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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분꽃과 추억

분꽃이 지고 나면 그 자리에 토끼똥처럼 생긴까만 씨앗이 자리를 차지한다. 까만 씨앗을 으깨면 하얀 즙이 나온다. 그 즙을 얼굴. 손등에 바르고 놀았다. 하얀 즙이 피부에 스며도 하얀색으로 반짝거렸다. 어릴 때는 놀이 시설이 충분하지 않았기에꽃. 나무. 돌 등이 모두 놀잇감이었다. 분꽃이 우리 키를 넘어 핀 동네 공터에서해가 지는 것도 모르고 놀던 여름날이 어제와 같다. 요즘엔 분꽃을 보기도 힘들다. 나의 추억이 사그라져간다. 세월의 흐름이 자꾸 빨라지고 있다.

명동성당을 바라보다.

아주 오랜만에 명동엘 나갔다. 명동은 번잡하고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아서우리나라의 거리 같지가 않다. 대학시절엔 주말이면 누가 만나자고 하지 않아도명동의 다방을 콕 찍고 집에 귀가하던시절도 있었다. 규모가 아주 큰 음악다방이 있었다다방이름은 몽쉘통통. 그리고 챔피언이었다. 그곳에 모인 대학생들은 정말 전국구였다. 명동성당 올라가는 계단에 앉아서 개똥철학을 읊조리던 시절이었다. 해가 긴 여름에도 통행금지 시간까지는 만남의 시간이 너무 짧아서 만남에 조갈을 느끼던시절을 명동에서 보냈었다. 이제는 통행금지도 없고 자유롭지만친구도 없고 나 같은 나이엔 명동에 어울리지도 않는다. 세월이 휙 바람처럼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