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정 부리기

도심 속의 까마귀

유쌤9792 2009. 4. 18. 08:18

 

 

 

 

 

요즘 우리동네에 자주 나타나는 까마귀 가족이다.

남들은 까마귀가 우는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나쁘다고 하지만~~

나는 어찌 된 연유에서인지~~까마귀의 울음을 들으면 마음이 애잔해 진다.

출근 길~~공사장 높은 곳에 까마귀 가족이 오락가락한다.

걷던 발 길을 멈추고 까마귀를 따라 고개를 돌려 보았다.

 

요즘~~ 지난 친구들의 생각에 혼자 웃기도 울적해 하기도 한다.

 

나와 아주 친하게 지내던 <영주>라는 이름을 가진 친구가 있었다.

고교시절 그 친구의 눈이 너무나 예쁘고, 순수하기에~~우리 친구들은

영주에게 영화배우 <문희>와 비슷하다고 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내 친구 영주는 학업성적은 별로였지만 공책 정리와 글씨체가 교과서 명조체 그대로였다.

영주가 공책정리를 해 놓은 것을 보면 누구나 입을 떡~~벌리고 경악해 했다. ^^*

고교시절 꿈도 많고, 할 이야기도 많았기에~~ 삼선교 그 언덕을 수없이 오르고 내리고~~

아침이면 우리 집으로 나를 부르러 오느라 동네를 빙~~돌아서 오던 부지런한 친구였다.

 

변덕이 심하고, 다열질인 나에게 영주는 너무나 천사같은 진정제같은 친구였던 고교시절.

그러다가~~ 영주는 대학 가기를 포기하고 직장엘 들어 갔고,

나는 대학교 친구들과 어울리고, 나름대로 바쁘다는 핑게 아닌 핑게로 영주와의 만남이 좀 뜸했었다.

그러다~~ 대학을 졸업하고~~영주를 찾았는데~~ 그 때엔 누구도 영주의 소식을 몰랐다.

 

세월이라는 것은 ~~어느 순간 웅덩이를 만들어 망각이라는 거적을 덮어 둘 때가 있다.

 

영주와 헤어지고 25년이 지난 어느 날~~영주로부터 소식이 왔다.

티브에서 내 동생 <순신이의 성공시대>를 보았단다.

그래서 내 동생에게 연락을 하여, 다시 나에게 연락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영주는 자기 남편을 나에게 보내왔다. ^^*

< 23살에 결혼을 하여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슬하에 두 아들을 두었고,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수퍼마켓을 하고 있다는 ~~그리고 늘 나를 그리워했다는 >소식을 전해 왔다.

미국서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영이는 이럴 때 내 편이었을꺼야~~>하면서 용기를 얻었다는 말도. ^^*

전화로 들려오는 영주의 목소리엔 18살 때의 그 풋풋함이 아직도 담겨 있었다.

 

나는 그런 것도 모르고 혼자 잘 살기 너무나 바빴다.

영주가 미국으로 건너 간 것도 몰랐고, 결혼을 하는 것도 몰랐던 나~~~!

너무나 미안 했다. 그리고 눌러 두었던 그리움이 한꺼번에 밀고 올라 왔다.

 

영주에게 내가 곡 한 번 미국으로 간다는 약속과 함께~~여러 날 너와 함께 가게도 봐주고

수다도 떨면서 우리의 고교시절을 재현하자고 약속했다.

그런데~~미국으로 영주를 보러 간다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몇 년이 흘렀고~~~

얼마 전~~ 미국에 사는 다른 친구로 부터 영주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내 친구 영주가 지난 겨울 끝 무렵에 사고로 죽었다는~~~~~~~~!!!!!!

 

내가 약속을 지키기도 전에 영주가 세상을 버리다니~~~ 마음이 착잡하고 가슴이 답답하다.

그 커다란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을 내 친구~~영주 생각을 하니~~눈물이 났다.

 

저 하늘을 나는 까마귀들~~사람의 영혼을 닮았다는데~~~

너~~혹시 내 친구~~~ < 영주 아니니~~~????  >

 

 

 

 

나처럼 마음이 게으른 목련이 뒤 늦게 입을 벌리려 한다.

 

나고, 죽는 것은 하늘의 뜻이라고 했는데~~~ !!!!

마음이 슬픈 봄날을 등 밀고 잇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