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목요편지

2025년 9월의 셋째 목요일에~~

유쌤9792 2025. 9. 18. 08:07

 

★ 그림 설명 : 종이에 복합재료로 그린 그림

 

볕과 바람이 골고루 공평하게 세상을 어루만지다.

공평하더라도 어느 곳은 붉게, 어느 곳은 푸르게

자연은 적당하게 세상을 채색하고 있다.

 

여름이 지나간 바다에 새들이 노닐다.

그늘조차도 누리지 못한 새들이 바다위에 떠서

파도들의 수다를 즐기고 있다.

 

가을의 이야기는 전설처럼 바다에서 시작되다.

여름 내내 에어컨 바람이 바다를 대신해줬다,

나이가 드니 몸과 마음이 분리되어 움직인다.

 

여름에 보지도 못한 바다를 화폭에 가두다.

오늘도 마음으로 세상을 훌 터 보다.

 

마음으로 움직이는

세상의 풍경에도 고단함이 생기다.

 

 

2025년 9월의 셋째 목요일에~~

 

한 달에 두 번 월례행사처럼 동네 공중탕엘 가다.

 

한 곳은 유명 연예인이 하던 곳이라 규모가

어마무시하게 크며 시설도 유명 호텔급 이상이다.

24시간 불가마도 함께 운영 중이기에 이용객이 많다.

 

한 곳은 30년도 더 된 곳으로 시설은 엉망이다.

냉탕은 크지만 찜질방은 한 개 뿐이다.

이용객이 많지 않아서 사람들이 욕탕안의 시설을 아낀다.

그런데 딱 한 가지 세신사의 실력이 좋아서 사람들이 모인다.

 

호텔 같은 목욕탕은 이름도 다르다.

<궁전사우나>로 물 폭포수, 물대포 등 시설이 다양하다.

욕탕 안에 짐질방도 세 곳이나 된다.

욕탕은 이름을 제 각각 붙여 초록 물, 보라 물,

연두 물, 진흙물, 청색 물 등 큼지막한 욕탕이 5개나 된다.

 

이곳에서 자주 만난 어떤 분과 눈인사를 나누었다.

한 달에 한 번 만나기는 하지만 볼 때마다 반가워했다.

그러더니 내 등을 자처해서 밀어주기 시작했다.

등을 안 밀어도 된다고 손사래를 여러 번 쳤지만

<목욕의 완성은 등 밀기>라며 볼 때마다 내 등을 밀었다.

 

그분은 목욕탕에 지인들이 많은지 인사를 나누기도

자기 등은 그들이 밀어주기도 한다며

나에게 등을 내주지 않았다.

 

종종 음료를 사서 건 냈지만 그럴 때마다 혼이 났다.

 

이제는 목욕탕엘 가면 그 분의 눈에 뜨이지 않는 곳에서

얼른 씻고 나오려 한다.

친절을 부담으로 느끼는 내가 문제이긴하다.

연세도 드신 분이라 차마 딱 잘라 거부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손의 기운은 나보다 더 좋으신 듯하다.

 

제발 부탁입니다.

제 등은 제가 알아서 하게 내버려 줘 주셔요.

 

오늘은 을사년 9월의 셋째 주 목요일입니다.

 

한 낮의 더위는 아직 기세가 등등합니다.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시고 편안하시길~!

 

당신을 사랑합니다.

 

 

 

봉숭아가 활짝 폈다.

 

어릴 때 엄마는 마당의 봉숭아꽃과 잎

그리고 백반을 넣어절구에 빻아서

우리 삼 남매 손톱에 묶어주셨다.

 

봉숭아꽃이 떨어질까 봐 잠자리도 벌을 서는 것

같이 하고 잠을 어설프게 잤다

 

아침이면 주글주글 자글자글해진 봉숭아물이

들은 손톱과 손가락이 아주 무서웠다.

 

첫눈이 올 때까지 봉숭아꽃 물이 지워지지 않으면

겨울 내내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했다.

손톱에 봉숭아꽃 물들이기는 청소년 시절까지

엄마의 연례행사로 이어졌다.

 

우리 아이들에겐 해 주지 못한 봉숭아꽃 물들이기다.

 

서울에선 만발한 봉숭아꽃을 보기 힘들다.

영월에는 누가 일부러 심지 않았는데

봉숭아꽃이 만발했다고 한다.

지인에게서 영월의 이야기가사진에 담겨서 왔다.

 

<영월에서 보내온 봉숭아꽃과 풍경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