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설명: 왓트만 종이에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그림.
◎ 재개발 도곡 아파트의 느티나무와 매미.
아주 오래 된 느티나무와
여름 가기를 재촉하는 매미들의 절규적인 울음이 쨘 한 곳.
25년을 그 자리에 고스란히 남아 오고 가는 이들의
한탄과 기쁨을 고스란히 한 몸에 간직했던 도곡 아파트.
늙고 아픈 몸의 군데군데를
시멘트와 붕대로 칭~칭 감아 용케도 버틴 곳.
이제는 더 이상 사람들의 情스런 이야기와
그들을 품어 줄 수 없다
고...
아파트 재 건축으로 많은 이들이 떠난 곳.
아이들이 재잘이는 소리와
아파트 입구에서 소리치던 야채 장사 아저씨의 확성기 소리가
이제는 먼 옛날의 이야기로 가물 가물한 곳.
어깨 축~~쳐져 귀가하는 울 아버지들의
시린 어깨도 안아주던 느티나무.
옹알 옹알 머루처럼 까만 눈을 반짝이며
탄생으로 새 삶을 시작하던 아이들을 반기던 느티나무.
지팡이에 의지 한 채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걷다가 잠시 멈춰서
하늘을 바라보던 할아버지 할머니를
먼 하늘로 보내는 것을 지켜 보며
머리 풀어 섧게 같이 울어주던 느티나무.
어른들은 떠나는 마음이 서운하여 이삿짐을 싸는 손끝이 떨리고,
뒷 베란다에 쌓아둔 때다 말은 십구공탄의 연탄이 더 까맣게 보여
가슴에 검댕이를 앉게 해도 아이들은 이사가는 길이 신나고 신나
동네를 돌며 이사가는 집을 향해 손 흔드는 곳.
바람이 불면 빈 집에서 덩컹이는 문 여 닫히는 소리와
비를 피해 베란다를 막아 놓았던 비닐들이 깃발처럼 펄럭이는 곳.
짐이 넘쳐 다 가지고 가지 못한 오짓 장독과
양은 냄비와 여러가지 살림살이들이 너브러져 있는 곳.
삑~삑 울어 대던 아이들을 달래 주던 장난감과
아파트 곳곳을 누비고 다니던 세발 자전거와 빛 바랜 사진들이
사람들이 떠난 그 자리만을 지키면서
'저들을 다시 데리러 올지 모른다고'
비에 젖지 않으려고,바람에 날아가지 않으려고
땅으로 더 깊히 내려 앉는 곳.
'다~~~ 좋은 새 집으로들 갔겠지...!
재 건축이 끝나고 나면 다시들 돌아 오겠지...!'
도곡아파트를 지키던 큰 나무들과 매미들은 그들의 귀가를 기다린다.
몇 년 후 하늘을 치솟는 멋진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고 나면.....
그러나 도곡아파트를 떠난 그들이 다시는 돌아 오지 않으리란 것을
느티나무와 매미들은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작년보다 더 우렁차게 우는 매미들의 울음이 폭포소리로 들리고
느티나무의 푸르름이 더 푸르고 힘차게 마지막 용을 쓰는 것 같다.
오늘도 매미 우는 소리와 포크레인 기계소리가 묘한 조화를 이루며
내 교실 창을 두드리며 에~코처럼 지나간다.
서둘러 화폭을 꺼내어
늙은 느티나무와 매미의 울음을 내 그림에 간직해 보았다.
그림을 그리는 내 손 끝이 회한으로 가늘게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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