배에게 전화가 왔다.

<수요일 저녁 예당에서 공연하는 표가 당첨 되었으니

저하고 함께 공연 보러 가요.>했다.

<미안해. 좋은 기회이지만 수요일엔 손자 보러 가는

날이니 할머니가 약속을 깰 수는 없어, 미안해~!>라고 했다.

 

예술의 전당에서의 공연이면 볼 만 할 터인데~~~!

그래도 매 주 수요일에 손자가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기다리니

손자와의 약속이 늘 우선이고 우리에겐 기쁨이다.

 

수요일 오전에 금화마을에 가서 딸과 함께 점심을 먹는다.

그리고 오후에 손자가 어린이 집을 마치고 집에 들어서면서

나를 보면 너무 좋아서 괴성을 지르며 달려온다.

아주 오랜만에 만난 절절한 사랑이 담긴 연인처럼 반긴다.

 

손자는 이제 39개월이다. 그런데도 우리 부부와 마음이 통한다.

물론 말도 통하는 것이 신기하다.

할아버지를 더 좋아하기에 언제나 내가 손자의 사랑에서 밀린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이 손자에게 <누구에게 배웠어? 너무 잘한다, 너! >

라고 물으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유순영 할머니가 가르쳐 줬어요>

라고 아주 자랑스럽게 말한다고 한다.

 

수요일마다 우리 부부는

4살의 손자에게 사랑의 에너지를 듬뿍 받아온다.

 

손자도 우리 아이들처럼 <잭의 콩나무>처럼 순식간에 자랄 꺼다.

시간이 우리 곁을 스쳐 내달리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오늘은 갑진년 4월의 셋째 목요일입니다.

 

날씨가 너무 좋아요, 그런데 황사가 손을 잡았네요.

오늘도 건강 잘 챙기시며 좋은 날이 되셔요

 

당신을 사랑합니다.

 

 

 

작약이라고 하기도 하고 모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수 십 년째 아파트 입구 화단에서 살고 있다.

내가 이 아파트에 산 시간 보다 더 오래 한 곳에 있다.

 

모란도 나이가 들어서인지

꽃의 크기가 매년 줄어드는 것 같다.

 

그러나 은은하게 퍼지는 꽃향기가 온 동네로 흐르다

순간 화려하게 폈다가 다 사라져 버리는 모란꽃이다.

 

활짝 핀 꽃잎이 너무 아름다워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어느 해 인가 책 사이에 고이 <압 화>로 만든 후

우리 반 아이들에게 주는 글을 쓰고

꽃잎을 코팅하여나누어줬다

(너에 13살의 봄은 한 번뿐이다) 라고 써줬다.

 

내 제자들이 나와 함께 보낸 13살의 시절은

정말 행복했을까 !

 

2009년도 언주초등학교 6학년 9반 이었던

내 제자들은 지금 어떻게들 살아내고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