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목요편지

신축년 3월의 둘째 목요일에~~~

유쌤9792 2021. 3. 11. 14:57

 

그림 설명 : 종이에 복합재료로 그린 그림

 

봄볕이 참 좋다.

 

따끈한 볕이 내 등을 밀어 걷는 발길을 가볍게 해 준다.

동네를 뱅뱅 몇 바퀴를 돌며 봄을 먼저 탐닉하다.

 

새들은 집을 짓기 위하여 나무들에게 허락을 받으려는지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옮겨 다니며 집터를 보느라 분주하다.

 

영국 아들네 집 정원의 떡갈나무엔

사람들이 만들어 걸어 준 예술적인 새 집이 바람에 살랑거린다.

 

가우디가 설계한 듯 새집 밑으로는 먹이통도 함께 매달려 있기에

영국 본머스 해변, 아들네 동네에 사는 새들은

봄이 되어도 새로운 집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안 하는 듯하다. ^^*

 

우리 동네 새들은 너무 분주하게 날개 짓하며 집 짓느라 정신이 없는데

영국 본머스의 새들은 봄이 되어도 볕에 앉아 구르밍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사람도 동물도 어디에서 태어나 사느냐에 따라 그 팔자가 달라지니 우습다.

 

 

 

신축년 3월의 둘째 목요일에~~~

 

 

꿈을 꾸면 아직도 학교에서 아이들과 생활하는 꿈을 자주 꾼다.

 

신학기가 되어 교실 가득하게 아이들이 들어오고

교실을 찾지 못하는 아이들을 찾느라 학교의 이곳저곳을 다닌다.

 

교직 34년 동안 원 없이 잘 했는데

아직 학교와 아이들에 대한 미련이 남았는지 내 꿈은 늘 반복이다.

 

어떨 때에는 아이들에게 큰 소리로 무엇인가를 지시하는지

남편이 자는 나를 흔들어 깨며 하는 말이 누가 말 안 들어??”한다.

 

퇴직 후, 5년이 되어 간다.

요즘이 내 생활에서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여유로운 순간이다.

 

아직 현직에서 아이들과 생활하는 후배들에게 여러 가지의 상담을 해주지만

요즘 아이들은 내가 가르치던 아이들과는 아주 다른 아이들인 듯하다.

 

내 제자들. 마지막 제자들도 18살이 되었다.

길에서 우연히 보게 되면 나는 성장한 아이들을 몰라보지만

아이들은 미스크와 모자를 쓰고 다니는 나를 알아보고 멀리서도 달려온다.

 

우리 동네에서 근무 할 때 가르치던 아이들도 모두 성인이 되었다.

학부모들과 나는 모습은 변하지 않았기에 아직도 만나면 서로 반가워한다.

 

우리 동네는 나의 제자들과 학부모들로

나와는 아주 촘촘한 인연의 망이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다.

 

누구든 한 번 인연이 되어 일 년이나 이년을 함께 지내다 보면

내 가족처럼 살가워져 정이 꿀처럼 끈끈하게 버물어져 반갑고 안부도 길다.

 

산책을 나오면 길에 서서 수다로 발길을 멈추는 시간이 더 많아 재미지다.

 

오늘은 3월의 둘째 목요일입니다.

 

날씨가 따뜻하다고 너무 빨리 코트 벗어 버리면 감기 걸려요.

환절기의 변덕스런 날씨에 속지 말고 건강관리 잘 하기로 해요.

 

당신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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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선생과 나는 1995년 창신 초등학교에서 함께 근무를 했다.

늘 친동생처럼 나를 신경써주는 후배다.

그리고 그녀의 딸은 나의 딸에게 그림을 배워 미술대학을 갔다.

 

민 선생이 이번에는 김밥을 만들어 왔다.

 

요즘 나는 김밥 싸는 일을 귀찮게 생각하기에

동네 김밥 집에서 사다가 먹는다.

사다 먹는 김밥은 간이 좀 강하고 가격도 비싸다.

민 선생의 김밥은 채소의 배치가 맛과 색상별로 조화롭다.

 

그녀는 김치만두를 빚거나 굴 전, 고기 전을 요리하면 가져오고

코스트코에서 빵이나 채소, 과일, 생필품 등을 사면 한 개씩은

나누어 나에게 들고 달려온다.

 

그녀와 우리 집과는 버스로 두 정거장의 거리에 있는데

그녀는 늘 산책 삼아 나오는 것이라며 바람처럼 다녀간다.

 

그녀가 인터넷에서 찾아내는 생활의 정보는 아주 다양하다.

그 다양한 정보를 나와 공유한다.

 

나와는 10년 정도의 나이 차이가 있어서인지

그녀의 웹 정보력은 대단하다.

 

코로나와 미세먼지만 아니면

민 선생과 양재천에 가서 두루미가 목욕하는 것을 보면서

봄볕의 애무를 받으며 김밥을 나누어 먹었을 터인데~~~! ㅋㅋㅋ

 

봄이 다 가기 전 이번엔 내가 김밥을 만들어 민 선생을 불러야겠다.